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호 의혹 규명’ 감사원 국정조사 현실화되나···국조 요구서 본회의 보고
표적 감사·정치 감사 의혹이 제기된 감사원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제출한 국정조사 요구서가 30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감사원장과 사무총장이 국정조사 대상으로 지목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민주당은 “헌법이 감사원에 부여한 막중한 책임을 오·남용했을 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 국회”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국민에게 숨기려 했던 문재인 정부의 실정이 드러나자 제대로 일을 잘하고 있는 국가기관을 재갈 물리겠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정명호 국회 의사국장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6월30일 박광온 의원 등 167인으로부터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의 불법 정치감사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가 제출됐다”고 보고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최 원장과 유 총장의 불법 정치감사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가 제출됐다”며 “각 교섭단체 대표위원들께서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에 관한 사항을 협의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 직전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의 불법 정치감사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민주당은 요구서에서 “2022년 7월 유병호 사무총장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묵과할 수 없는 내용’의 제보가 있다며 마치 권익위원장이 중대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여론몰이하며 특별감사에 돌입했다”며 “그러나 유 총장이 언급한 제보는 단 한 줄의 익명 제보가 전부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전 전 위원장 특별감사는 무려 3차에 걸친 35일간 집중감사에 연인원 38명의 대규모 인원을 투입한 유례없는 고강도 감사였다”며 “거의 1년 가까운 기간에 걸쳐 진행된 지독한 정치감사”라고 주장했다.
또 “감사위원회의 최종 결론이 ‘불문’으로 가닥이 잡히자 유 총장은 감사원의 최고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 결정을 덮고 감사위원회의 최종의결 없이 감사원 사무처가 작성한 감사결과보고서를 무단으로 공개하는 등 심각한 위법까지 저질렀다”며 “이를 위해 감사위원회 주심위원인 조은석 감사위원조차 알지 못하도록 하고, 전자결재시스템 결재란을 ‘승인’으로 조작했다는 의혹까지 사실상 시인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최 원장에 대해서는 “전자결재시스템 조작 의혹 등 전 전 위원장 감사보고서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에 대해 조은석 위원 등 감사위원들에 대한 감찰을 통보했다”며 “최 원장은 감찰을 조작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유 총장 휘하에 있는 감찰관 주도로 진행하도록 지시했다. 감사위원들을 입맛대로 손보겠다는 표적 감찰”이라고 밝혔다. 또 “감사원은 권력으로부터 엄격한 독립과 중립을 지키지 않고, 오직 전 정부 인사에 대한 짜맞추기식 정치감사, 표적감사로 일관했다”며 “헌법이 감사원에 부여한 막중한 책임을 남용하거나 오용했을 때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라고 밝혔다.
국정조사 요구서에 따르면 조사 범위는 전 전 위원장에 대한 감사원 익명 제보에 대한 접수 기록 및 익명 제보에 대한 관리 시스템 등 전반, 전 전 위원장 감사 과정 전반, 주심 감사위원 열람 결재 수정 과정 및 그 과정에서 대통령실, 최 원장과 유 총장의 위법 행위와 의혹 등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감사원의 업무 수행을 방해하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의 감사원 국정조사 요구는 국민에게 숨기려 했던 문재인 정부의 실정이 드러나자 제대로 일을 잘하고 있는 국가기관을 다수 의석으로 재갈 물리겠다는 의도”라며 “민주당이 해야 할 숙제는 자기의 정치적 이익, 특정 세력을 위한 게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한 숙제여야 한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2008년 쌀소득 보전금 불법수령사건 국정조사, 2011년 저축은행비리 국정조사, 2013년 공공의료 정상화 국정조사 등에서 감사 경위와 조치 사항 등을 두고 국정조사 대상이 된 적은 있지만 원장과 사무총장이 직접 조사 대상으로 지목된 것은 처음이다. 감사원은 이날 감사위원회의가 열렸지만 국정조사 요구서 보고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전 전 위원장은 감사원의 감사 중 일부 사안에 대해 재심 청구를 했다. 전 전 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감사원이 조사한 것 중 저에 대한 건 모든 게 무혐의 결정이 났고 우리 (권익위) 일부 직원들의 사소한 실수라든지 몇 가지 작은 문제들이 불거졌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재심 청구를 해서 다투고 있다”고 전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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