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호주 출장 일정, 비밀 아니었다” 市직원 “보안 유지하라 하지 않았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성남시 퇴직 공무원과 설전을 벌였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대장동 사업 핵심 실무자였던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성남시장 시절에는 몰랐다”며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강규태) 심리로 열린 재판에는 성남시 과장급 등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A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A씨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5년 1월 김문기씨 등과 함께 갔던 호주 출장의 계획을 세운 담당자였다.
A씨는 ‘당시 이재명 시장이 호주 출장 계획을 보고받으면서 성남도개공 직원을 참여하게 하라는 지침을 내렸고 정진상 성남시 정책실장이 호주 출장에 참여할 도개공 직원 선정에 관여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A씨는 또 ‘도개공의 다른 간부가 출장자로 뽑혔다가 김문기씨로 바뀐 사실을 이재명 시장에게 별도 보고한 것으로 기억한다’고도 증언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변호인이 A씨에 대해 증인 신문을 하는 과정을 지켜보다가 갑자기 변호인의 마이크를 본인 앞으로 가져왔다. 재판장이 “직접 물어보시게요”라고 묻자 이 대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이 대표는 “내가 웬만하면 안 하려고 했는데”라며 A씨를 상대로 직접 증인 신문에 나섰다.
호주 출장 일정이 사전에 공개됐는지를 놓고 두 사람이 맞섰다. 이 대표가 “일정이 비밀일 수가 있느냐”고 묻자, A씨는 “시장님(이 대표)께서 결재하는 과정에서 보안 유지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이 대표가 “저는 그런 기억이 없다”고 하자, A씨는 “제가 그렇게 지시를 받았고 그래서 실무자들한테 보안 유지하라고 했다”며 반박했다.
두 사람의 설전은 계속됐다. 이 대표가 “다른 실무자들도, (호주 출장) 참석하는 사람들도 다 아는 것 아니냐. 일정표를”이라고 하자, A씨는 “(저는) ‘사전에 (출장 일정을) 언론에 (공개해) 왈가왈부 떠들게 할 필요가 없지 않으냐’라는 뜻으로 이해했고 (그래서) 보안 유지했던 부분”이라며 다시 반박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알겠습니다”라며 호주 출장과 관련한 증인 신문을 마쳤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표가 호주 출장 당시 김문기씨와 대장동 사업을 논의했다는 의혹을 반박하려고 이날 재판에서 A씨를 직접 신문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15년 1월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김씨와 호주 출장을 다녀오고 두 달 만에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 등이 대장동 민간 사업자로 선정됐다.
한편 이 대표와 A씨는 성남시 시설관리공단(성남도개공의 전신)이 성남시장에게 직접 대면 보고를 했는지를 놓고도 부딪쳤다. A씨는 유동규(전 시설관리공단 본부장)씨 부임 이후 공단이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에게 직보해 주요 현안을 결정받고 주무 부서에 사후 통보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예산법무과 등을 제치고 공단이 보고하면 (내가) 다시 해당 과에 지시해야 한다. 체계가 이상한 것 아니냐”라며 부인했다. 이에 A씨는 “예산과에서 알지 못하는 내용이 당시 공단에서 진행됐다”고 맞섰다.
이 대표는 A씨에게 “8년을 같이 근무했는데 사무관으로 퇴직했다. 서기관 승진을 못해 섭섭하지 않으냐”고 묻기도 했다. ‘A씨가 불만을 품고 이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풀이됐다. A씨는 “섭섭하지 않다”고 했다.
이날 증인 신문 과정에서 이 대표는 A씨에게 대답을 재촉하다 재판장에게 제지를 받기도 했다. 이 대표는 국회 본회의 참석을 이유로 오후 재판에는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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