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브레인시티’ 만든다며 이주 대책 없이 “공장 나가라”…700명 일자리 잃을 판

손덕호 기자 2023. 6. 3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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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고덕지구 옆 첨단산업단지 ‘브레인시티’ 조성 중
‘공익사업’이라며 레미콘공장 토지 수용…이주 대책 없어
자구책으로 이전 부지 매입했지만, 인근 일부 주민 반대 부딪혀
“행정 절차는 이전에 했어야” vs “이주 대책 마련은 의무”

경기 평택시가 고덕국제화지구에 지어지고 있는 삼성전자 사업장 인근에 ‘브레인시티’ 산업단지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해당 부지 내에 있던 기존 기업이 밀려나게 됐는데, 관련 법에서 의무 사항으로 못박고 있는 이주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토지만 수용하려고 해 논란이 되고 있다.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하면 700여명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경기 평택시 선일콘크리트 레미콘공장. /선일콘크리트 제공

30일 평택시 등에 따르면 브레인시티 산업단지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평택도시공사는 지난 5월 평택시 칠괴동에 있는 선일콘크리트 공장에 강제집행을 시도했다. 토지가 수용되면 공장 이전 대책이 마련되기도 전에 문을 닫아야 하고, 직원 50여명과 협력업체 직원 등 총 700여명이 직장을 떠나야 한다는 게 선일콘크리트 측 설명이다.

평택시가 브레인시티 개발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은 2017년부터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평택시는 공장 부지를 양도받는 기업이 희망하는 경우 이주 대책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평택도시공사는 2017년 말과 2018년 초 선일콘크리트에 브레인시티 산업단지 조성 후 토지를 제공하겠다는 ‘대토보상’을 안내했으나, 업체 측이 응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선일콘크리트 측은 브레인시티 입주 대상 업종에서 레미콘 제조업이 제외되어 있어 대토보상이 불가능했었다고 설명한다.

평택시와 평택도시공사가 공장 이주계획을 세워주지 않자 선일콘크리트 측은 스스로 대책을 마련했다. 현 공장에서 10㎞쯤 떨어진 평택시 오성면에 50여억원을 들여 16243㎡(약 4900평) 규모의 이전 부지를 매입했고 환경영향평가도 통과했다.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비산먼지가 발생하지 않는 완전 밀폐 방식으로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일부 주민 반대에 발목이 잡혔다. 레미콘 공장 이전에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에는 인근 주민 외에 평택교육생활협동조합, 평택농민회, 쌀전업농평택시연합회 등 시민단체도 참여하고 있다. 평택시는 주민 반대 등을 이유로 공장 이전을 불허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택시가 공장 이전 계획을 세우지 않고 대체 부지로 이전하는 것마저 승인하지 않자, 선일콘크리트는 평택시와 평택도시공사를 상대로 공장 이주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관련 법상 의무를 다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충분히 공장 이주 대책 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지만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브레인시티 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입주 제한 업종에서 레미콘 공장에 해당하는 ‘비금속 광물제품 제조업’을 삭제했다면 새로 조성된 부지로 이주할 수 있었다는 게 선일콘크리트 측 주장이다.

다른 지자체들은 비슷한 상황에서 기존 공장 이전에 문제가 없도록 대책을 세웠다. 김포한강시네폴리스는 공장 이주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산업단지 계획을 변경했다. 하남감일지구, 하남교산 공공주택지구, 화성정남 산업단지는 기존 공장을 실질적으로 이전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했다.

선일콘크리트가 부지를 이전해 지으려고 한 레미콘공장 조감도. 완전 밀폐형이다. /선일콘크리트 제공

평택도시공사는 선일콘크리트가 공장 이주 대책을 세워달라고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브레인시티 개발 사업은 2017년부터 진행됐고, 지난해까지 공장 이주 대책을 요청하지 않았다가 매입한 새 부지로 공장을 이전하기 어렵게 되자 이주 대책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공장 부지를 수용하기 위한 절차는 이미 2020년 4월에 완료됐다는 게 평택도시공사 설명이다. 공사 관계자는 “토지 이전이 되지 않아 강제집행 신청을 해놓은 상태”라며 “행정적인 절차는 이전에 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선일콘크리트는 공장 이주 대책을 원한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평택도시공사는 입주할 수 없는 용도의 토지만 대토보상용지로 지정해 신청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또 공장을 이전할 부지를 스스로 매입한 것은 자구책이었고, 사업 시행자인 평택도시공사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선일콘크리트 관계자는 “평택도시공사는 공장 이주 대책이 아닌 보상과 관련된 것만 이야기했었다”며 “이주대책 수립은 시행자의 법적 의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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