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영리병원 제주도 내국인 진료 제한 적법 판결 확정

제주CBS 고상현 기자 2023. 6. 3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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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특별2부,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원심 확정…제주도 최종 승소
의료영리화 저지 제주도민 운동본부 환영 논평 "영리병원 제도 폐지하라" 촉구
제주 녹지국제병원. 연합뉴스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된 제주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제주도의 내국인 진료 제한을 둔 조건부 허가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확정됐다. 영리병원을 반대해온 시민단체는 즉각 환영했다.

지난 29일 대법원 특별2부는 중국 녹지그룹의 자회사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소송'을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이로써 영리병원 핵심 쟁점 소송이 4년여 만에 제주도의 승소로 끝났다.

'심리불속행'은 원심 판결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상고심절차 특례법에 따라 대법원이 별도의 결정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하는 제도다.

앞서 지난 2월 2심은 "제주도특별법에 따른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는 '외국인이 설립한 법인'에 대해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상 제한받지 않는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권리를 설정해주는 특허로 볼 수 있다. 이 특허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량 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 시 미래에 보건의료체계에 미칠 불확실한 파급효과에 대한 예측과 대비가 수반돼야 한다. 이에 대한 행정의 재량적 판단은 그 내용이 매우 합리적이지 않거나 상반되는 이익이나 가치를 비교할 때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폭넓게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심은 "영리병원은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면 보건의료체계 주축을 이루는 건강보험 의무가입제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국민 보건의료라는 중요한 공익과 관련된 문제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이 사건 허가 조건은 그 행정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며 제주도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연합뉴스


반면 지난해 4월 1심은 외국 의료기관 개설허가의 성격을 '기속재량행위'로 봤다. 행정행위는 법의 구속을 받는 기속재량행위와 비교적 광범위한 행정의 재량이 인정되는 '자유재량행위'가 있다. 1심은 개설허가 조건이 법의 구속력을 받는다고 봤지만, 2심은 행정의 재량행위로 본 것이다.

1심은 "의료기관 개설허가는 기본적으로 일반적 금지의 해제라는 허가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의료법 등 요건에 맞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허가해야 한다"며 기속재량행위 성격으로 본 이유를 설명했다. 의료법상 문제가 없으면 허가 과정에서 행정이 조건을 달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내국인 진료제한을 둔 제주도의 조건부 허가가 적법했다는 2심 판결을 확정하면서 현재 추가로 진행되고 있는 2차 병원개설 허가 취소처분 취소소송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번 대법원 결정에 대해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 운동본부는 논평을 내고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내국인 진료 제한 적법 판결을 환영한다. 정부와 제주도, 그리고 국회는 영리병원 논란 완전한 마침표를 위해 모든 형태의 영리병원 제도를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녹지국제병원 내부 모습. 연합뉴스


앞서 지난 2017년 8월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는 서귀포시 제주헬스케어타운 안에 녹지국제병원을 짓고 제주도에 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신청했다. 공공의료체계 붕괴 우려가 나오자 제주도는 이듬해 12월 진료 대상을 외국인 의료 관광객으로 제한하는 조건을 달아 허가를 내줬다.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부 허가에 반발한 녹지제주 측이 의료법상 개원 시한(90일)인 2019년 3월 4일이 지나도록 병원 문을 열지 않자 제주도는 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이 과정에서 녹지제주 측은 내국인 진료 제한 등 조건부 허가의 적법성을 다투는 이번 소송과 제주도의 병원 개설 허가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중 제주도의 병원 개설 허가 취소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은 지난 1월 대법원에서 녹지제주 측이 최종적으로 승소했다. 

녹지제주 측은 대법원 판결로 영리병원 허가 불씨가 되살아나자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풀어주면 영리병원을 재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제주도는 이번 소송과 별도로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현장 실사를 벌여 의료인력 등 허가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보고 재차 허가를 취소했다.

이에 따라 사업자 측은 두 번째 제주도의 병원 개설 허가 취소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5월 1심은 제주도의 손을 들어줬다. 사업자 측이 이에 불복해 항소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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