‘아시안 역차별’이 결정적 역할 했나… ‘美 대입 소수인종 우대’ 위헌 판단
주 수혜자, 흑인·히스패닉계 학생…‘역차별’ 이슈
성적 하위 40% 흑인의 하버드대 입학 확률
성적 상위 10%의 아시아계 학생보다 높아
미 연방대법원은 29일(현지시간)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Fair Admissions·SFA)이 소수인종 우대 입학 제도로 백인과 아시아계 지원자가 차별받았다며 노스캐롤라이나대와 하버드대를 상대로 제기한 헌법소원을 각각 6대 3, 6대2로 위헌 결정했다.
반대 표는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이 던졌다. 이들은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며 잭슨 대법관은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관이다. 잭슨 대법관은 하버드대 출신이라 하버드대 판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대법원장인 존 로버츠 대법관은 다수 의견에서 “너무 오랫동안 대학들은 개인의 정체성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기술이나 학습 등이 아니라 피부색이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려왔다”며 “우리 헌정사는 그런 선택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어퍼머티브’(affirmative)란 ‘긍정적인’, ‘적극적인’이란 뜻의 영어 단어다. 어퍼머티브 액션의 기원은 196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정부 기관들은 지원자의 인종, 신념, 피부색, 출신 국가와 무관하게 고용되도록 적극적(affirmative)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연방정부와 계약한 업체가 직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인종과 국적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이었다.
어퍼머티브 액션은 정책 특성상 태생적으로 ‘역차별’ 이슈를 안고 태어났다. 백인 학생들 입장에선 본인보다 성적이 낮은 학생에게 밀려 엘리트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높은 교육열과 특유의 문화 덕에 성적이 좋았던 아시안들도 소수인종임에도 불구하고 이 정책으로 인해 역차별을 받는다고 주장해왔다.
실제 하버드대의 경우 이 정책을 도입한 첫 해 흑인 신입생 수가 51%나 급증했다. 이후 미국 대학들에서는 수십년간 인종적 다양성이 갈수록 풍부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에 어퍼머티브 액션을 둘러싼 법적 논란은 1970년대부터 지속돼왔다. 다만 지금까지는 계속해서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1978년 미국 대법원은 인종을 입학 사정 과정에서 여러 요인 중 하나로 고려하는 것은 합헌이라고 판단했고, 2003년 헌법소원에서도 같은 입장을 반복했다.
이번 어퍼머티브 액션 위헌엔 하버드대의 ‘아시안 차별’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프렌치는 이날 쓴 칼럼에서 하버드대를 포함한 미 대학들의 아시안 차별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프렌치는 이번 소송의 피고인 하버드대가 “적극적으로 아시아계 지원자들을 차별했다는 증거가 압도적이라는 것이 핵심 팩트”라고 했다. 그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다수 의견서에서 학업 성적 하위 40%인 흑인 학생의 하버드 입학 확률이 상위 10%의 아시아계보다 높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고 전했다.
소송 당사자인 하버드대는 이날 “대법원의 결정을 확실히 따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하버드대는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계속 추구하겠다며 “대학은 소외된 사람들에게 열려있는 기회의 장소가 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했다. 하버드대는 “향후 교내 구성원들의 지혜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대법원의 결정과 하버드의 가치를 공존시키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어퍼머티브 액션의 주 수혜자였던 흑인과 히스패닉계 학생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백인과 아시안의 엘리트 대학 입학이 많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어퍼머티브 액션이 사라진 자리를 아시안 대신 백인이 차지할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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