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로봇 지휘자 만난 '썰' 풉니다[알쓸공소]
사람 닮은 로봇 '에버6', 실제 지휘자처럼 움직여
아직은 '퍼포머' 수준…지휘자 대체하긴 힘들어
로봇 등 과학기술과 공연예술 만남은 이제 시작
‘알쓸공소’는 ‘알아두면 쓸모 있는 공연 소식’의 줄임말입니다. 공연과 관련해 여러분들이 그동안 알지 못했거나 잘못 알고 있는, 혹은 재밌는 소식과 정보를 전달합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간담회에 이렇게 많은 기자들이 온 건 처음인 것 같네요.”
이처럼 많은 이들이 모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공연에 관심이 없더라도 누구나 호기심이 생길 내용이었거든요. 국내 최초로 로봇이 지휘하는 음악 공연의 연습 현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으니까요. 고백하면 저 역시 말로만 듣던 로봇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에 살짝 들떠 있었습니다.
이번 공연에서 지휘를 하는 로봇의 이름은 ‘에버6’입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개발 중인 안드로이드 로봇인데요. 로봇도 많은 종류가 있지만,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사람과 비슷한 로봇을 만드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고 합니다. ‘에버6’ 또한 그 일환으로 개발됐습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이 로봇 지휘자와 함께 공연한다는 소식은 사실 1년 전 언론을 통해 예고됐습니다. ‘2022~22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기자간담회’를 통해서였죠. 당시에도 기자들의 관심은 ‘도대체 어떻게 로봇이 지휘를 할 수 있을까’에 집중됐습니다. 이날 연습 공개를 통해 1년 만에 그 모습을 확인한 셈입니다.
다만 아직 로봇 기술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에버6’ 또한 치명적인 한계가 있는데요. 음악을 들을 수 없고, 연주자들과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번 공연을 함께 하는 최수열 지휘자 또한 “‘에버6’는 지휘자보다 지휘 동작을 하는 ‘퍼포머’에 가깝다”고 하더군요. 사전에 입력된 프로그램대로 지휘 동작을 하는 것이죠. ‘로봇은 지휘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하는 이번 공연은 어쩌면 ‘로봇은 지휘자를 대체할 수 없다’는 다소 뻔한 답으로 결론지어질지 모르겠습니다.
이들 로봇과 ‘에버6’의 차별점은 ‘에버6’가 인간과 더 닮았다는 것입니다. 인간 신체를 담은 외형이 그렇고요. 목과 하박 구조 또한 실제 인간 같은 유연한 움직임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이번 공연을 위해 정예지 지휘자를 로봇학습지휘자로 섭외했습니다. 모션 캡처(몸에 센서를 달아 인체 움직임을 디지털로 옮기는 일)는 물론, 모션 캡처로 수집한 데이터를 ‘에버6’의 관절 크기에 맞추기 위한 ‘모션 리타겟팅’(데이터 변환)까지 시도해 속도와 가속도가 매우 빠른 역동적인 지휘 동작을 구현했다고 합니다.
사실 국립국악관현악단과 로봇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09년 국립국악관현악단 어린이 공연 ‘엄마와 함께하는 국악보따리’에서는 ‘에버6’의 전신인 ‘에버3’가 소리꾼으로 무대에 올랐다네요. 여미순 예술감독 직무대리는 “2009년 ‘에버3’를 만났을 땐 로봇과 다시 만나게 될 거라 생각 못했는데, 이번에 ‘에버6’를 만나보니 조금 더 애정이 생긴다”며 “다음에 또 로봇과 어떤 기회가 생길지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로봇과 공연예술의 만남은 이제 시작일지 모르겠습니다. 마침 오늘(30일) 본 공연이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펼쳐집니다. 실제 무대에서 만난 ‘에버6’는 어떤지, 주의 깊게 보고 오겠습니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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