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대충 한 끼 때우지 마세요”... 웃음꽃 만발 개미실 꽃밥상 현장

이민아 2023. 6. 3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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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마을은 점심에 경로당에 가면 마을 어르신들이 함께 모여 식사하는 모습,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이곳 경로당에서는 매주 수요일 특별한 밥상이 차려져 어르신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발합니다.

귀촌한 지 13년 차인 마을 주민이자 요리연구가 김옥순 씨(68)가 강사로 나서서 재료를 준비하고 마을 주민들과 꽃밥상을 차려내죠.

한참 이야기꽃을 피우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다 보니 개미실 꽃밥상에 왜 '게으른'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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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마을은 점심에 경로당에 가면 마을 어르신들이 함께 모여 식사하는 모습, 쉽게 볼 수 있는데요.

보통 경로당에 있는 노인 가운데 더 젊은 노인이 식사를 준비하는데, 젊은 노인이라 해도 기본 70대 이상입니다.

노인 일자리 사업 중 하나인 ‘취사 도우미’ 지원으로 약간의 보수를 받는 분도 있지만, 대부분 봉사하는 마음으로, 마을 어른의 식사를 챙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열댓 명의 식사를 차려내고 상을 치우는 일이 힘에 부칠 수밖에 없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단골 점심 메뉴는 국수, 떡국, 똑바른 국 한 가지 끓여 먹는 것으로 족할 때가 많은데요.

그래도 어르신들은 “혼자 먹으면 입맛 없는데, 모여 먹으면 맛있고 사람들 만나 이야기도 나누니 좋다”고 하십니다.

농촌 고령화는 점점 심각해지는데, 앉아서 밥상을 받는 일이 미안하고 부담스러운 일이 된다면 그것만큼 쓸쓸하고 서글픈 일도 없을 것 같은데요.

“한 끼 먹어야 하니까 먹는다”가 아닌, 식사가 즐거운 경험이 될 순 없을까? 하는 생각에 꽃길을 열어주는 마을이 있어 소개합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가중1리 개미실 마을 표지석. 청주방송 DB

충북 청주시 상당구 가중1리.

이곳 경로당에서는 매주 수요일 특별한 밥상이 차려져 어르신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발합니다.

“이런 음식을 다 먹고 너무 좋아요!” “이렇게 해 먹는 줄은 또 몰랐네~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장마전선이 잠시 물러간 지난 28일, 가중1리 경로당의 식탁에는 ‘초계탕’이 올랐습니다.

‘초계탕’하면 닭 육수를 차게 식혀 새콤하게 즐기는 여름 보양식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날 어르신들께 대접한 초계탕은 연회 때 올려지던 전통 궁중요리로, 닭고기와 소고기, 표고버섯, 생도라지 등을 넣고 담백하게 끓여냈습니다.

지난 28일 진행된 게으른 개미실 꽃밥상 프로그램, 7~80대 주민 10여 명이 초계탕과 장떡을 함께 만들어 한 상을 차렸다.

지난주에는 꽃전에 여덟 가지 색 채소를 싸 먹는 구절판을, 그 전주에는 집에서 키우는 팬지, 장미를 떼어다가 꽃 비빔밥을 해 먹었답니다.

이런 특별한 밥상을 기획한 사람은 마을 주민이자 문화예술교육 기획가인 오소록 변상이 대표.

개미실 마을을 소개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단체 오소록 변상이 대표, 개미실 마을 주민이기도 변상이 대표는 프리마켓, 하우스 상영회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해 진행해왔다.

충북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지난 6월부터 10주 동안 ‘게으른 개미실 꽃밥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귀촌한 지 13년 차인 마을 주민이자 요리연구가 김옥순 씨(68)가 강사로 나서서 재료를 준비하고 마을 주민들과 꽃밥상을 차려내죠.

13년 전 귀촌한 마을 주민인 김옥순 씨는 요리연구가로 활동했던 경력을 발휘해 프로그램 강사로 참여했다

청주 시내에서 요리 강사 겸 출장요리사로 일하며 궁중요리, 폐백요리, 떡 요리를 섭렵한 실력을 아낌없이 뽐냅니다.

앞마당에서 채취한 꽃으로 만드는 건강 음식을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 해도 ‘꽃밥상’에 둘러앉아 맛있게 먹는 시간입니다.

밥상이 다 차려질 무렵, “대모 오신다!”하는 소리와 함께 마을 최고령인 민연식(92) 어르신이 등장합니다.

거동이 편치 않으신데도 매주 수요일마다 잊지 않고 오시는 이유는 이 특별한 밥상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죠.

담백한 육수를 맛본 어르신이 고개를 끄덕이자, 7~80대 젊은 노인들의 얼굴에는 흡족한 미소가 퍼집니다.

왼쪽에서 두 번째 마을 최고령 민연식 어르신 등이 식사를 마치고 환하게 웃고 있다.

바쁜 모내기 철 단골 반찬이었다는 ‘장떡’을 맛보면서는 추억담이 술술 나옵니다.

경로당 만년 막내 신세라는 한 70대 어르신이 “요즘 사람들은 안 해 먹죠. 오랜만에 이렇게 만들어 먹으니까 추억이 새록새록하네요.”하며 운을 떼자,

“우리 때는 양파, 호박 이런 채소 넣을 생각도 못 했지. 그냥 밀가루에 고추장 풀어서 지져 먹는 거야”라며 라떼 토크가 이어집니다.

게으른 개미실 꽃밥상 프로그램 연구원으로 참여한 정지현 미술작가는 매회 참여한 주민들의 모습을 1명씩 드로잉해 기록한다.

한참 이야기꽃을 피우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다 보니 개미실 꽃밥상에 왜 ‘게으른’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변상이 대표는 “우리 마을은 부지런하고 알뜰살뜰해 개미 같다고 ‘개미실 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이 시간 만큼은 어르신들에게 천천히 여유 있는, 게으른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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