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성의 허브車]남말 듣다 ‘남 좋은 車’ 산다…‘차알못’ 2030, 진짜 내차 사려면
김씨는 자동차 마니아인 친구들에게 어떤 차가 좋은지 물어보다 오히려 더 막막해졌다. 친구들마다 추천 차량도 추천 기준도 달랐기 때문이다.
생애 첫차를 새로 산다는 설렘과 고르는 재미는 막상 차를 결정해야 하는 시점에서는 골라야 하는 고통으로 바뀐다.
차종 선택부터 고민이다. 세단, SUV는 물론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쿠페 SUV, 픽업트럭 등으로 다양해져서다.
차종을 결정한 뒤에는 사용 연료 때문에 또다른 고민이 생긴다. 가솔린, 디젤, LPG, 하이브리드, 플러그드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으로 다양해서다.
구매예산도 걱정거리다. 모아둔 돈으로 해결할 지, 대출이나 할부 도움을 추가로 받을 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차를 잘 안다는 친구들이 권하는 차종과 구입예산도 다 달랐다.
실제 남들이 권하는 차를 샀다가 자신의 성향이나 사용 목적에 맞지 않아 후회하기도 한다. ‘내 차’가 아니라 ‘남의 차’를 내 돈으로 샀기 때문이다.
좋은 차를 사고 싶지만 ‘조금만 더 조금만 더’에 홀려 ‘카푸어’(car-poor)로 전락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평범한 직장인이 차를 살 때는 생활을 버겁게 만들지 않을 수준으로 구입 예산을 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지비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파악해야 한다.
생애 첫차를 사는 20~30대 소비자 중에는 자기 연봉과 맞먹거나 초과하는 금액을 투자해 차를 샀다가 매달 꼬박꼬박 들어가는 할부·리스료, 기름값 등으로 지출 부담이 커져 카푸어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 전에 좋은 차를 타보겠다는 욕심에, 미래 수입에 대한 지나친 장밋빛 전망에, 남들에게 무시당하고 싶지 않다는 자존심에 무리하게 차를 샀다가 1~2년 만에 중고차로 내놓는 20~30대도 종종 볼 수 있다.
20~30대가 선호하는 4000만~6000만원대 수입차가 같은 가격대의 국산차보다 중고차 가치가 더 하락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 때문이다.
할부·리스료, 유지비 등에 허덕이지 않으려면 자신의 수입과 지출을 감안한 뒤 기본 가격 외에 옵션, 기름값, 세금 등을 한꺼번에 따져 후보 차종을 골라야 한다.
직장인이라면 연봉 50%를 넘지 않는 수준에서 차를 고르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연봉 50% 이상을 투자해 차를 사겠다면 사양(옵션)을 줄여 부담을 줄여야 한다.
폼 잡기 위해 무조건 ‘풀 옵션’을 선택하지 말고 없어도 되거나 자주 사용하지 않는 사양이라면 과감히 포기하는 게 낫다.
차를 잘 안다는 주변 사람의 권유에 따라 자신이 탈 차를 최종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의외로 많다. 유튜브, 동호회 등에 나온 시승기나 차량 소개만으로 탈 차를 결정하기도 한다.
결국 자신이 탈 차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차, 다른 사람에게 돈 되는 차를 고르게 된다. 후회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자신에게 맞는 차를 구입하려면 차를 어떤 용도로 사용할 것인지, 자신이나 가족의 라이프스타일과는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
도시에서 주로 출퇴근 용도로 사용한다면 세단, 여행이나 레제를 즐기고 싶다면 SUV나 CUV를 고르는 게 일반적이다.
전기차도 주로 출퇴근 용도나 근교 나들이에 적합하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400km 넘는 전기차들이 많아졌지만 차를 이용하는 주말이나 연휴 때는 충전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요즘 SUV가 대세라고 무턱대고 SUV를 고집할 게 아니라 해당 차종이 필요한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함께 차를 이용할 가족의 체형도 고려해야 한다. 뒷좌석 공간이 넓은 차를 살 때는 덩치 큰 차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덩치 작은 차가 오히려 덩치 큰 차보다 더 넓은 공간을 갖췄을 수도 있다. 눈으로만 확인하지 말고 직접 앉아서 느껴봐야 한다.
짐을 많이 싣고 다닌다면 트렁크 공간도 눈여겨봐야 한다. 차량 소개 자료에 나온 적재 용량은 참고 사항에 불과하다. 적재 용량은 경쟁 차종보다 크지만 폭이 좁거나 높이가 낮아 공간 활용도가 떨어지는 차도 있다.
차는 시승센터나 시승 이벤트, 카셰어링 등을 통해 직접 타보고 결정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밖에서 차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다. 실내에서 볼 때와는 다른 점이 보일 수 있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에는 시트가 불편하지 않은지, 운전 시야가 답답하지는 않은지, 스티어링휠(핸들)을 잡은 채 각종 장치를 편하게 작동할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본다. 모르는 기능이나 스위치가 있다면 차량 설명서를 보거나 직원에게 물어본다.
소음은 시승 때 중요한 점검 사항이다. 시승 코스는 주로 잘 포장된 도로에서 이뤄진다.
엔진 소리, 바람 소리, 타이어가 바닥에 닿을 때 나는 소리 등이 귀에 거슬리지 않는지 신경 써서 파악한다. 포장 상태가 좋은 도로에서 소음이 다소 크게 들린다면 정숙성이 나쁘다고 볼 수 있다.
정해진 코스를 벗어나 포장 상태가 좋지 않은 곳이나 비포장도로에서 시승하면 차 상태를 좀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과속방지턱을 지날 땐 차체 움직임을 느껴본다. 턱과 부딪쳤을 때, 턱에서 내려왔을 때 몰려오는 충격과 진동을 살펴보면 차가 얼마큼 충격을 흡수하고 걸러내는지 파악할 수 있다.
가족과 함께 차를 이용한다면 뒷좌석 공간은 좁지 않은지, 시트는 불편하지 않은지, 아이들이 멀미하지 않는지 등을 점검해봐야 한다. 운전자가 좋다고 가족까지 좋은 것은 아니다.
짐을 많이 싣고 다닌다면 여행용 캐리어, 골프백, 유모차 등을 가져가 실제로 트렁크에 넣어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공간 활용도를 갖췄는지 파악해본다.
전기차를 구입한다면 근처 충전시스템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설치 장소, 충전기 수량, 충전 대기시간, 관리상태 등을 파악해야 한다.
시승은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전문가, 기자, 유튜버가 올린 ‘남들의 시승기’가 만고불변의 진리도 아니다.
같은 차를 탔더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탔던 차종에 따라 사람마다 느끼는 차이가 커지기도 한다.
남들 말만 믿고, 남들이 좋다고 추천하는 차를 사면 자신과 궁합이 맞지 않아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 집 다음으로 비싼 재산목록 2호인데 내 돈으로 남이 좋은 차를 살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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