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광고법 합헌" 8대1 헌재 결정 살펴보니

정부광고 운영 효율성·안정성 중시… '직업선택 자유 침해' 인정 안 해
이영진 재판관 "독점, 헌법적 정당성 갖기 어려워" 소수의견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가 29일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시행에 관한 법률(이하 정부광고법) 헌법소원 심판사건에서 관련 청구를 기각·각하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정부광고를 독점 대행하도록 한 법 조항에 문제가 없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언론재단은 지금처럼 정부광고 대행 업무를 이어가게 됐다.

한 민간 광고대행사는 2019년 2월 언론재단이 정부광고법과 동법 시행령에 따라 정부광고를 독점 대행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면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정부광고법 합헌' 결정을 내린 8명의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정부광고 운영의 효율성을 중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대행 주체가 늘어난다면 거래 질서가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영진 재판관은 “언론재단 광고대행 독점 체제는 헌법적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사진=미디어오늘.

광고대행사가 문제 삼은 조항은 정부광고법 제10조 1항, 동법 시행령 제6조 1항 등이다. 정부광고법 10조는 문체부 장관이 정부광고 업무를 시행령으로 정하는 기관이나 단체에 위탁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헌법재판소는 정부광고법 10조 헌법소원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정부광고법은 문체부 장관의 대행기관·단체 선정 권한을 규정한 것일 뿐, 기본권 침해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광고법 시행령 6조 1항 헌법소원은 기각됐다. 헌법재판관 8명이 기각 의견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정부광고의 대국민 정책 소통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획부터 집행에 이르는 과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업무를 전담해 수행할 기관을 두지 않을 경우, 광고 유치 경쟁이 벌어져 정부광고 거래 질서가 지금보다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광고대행 업무에 있어 효율성이 중요하다고 봤다. 헌법재판소는 “정부광고는 대부분이 소액광고인 반면, 정부기관 수는 매우 많다. 나아가 정부광고는 각 정부기관 등의 예산을 통해 그 광고료가 지급되므로 광고료의 효율적인 집행이 매우 중요하다”며 “시행령 조항은 단일한 공적 기관이 규모의 경제를 통해 협상력을 가지고 정부광고 업무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재단은 민간 광고대행사에 비해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으며, 수수료는 언론진흥과 방송·광고 진흥을 위한 지원 등 공익 목적에 전액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언론재단에 업무를 위탁한 것이 불합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정부광고법 시행령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지도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정부광고가 전체 국내 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면서 “시행령으로 인한 기본권 제한의 정도는 제한적이다. 민간 광고사업자들이 언론재단을 통해 정부광고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불이익이 시행령이 추구하는 공익에 비해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소수의견을 낸 이영진 재판관은 “헌법상 시장경제질서에 비추어 볼 때, 독점 체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헌법적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며 “(정부광고 대행 전담기관을 두지 않을 경우) 거래질서가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는 실증적 증거를 찾기 어렵다. 민간 광고업체에 업무를 위탁하더라도 업무 효율성을 충분히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재판관은 민간 광고업체에 정부광고 대행 업무를 맡길 경우 정부광고 품질이 개선될 수 있다고도 봤다.

또 이 재판관은 해외의 경우 단일 공적 수탁기관이 정부광고를 독점 대행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정부광고법 시행령은 한정된 범위에서만 민간업체의 참여를 보장하고 매체구입 및 집행은 언제나 언론재단이 수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 정도가 유의미하게 완화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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