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방미인 '모듈러' 공법…건설업계 '주도권 경쟁' 본격화
세계 모듈러 시장 연평균 6%대 성장
국내 기업, K-모듈러 연구·적용↑
제도보완·인센티브 등 지원책 필요
[더팩트ㅣ권한일 기자] 건설 자잿값과 인건비 상승,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경영 리스크가 가중되면서 건설사들이 탈현장(OSC·Off Site Construction) 공법 적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기(공사기간) 단축은 물론 친환경성과 해외 수출 등 이른바 '팔방미인 공법'이라는 견해가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과 한국건설관리학회 등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99조 원대였던 글로벌 모듈러(Modular) 건축 시장 규모는 연평균 6% 가량 성장해 오는 2025년 131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모듈러 시장 규모도 2021년 1764억 원에서 오는 2025년 4000억 원, 2030년에는 746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모듈러 건축은 탈현장 시공을 통한 사전제작 또는 공장제작 등을 한꺼번에 포괄하는 개념이다. 건물의 벽체·창호·배선·배관 등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뒤 현장에 옮겨 조립함으로써 기존 철근콘크리트(RC) 공법에 비해 공사 기간과 비용을 최대 절반까지 줄일 수 있고 재설치와 재활용이 가능하다.
특히 공기 단축과 시공품질 정량화, 현장사고 예방 효과가 높고 분진 등 주변 환경 영향도 감소해 저탄소·친환경성을 갖춘 건축 공법으로 불린다. 앞서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국가와 서유럽, 싱가포르 등 선진국에선 수년 전부터 이미 모듈러 건축 비중이 크게 늘고 있어, 향후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확대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근 주요 건설사들의 시장 선점 경쟁도 활발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012년부터 모듈러 건축에 대한 연구개발(디자인·신소재 적용·정밀시공기법 등)과 시공 역량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이로써 건설신기술 1건과 특허 11건을 획득했다. 지난 27일에는 국내 모듈러 시공 건축물 중 가장 높은 12층의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을 준공했다. 회사 측은 구로구 일대에서도 모듈러 공법을 적용한 12층 높이 아파트를 시공 중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2021년 조직개편을 통해 건축본부 산하에 모듈러 주택팀을 신설했다. 작년 초에는 모듈러 BIM(건축정보모델) 개발과 설계표준 견본을 구축해 DfMA(공장 제작·조립) BIM(빌딩정보모델링) 가이드라인을 완성했다. 이후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내 '스마트건설지원센터 제2센터'를 모듈러 공법으로 준공했다.
포스코건설과 포스코A&C는 평창 동계올림픽 미디어 레지던스 호텔과 옹진백령 공공실버주택 등을 모듈러 공법으로 건설했고 BIM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 최고층 모듈러 건축물인 광양제철소 직원 기숙사를 준공했다. 지난 2020년에는 6개월간의 연구를 통해 '모듈러 옥탑 프리패브 공법의 경제성 향상을 위한 구조시스템 개선과 사용성 검증'을 마쳤다.
GS건설은 해외 모듈러 업체를 인수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20년 폴란드 목조 모듈러 업체 '단우드'와 영국 철골 모듈러건축전문업체 '엘리먼츠'를 인수한 뒤, 국내에서 모듈러 단독주택 브랜드인 '자이가이스트'를 론칭했다. 지난 4월에는 자이가이스트 홈페이지 열고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영업을 본격화했다.
학계와 전문가들은 현재를 'K-모듈러 시장 확대기'로 보고 있다. 또 향후 대형 시공사를 중심으로 해외 수주 확대를 위한 매개체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공통된 견해다. 다만 이 같은 모듈러 시공 확대를 위해선 제도 보완과 각 기업들의 대대적인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조봉호 아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현행 건축관련 법제도 등은 현장 공법 위주로, 모듈러 건축을 위한 제도적인 지원과 공익적 측면에 대한 혜택이 부족하다"면서 "아울러 고층·대공간·디자인 등 이렇다 할 성공경험 아직 부족하고 생산자동화 시설 등 기업들의 설비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 필요성과 작은 국내 시장규모 등이 약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k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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