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물난리, 올해 또 날라”…장마 폭우에 경기도내 농가들 ‘시름’
“작년에 난 물난리 피해, 복구 시작도 못했는데…벌써 다시 장마가 시작된다니 막막하네요.”
30일 오전 광주시 퇴촌면 정지리의 한 토마토 재배 농장. 농장 내 시설하우스 7개동은 포탄이라도 맞은 듯 앙상한 뼈대만 드러내고 있었다. 바닥에는 부러진 뼈대와 찢긴 비닐들이 널브러진 상태였다. 지난해 8월 이 농장은 수도권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곳이다. 농장의 지대가 다른 농장들보다 낮아 빗물과 쓰레기들이 모두 흘러 내려온 탓이다.
농장주 이만호씨(63·가명)는 1년이 지난 현재도 복구는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고 했다. 피해 규모만 약 1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장마도 두렵다고 한숨 지었다. 이씨는 “하우스 신축에만 견적이 7억8천만원이 나왔다. 이번 여름에도 비가 많이 온다는데, 작년에 큰 일을 겪으니 이번 장마는 무서울 정도”라고 털어놨다.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인 여주시 산북면의 주어리 마을 주민들도 올해 장마가 두렵긴 마찬가지다. 주어리 마을은 지난해 8월 집중호우로 주택들이 떠내려가고, 산사태가 나는 등 물난리를 겪으며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곳이다. 8월 한 달간 여주시 산북면의 누적 강수량은 무려 565㎜에 달했다. 이날 마을 곳곳 하천과 인접한 비탈면에는 토사가 유출되지 않게 비닐천이 덮여있는 등 1년 전 폭우가 할퀸 상처가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박치용 할아버지(82)는 “당시 논과 밭은 물론이고 300년된 느티나무도 떠내려가는데, 우리도 떠내려 가는 게 아닌가 싶어 황급히 피신했다”며 “당장 지난주 내린 비에도 겁이 나서 잠에 들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수도권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경기도내 농가들이 막심한 피해를 입은 가운데 이들 농가들은 본격적으로 시작된 올해 장마가 지난해와 같은 피해를 유발할까 ‘초긴장’하는 모습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8~9월 경기지역에선 두 차례 집중호우와 태풍 '힌남노' 등으로 인해 다수의 피해가 접수됐다. 특히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경기도에선 농가 총 389곳이 피해를 입었고, 면적으로 따지면 약 311ha(311만㎡)에 달했다. 시군별로 보면 평택, 여주, 화성, 이천, 포천 등 순으로 피해가 컸다.
아직까지 올해 내린 장마로 경기도에 접수된 도내 농가들의 침수, 시설 피해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경기도는 도내 농가들의 침수 등 피해에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지난 19일부터 재해대책상황실을 운영하며 실시간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번 장마를 대비해 저수지 등 수리시설에 대한 사전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재해대책상황실에서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올해 장마에 도내 농가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살피겠다”고 말했다.
김정규 기자 kyu5150@kyeonggi.com
이은진 기자 ej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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