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트로트 아닌 다양한 음악, 귀로 기승전결 느껴보세요”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3. 6. 3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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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플레이리스트 콘텐츠 인기
플랫폼 플로도 큐레이션 ‘#ㅍㅍ’ 선봬
공대 출신 파워블로거 이준규 팀장
“추억 감성 리스트, MZ도 좋아해”
음악플랫폼 플로가 새롭게 선보인 음악 큐레이션 서비스 ‘#ㅍㅍ’(프프). 사진제공=드림어스컴퍼니
노래 취향 몇 개만 고르면 인공지능(AI)이 비슷한 노래를 무한대로 추천해주는 시대.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일부러 누군가 사람이 만든 ‘플레이리스트’를 듣는다. 한번 재생하면 1~2시간 동안 비슷한 무드의 음악이 계속 나오는 콘텐츠다. 벅스뮤직의 유튜브 채널 ‘에센셜’(essential;)은 감각적인 사진과 음악을 함께 배치해 구독자 수 120만 명을 넘겼고, 멜론에도 수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플레이리스트 DJ들이 있다.

플랫폼 플로(FLO)도 새로운 차트 큐레이션 ‘#ㅍㅍ’(프프)로 취향 따라 골라듣는 음악 서비스를 도입했다. 플로에서 프프를 기획한 이준규 큐레이션 팀장을 최근 서울 강남 드림어스컴퍼니 본사에서 만났다. 빅데이터, AI 등 최신 정보기술(IT)이 동원되는 플랫폼 산업 현장에서 이 팀장을 비롯한 큐레이션 팀은 7080 음악다방의 DJ처럼 계절·날씨 등 분위기에 맞춘 음악 추천 리스트를 생산·관리한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손때 묻은 플레이리스트의 매력은 뭘까.

프프는 특히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 큐레이션 차트다. △데일리 발매곡 △데일리 SNS 공유하기 △핫데뷔 등 세분화된 주제로 인기 곡을 소개한다. 기존의 ‘톱 100’ 등 실시간 차트가 스트리밍 수를 토대로 줄 세우기를 하는 것과 차별화한 시도다. 아이돌·트로트 음악이나 일부 ‘음원 사재기’ 논란에서 벗어나 새로운 곡들을 차트로 불러오자는 게 이번 개편의 방향성이다.

때와 장소에 맞춘 음악 선곡도 선보인다. ‘금요일’ ‘낮’ ‘비 오는 날’ ‘드라이브’ 등 그날그날 다양한 키워드로 선별된 플레이리스트를 통해서다. 플로에 소속된 큐레이터나 인플루언서가 만들기도 하고, 개별 이용자가 공유한 플레이리스트를 들여다볼 수도 있다.

개인화되는 음악 소비성향 따라
다양한 주제로 아티스트·곡 소개
이처럼 사람이 만든 플레이리스트의 매력에 대해 이 팀장은 “기승전결이 있는 음악”이라고 표현했다. 완성도 높은 음반이 하나의 큰 스토리 속에 트랙을 엮어 창작자의 의도를 전달하는 것처럼, 인간이 만든 플레이리스트엔 좋은 흐름이 있다는 얘기다.

“플레이리스트 큐레이션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곡의 흐름을 만드는 일이에요. 단순히 좋고 인기 있는 노래만 넣는 게 아니라, 중간에 질리지 않도록 변화를 주는 부분도 필요하고요. 아직 AI가 그런 미묘한 흐름까진 잡지 못해요. 인간 감성의 영역이 분명이 있고, 큐레이터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29일 서울 강남 드림어스컴퍼니 본사에서 만난 이준규 플로 큐레이션 유닛장이 스마트폰 화면으로 새로운 차트큐레이션 ‘#ㅍㅍ’를 보여주고 있다. 이승환 기자
이 팀장은 1세대 파워블로거다. 화학생명공학과를 졸업한 후 제약회사에 입사했는데, 취미로 쓰던 영화와 음악 리뷰가 입소문을 탔다. 이후 엔씨소프트 음악 콘텐츠팀을 거쳐 지금의 회사에 왔다. 한창 사모으던 음반 3000여 장은 지금도 소장 중이다.

지금은 블로그를 운영하진 않지만 다양한 아티스트를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만은 여전하다. 늘상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음악을 듣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의 산물로 플레이리스트를 내놓는다. 가령 프프엔 다른 플랫폼의 실시간 차트와 달리 아티스트당 딱 한 곡만 올라가게 했다. 이용자가 마음에 드는 곡을 발견하면 가수의 또다른 곡과 앨범을 찾아들으며 자신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 수 있을테니 말이다. 이 팀장은 “경쟁이 치열한 플랫폼들 사이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이유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저 콘텐츠가 좋으면 사람들이 몰릴 거란 바람으로 새로운 음악을 듣고 다양하게 추천한다”고 말했다.

여가 시간을 유튜브·틱톡에서 즐기는 요즘 세대에게 플로의 이런 전략이 통할까. 이 팀장은 의외로 MZ 세대가 보여주는 적극적인 ‘취향 발굴’ 성향에 기대를 걸고 있다. 2000년대 히트곡 등 ‘추억 감성’이 짙은 플레이리스트를 Z세대도 찾아서 듣더라는 것이다. “플로 이용자 데이터를 보면 최신 트렌드보다도 자신들이 경험하지 않은 과거 음악을 찾아 듣는 수요가 많아요. 숏폼을 통한 소비 방식도 흥미롭지만, 적극적으로 찾아듣기도 하는 특이 성향이 확실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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