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물난리, 올해 또 날라”…장마 폭우에 경기도내 농가들 ‘시름’

김정규 기자 2023. 6. 3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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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막대한 침수 피해를 입은 광주시 퇴촌면의 한 토마토 농가 현재 모습. 이은진기자

 

“작년에 난 물난리 피해, 복구 시작도 못했는데…벌써 다시 장마가 시작된다니 막막하네요.”

30일 오전 광주시 퇴촌면 정지리의 한 토마토 재배 농장. 농장 내 시설하우스 7개동은 포탄이라도 맞은 듯 앙상한 뼈대만 드러내고 있었다. 바닥에는 부러진 뼈대와 찢긴 비닐들이 널브러진 상태였다. 지난해 8월 이 농장은 수도권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곳이다. 농장의 지대가 다른 농장들보다 낮아 빗물과 쓰레기들이 모두 흘러 내려온 탓이다.

농장주 이만호씨(63·가명)는 1년이 지난 현재도 복구는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고 했다. 피해 규모만 약 1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장마도 두렵다고 한숨 지었다. 이씨는 “하우스 신축에만 견적이 7억8천만원이 나왔다. 이번 여름에도 비가 많이 온다는데, 작년에 큰 일을 겪으니 이번 장마는 무서울 정도”라고 털어놨다.

30일 여주시 산북면 주어리 마을의 박치용 할아버지가 지난해 8월 집중호우로 인해 발생한 산사태가 난 곳을 바라보고 있다. 김정규기자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인 여주시 산북면의 주어리 마을 주민들도 올해 장마가 두렵긴 마찬가지다. 주어리 마을은 지난해 8월 집중호우로 주택들이 떠내려가고, 산사태가 나는 등 물난리를 겪으며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곳이다. 8월 한 달간 여주시 산북면의 누적 강수량은 무려 565㎜에 달했다. 이날 마을 곳곳 하천과 인접한 비탈면에는 토사가 유출되지 않게 비닐천이 덮여있는 등 1년 전 폭우가 할퀸 상처가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박치용 할아버지(82)는 “당시 논과 밭은 물론이고 300년된 느티나무도 떠내려가는데, 우리도 떠내려 가는 게 아닌가 싶어 황급히 피신했다”며 “당장 지난주 내린 비에도 겁이 나서 잠에 들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수도권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경기도내 농가들이 막심한 피해를 입은 가운데 이들 농가들은 본격적으로 시작된 올해 장마가 지난해와 같은 피해를 유발할까 ‘초긴장’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8월 집중호우 당시 침수 피해를 입은 광주시 퇴촌면의 한 토마토 농가 모습. 독자 제공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8~9월 경기지역에선 두 차례 집중호우와 태풍 '힌남노' 등으로 인해 다수의 피해가 접수됐다. 특히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경기도에선 농가 총 389곳이 피해를 입었고, 면적으로 따지면 약 311ha(311만㎡)에 달했다. 시군별로 보면 평택, 여주, 화성, 이천, 포천 등 순으로 피해가 컸다.

아직까지 올해 내린 장마로 경기도에 접수된 도내 농가들의 침수, 시설 피해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경기도는 도내 농가들의 침수 등 피해에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지난 19일부터 재해대책상황실을 운영하며 실시간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번 장마를 대비해 저수지 등 수리시설에 대한 사전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재해대책상황실에서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올해 장마에 도내 농가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살피겠다”고 말했다.

김정규 기자 kyu5150@kyeonggi.com
이은진 기자 ej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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