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봉쇄를 둘러싼 인도와 미국의 동상이몽
[권의석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연구교수]
지난 22일(현지시각)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하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 회담을 가졌다.
인도 기업들은 미국 태양광 발전, 철강 등의 분야에 총 20억 달러에 달하는 신규 투자를 하고, 미국 기업 제너럴일렉트릭이 방산 관련 기술을 인도로 이전하는 한편 군사용 무인기를 인도에서 생산하기로 하는 등,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발전과 방위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합의를 이끌어내었다. 또한 미국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에 인도가 합류하고, AI, 반도체, 통신, 우주항공 등 첨단 분야에서도 기술 협력을 이어가기로 하였다.
"미국과 인도의 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이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말처럼, 미국은 양국 간의 합의 이외에도 모디 총리를 처음으로 국빈 만찬에 초대하고, 2016년에 이어 두 번째로 미 의회에서 연설하도록 하는 등 인도와의 관계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인도 관계 협력을 통해 중국 견제를 노리는 미국
미국이 이번 모디 총리의 방미에 이처럼 공을 들인 것은 중국을 염두에 두고 있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인도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 경제적 중요성 때문이다. 인도는 이미 중국을 앞질러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로 자리 잡았고, 세계 5위의 경제규모를 갖춘 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바이든 뿐만 아니라 전직 미국 대통령 역시 인도와의 관계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왔다.
미국과 인도 간의 협력이 경제뿐만 아니라 안보 분야에서도 급물살을 타게 된 계기는 2010년대 말 양국의 대중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면서였다. 인도의 경우는 2020년 6월 카슈미르 라다크 지역의 접경지에서 양국 군대가 충돌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심해졌다. 특히 백병전 끝에 20여 명의 인도 군이 사망하자, 인도 각지에서는 시진핑 중국 주석의 사진을 불태우며 반중 시위가 벌어지기도 하였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미국 역시 중국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었다. 이전에는 전략적 경쟁자 수준이었다면, 2010년대 말 트럼프 정부 하에서 중국은 미국의 라이벌이자 심각한 외부 위협으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뿐만 아니라, 바이든 현 대통령과 여당인 민주당 역시 이에 대한 초당적 합의를 하고 대중국 견제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이처럼 미국이 중국의 확장을 저지할 틀을 만드는 과정에서, 인도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게 되었다. 특히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목적으로 호주, 일본, 인도와 함께 만든 안보협력체 쿼드(Quad)가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정상회담 수준의 정식 기구로 격상되면서, 인도와 미국 간의 정보, 방위 협력 역시 빠른 속도로 확대되었다.
여전히 회의적인 미-인도 동맹의 가능성
하지만 미국의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연 인도가 미국의 다른 동맹국과 같은 수준의 군사 협력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는 세계대전, 한국전쟁 등 미국과 함께 다양한 전쟁에 참전하며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다른 주요 동맹국인 일본은 태평양전쟁 당시엔 적국이었지만, 패전 이후 미국이 일본에 대한 안전 보장을 약속하며 일본이 소련과 공산진영에 맞서는 강대국으로 성장하도록 도우면서 안보 분야에서 협력한 역사가 있다.
인도는 미국과 이런 수준의 안보 협력을 한 적이 없고, 오히려 냉전 시기에는 미소 양대 진영의 냉전 구도를 규탄하면서 아시아, 아프리카의 신생국을 중심으로 한 제3세계 운동을 주도하는 한편, 1960년대 이후에는 중국을 포위하고 견제하기 위해 소련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 역사도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중국에 대한 견제를 원하는 미국과 인도의 생각이 맞아 떨어져서 양국이 가까워졌을 뿐, 만약 중국의 대만 침공처럼 미국의 동맹국이 군사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올 때 과연 인도가 중국과의 전면전을 각오하며 참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견해 역시 존재한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인도가 보이는 행보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유럽연합,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미국에 우호적인 국가들이 러시아의 석유 수입을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며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였다.
하지만 쿼드 회원국이기도 한 인도는 대러시아 제제에 불참하면서 오히려 수출길이 막혀 가격이 폭락한 러시아산 석유를 저가에 매입하고 이를 재판매하며 이익을 보는 등 자국의 이익을 최선으로 한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인도가 자국을 지역 강대국으로 인식하고 있고 미국에 대한 군사적 의존도도 한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동맹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한 만큼, 과연 인도가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군사적 기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모디 총리에 대한 미국 내 비판
인도와의 관계 강화에 대한 미국 내 비판적인 여론 역시 변수이다. 모디 인도 총리는 힌두교도 중심의 민족주의와 파퓰리즘을 내세운 인물로, 2002년 구자라트 주지사로 부임할 당시 극우 힌두교도들이 1000여 명의 이슬람교도를 살해하도록 방치하였다는 혐의로 미국이 10년 간 입국을 금지하기도 한 인물이다.
미국 국무부 역시 2023년 5월 발표한 "국제종교자유에 대한 보고서"에서 모디 총리가 인도 내 이슬람교도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이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방조하면서 종교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번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도 인도 내 인권 상황에 대한 질문이 나왔을 때,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 가치가 양국 관계의 기본 성격"이라며 인도의 입장을 변호하는 모양새를 취하였다.
하지만 앰네스티를 비롯한 다양한 인권단체가 인도 내 인권 상황에 대해 미국 행정부가 비판적인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라시다 틀라이브, 일한 오마르 의원 등은 인권 문제를 이유로 모디 총리의 의회 연설을 보이콧하기도 하였다.
미국과 인도의 복잡한 관계는 미국 안보전략의 딜레마를 보여주고 있다. 2022년 백악관은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러시아, 중국의 대립을 "민주주의 진영"과 "전체주의 진영"의 대립으로 묘사한 바 있다. 하지만 모디 총리의 방미를 둘러싼 논란은 미국이 인도와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이유가 중국을 견제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더 강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중국이 아시아 각국의 경제성장에 큰 역할을 한 상황에서, 미국이 기존 동맹국 이외에 새로운 국가를 반중 진영에 끌어들이고자 한다면 "민주주의"라는 명분 이외의 실리적 혜택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21세기에 들어선 후 꾸준히 리더십이 약해진 미국의 새로운 숙제다.
[권의석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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