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AI는 물건... 발명 특허 인정받을 권리 없다”
인공지능은 발명에 대해 특허를 인정해 달라고 주장할 주체가 아니라는 첫 법원 판단이 내려졌다. 현행법상 발명자는 자연인, 즉 사람만을 의미하며 인공지능은 물건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인공지능에 의한 특허 출원 가능성을 시험하는 이른바 ‘다부스 프로젝트’에 대한 국내 첫 사법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6부(재판장 이주영)는 30일 미국 인공지능 개발자 스티븐 테일러씨가 특허출원을 무효처분한 특허청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낸 행정소송 1심에서 원고 패소판결했다.
테일러씨는 2020년 3월 다부스가 개발한 특허 두 건에 대해 발명자를 다부스로 해서 특허청에 특허출원을 했다. 다부스는 발명 지식을 학습해 독자적인 창작 과정을 거쳐 발명하는 인공지능으로 자신이 아닌 다부스가 발명자라는 주장이다.
특허청은 작년 2월 특허 출원자는 사람으로 제한돼 있다며 출원자를 바꾸라는 보정요구서를 보냈지만 테일러씨는 거부했다. 그러자 특허청은 작년 10월 특허에 대해 무효처분 결정을 했다. 특허를 인정할 만큼 새로운 발명인지 여부를 가리기 전에, 형식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출원 자체를 무효로 본 것이다. 그러자 테일러씨는 이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그는 “특허법 규정은 인공지능에 의한 발명을 예상하지 않았던 규정이어서 기술발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우리 특허법 문언 체계상 발명자는 ‘발명한 사람’으로 표시돼 있고 이는 자연인만을 의미하는 게 분명하다”며 “현행법상 자연인이 아닌 인공지능은 물건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 독자적인 권리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특허법상 발명자에게는 발명과 동시에 특허를 인정받을 권리를 갖는데 인공지능은 그런 권리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현 단계 인공지능은 인간의 어떤 개입도 없이 독자적으로 가동하는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며 “다부스의 발명도 상당 부분 인간의 기여가 있다”고 했다.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인정하지 않을 경우 특허보호에 공백이 생긴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인정한다고 해서 적극적 발명이 이뤄진다고 보기 어려우며 법적인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는 등의 문제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는 것이다.
테일러씨는 미국, 호주, 남아공 등 16개국에서 다부스를 발명자로 표시해 특허를 출원하는 ‘다부스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서도 “16개국 중 남아공 외에는 모든 국가에서 특허출원을 거절했고 취소소송 역시 모두 현재까지는 기각됐다”고 밝혔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유럽, 호주에서 법원 판단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인공지능을 독자적인 발명자로 인정할 것인가는 정책적 고려에 따라 해결할 문제”라며 “특허청의 처분에는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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