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론' 윤 정부에 묻는다, '정치적 선언'인 종전선언이 나라 망쳤나

2023. 6. 3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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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wooksik@gmail.com)]"종전선언은 전쟁을 끝내고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겠다는 정치적 선언으로 정전체제는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기 때문에, 유엔사령부의 지위나 주한미군의 주둔 필요성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영향이 없는 것이다."

"북한이 다시 침략해 오면 유엔사와 그 전력이 자동적으로 작동되는 것을 막기 위한 종전선언 합창이었으며, 우리를 침략하려는 적의 선의를 믿어야 한다는 허황된 가짜평화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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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칼럼] 대한민국 정체성 반북·반문? 색깔론에만 매달리는 윤석열 정부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wooksik@gmail.com)]
"종전선언은 전쟁을 끝내고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겠다는 정치적 선언으로 정전체제는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기 때문에, 유엔사령부의 지위나 주한미군의 주둔 필요성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영향이 없는 것이다."

"북한이 다시 침략해 오면 유엔사와 그 전력이 자동적으로 작동되는 것을 막기 위한 종전선언 합창이었으며, 우리를 침략하려는 적의 선의를 믿어야 한다는 허황된 가짜평화 주장이었다."

첫 번째 인용문은 2018년 9월 20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와 국민에게 보고한 내용의 일부이다. 두 번째 인용문은 윤석열 대통령이 6월 28일 한국자유총연맹 창립기념행사에 참석해 한 말이다.

윤 대통령은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하여 유엔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라고도 했다.

파문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부인했지만, 전임 정부를 '반국가 세력'으로 비난한 것이다. '종전선언=가짜평화'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데에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해온 프레임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가짜뉴스'를 거론해왔다. 그런데 정작 대통령 본인이 가짜뉴스에 현혹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줄곧 종전선언과 유엔사 해체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었다.

또 윤 대통령의 말처럼 북한이 침략해오면 이는 정전협정은 물론이고 유엔 헌장도 중대하게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엔사의 대응은 필연적이다. 이는 종전선언이 이뤄졌어도 달라지지 않는다. 정전협정은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유지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하여 유엔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다닌 것처럼 윤 대통령이 언급한 것도 가짜뉴스의 영향을 받은 탓이 크다. 대북 제재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입장은 대북 제재는 유지하되,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판단이 서면 제재 완화를 통해 비핵화를 더욱 촉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한데도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 고도화와 관계없이 문재인 정부가 제재 해결을 호소한 것처럼 왜곡한다.

기실 보수 정권의 대북정책은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북관계를 국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유혹에서 이겨낼 수 있느냐가 정책의 성패를 좌우할 관건이라는 것이다. 안타깝고 위험천만하게도 윤석열 정부는 자기와의 싸움에서 철저하게 패배하고 있다.

대북정책을 대결적인 자세로 일관하면서 악화된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를 국내 비판세력을 공격하고 탄압하는 자양분으로 삼는 '악순환'의 행보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 타도'를 공공연히 외쳐온 인사를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한 것에서도 이러한 기류를 잘 읽을 수 있다.

한국정치와 남북관계의 비극은 이 지점에서 발견할 수 있다. 보수 정권은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해도 '친북'이니 '종북'이니 하는 색깔론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위치에 있다. 이 과정에서 외연 확장도 도모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보수는 이러한 정치적인 유리함은 한사코 외면하면서 색깔론이라는 정치적 악습에만 매달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이러한 악습이 시정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강해지고 있다. 보수가 그토록 강조해온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반북·반문에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wooksi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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