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정보 이용·시세조종 차단…가상자산투자자 보호 입법 완료
가상자산 정의부터 사업자 의무·불공정거래 처벌 기준 등 마련
향후 2단계 입법서 발행·공시 등 관련 시장질서 규제 보완할 듯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채새롬 민선희 기자 = 가상자산시장의 규제 공백을 메울 것으로 기대되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이른바 가상자산법이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최근 코인 관련 각종 사기 및 범죄, 무소속 김남국(41) 의원의 거액 코인 투자 논란 등으로 사회적 관심이 커진 가운데 가상자산 관련 첫 업권법이 국회 문턱을 넘은 것이다.
다만 이번에 입법을 완료한 가상자산법은 가상자산의 정의 등을 규정하는 한편 우선 시급한 투자자 보호를 위한 필수사항을 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의 진입 및 영업행위, 가상자산의 발행과 공시 등 시장질서에 관한 2단계 입법이 뒤따라야만 법제화가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년간 규제공백 지속…코인 투자자 피해 이어지자 급물살
가상자산시장은 최근 몇년간 급성장했지만, 관련 법제화 논의는 수년간 공전해왔다.
가상화폐를 가상자산으로 인정한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이 지난 2020년 국회를 통과했지만 주로 자금세탁 방지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이용자 보호나 시장질서 확립과 관련한 규제 공백 상태가 지속됐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 정무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 등 국회의원들이 제각각 가상자산 관련 입법안을 내놨지만 다른 법안들에 밀려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발생한 테라-루나 사태, 글로벌 거래소 FTX 파산 등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코인 불법 상장과 관련 사기 범죄, 거래소 해킹 등으로 투자자 피해가 이어지자 입법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이에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법안소위)는 지난 4월 말 그동안 국회 계류 중이던 가상자산 규율체계 관련 18개 법안 중 투자자 보호와 관련한 핵심 내용을 추려서 담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지난달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된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이날 본회의를 통과, 입법 절차를 일단락했다.
1단계 입법은 투자자 보호 중심…불공정거래 시 처벌조항 마련
앞서 정무위는 가상자산 규제 공백을 감안해 우선 투자자 보호를 위한 필수사항을 중심으로 입법을 추진한 뒤 향후 발행·공시 등 시장질서 규제를 보완한 2단계 입법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1단계로, 가상자산의 정의부터 이용자 자산 보호, 불공정거래 규제 및 처벌, 감독 및 검사 등 가상자산과 관련된 전반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가상자산법은 우선 특금법과 마찬가지로 가상화폐가 아닌 가상자산 용어를 사용하면서 '가상자산'을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그에 관한 일체의 권리 포함)'로 정의했다.
다만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는 디지털 형태의 법화(화폐)이므로 가상자산에서 제외했다.
가상자산 이용자 자산 보호, 해킹이나 전산장애 등 사고에 따른 책임 이행 등에 필요한 조치도 담았다.
1단계 법안이 가장 초점을 맞춘 것은 투자자 보호인 만큼 불공정거래를 규제하고 이상거래에 대한 감시 및 신고의무를 사업자에게 부과했다.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 시세조종 행위, 부정거래 행위 등을 불공정거래 행위로 규정하고, 불공정거래행위가 적발되면 금융위원회가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이로 회피한 손실액의 2배 상당 내지 50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1년 이상의 유기징역,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벌칙 조항도 마련했다.
가상자산의 가격이나 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변동하는지를 사업자가 상시 감시하고 이용자 보호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코인 시세조작 등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행위를 적발해도 처벌 규정이 없어 민법상 사기 혐의 등을 적용했다.
최근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와 관련해서도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 등이 제기됐지만 사실로 확인되더라도 관련법이 없어 처벌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번 가상자산법 통과로 향후 미공개정보 이용, 시세조종 등이 적발되면 과징금이나 벌금은 물론 징역형도 가능해졌다.
당초 정무위를 통과한 법안은 가상자산 매매 또는 거래 과정에서 다수의 피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배상청구소송(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집단소송 조항은 법무부와 금융위원회가 유보적 입장을 밝히면서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의·의결 과정에서 삭제됐다.
금융당국, 가상자산사업자 감독·검사 인력 등 확보 추진
가상자산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가상자산사업자의 감독 및 검사권 등을 부여받은 금융당국의 발걸음도 빨라질 전망이다.
가상자산법은 사업자의 감독 및 검사권을 금융위원회에 부여하되 구체적인 검사방법과 절차, 결과 조치기준 등을 금융위가 고시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에 검사권이 일부 위임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검사나 조사는 다른 금융사나 증권시장과 비슷한 체계로 하면 되는 만큼 프로세스나 방식은 이를 준용해서 만들 것"이라며 "하위 규정은 금융위가 만들면 되지만 인력이나 조직 등은 행정안전부나 기획재정부와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감원과 감독 및 검사 업무를 어떻게 배분할지 등에 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동향 맞춰 2단계서 시장 질서 규제 보완 전망
이날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1단계 입법으로 향후 국제기준이 가시화하면 가상자산 발행·공시 등 시장질서 규제를 보완한 2단계 입법이 뒤따를 예정이다.
2단계 입법에서는 가상자산 발행 및 유통, 가상자산사업자의 공시 및 내부통제 의무 부과, 가상자산평가업이나 자문업·공시업 관련 규율 체계 등에 관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위원인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는 2단계 입법에서는 가상자산사업자의 진입과 영업행위 규제, 가상자산 발행업체와 공시업체 등의 제도권 진입,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와 대체불가토큰(NFT), 스테이블코인(달러 등 법정화폐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가상화폐) 등 새로운 기술이나 현상에 대한 규율 등이 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 변호사는 "은행이나 증권사 등 자산을 많이 취급하는 곳과 마찬가지로 가상자산사업자 역시 일종의 라이선스와 행위 규정, 이해상충 방지 규정이 있어야 투자자 자산이 보호가 될 수 있다"면서 "현재 특금법은 거래소와 가상자산 지갑업자, 보관업자만 규제하고 있는데 향후 발행업체와 운용업체 등은 제도권으로 포섭해야 하고, 평가나 공시업체 등에 대해서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록체인법학회장인 이정엽 법무법인 LKB 대표변호사 역시 2단계 입법은 "가상자산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 실제 가상자산을 발행하고 자금조달을 하는 데 대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변호사는 특히 가상자산을 발행하는 업체나 재단 등이 가상자산을 상장한 뒤 바로 팔지 못하도록 발행 초기에 이들이 보유한 자산을 신탁하거나, 지갑 등을 등록하는 방안을 마련해야만 상장 사기 등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가상자산 발행 시 투자자들의 길잡이가 될 수 있도록 증권신고서와 같은 역할을 하는 백서를 공시하도록 하고, 가상자산 거래 특성을 반영한 공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pdhis959@yna.co.kr, srchae@yna.co.kr,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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