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15층, 여의도 43층까지…서울시 고도제한 낮춰(종합)
오세훈 "더는 강북 주민이 불이익 보지 않을 것"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남산과 북한산, 국회의사당 주변 건축물 높이를 제한해온 서울의 고도지구 제도가 51년 만에 전면 개편된다. 서울 도심 경관과 스카이라인에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북한산 주변은 20m 이하에서 최고 45m로, 남산 약수역세권 일대는 20m 이하에서 최고 40m로 높이 제한이 각각 조정된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도 51m 이하에서 170m 이하로 대폭 완화된다.
서초동 법원단지 주변과 오류동 일대 고도지구를 비롯해 높이 규제가 있던 한강 변 역사문화특화경관지구는 지정 해제된다.
서울시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신(新) 고도지구 구상안'을 마련해 다음 달 6일 열람공고를 시작한다고 30일 밝혔다.
경직적 규제→합리적 관리…북한산 15층·여의도 43층 가능
고도지구는 도시경관 보호와 과밀 방지를 위해 건축물 높이의 최고한도를 정하는 도시관리계획이다.
서울시는 1972년 남산 성곽길 일대에 고도지구를 최초 지정한 이래 남산·북한산·경복궁 등 주요 산과 주요 시설물 주변 8개소를 고도지구로 지정해 관리해왔다. 전체 면적은 9.23㎢로 여의도의 3배 규모다.
고도지구는 지정 당시엔 필요성이 명확했지만 제도가 장기화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높이 규제를 중복으로 적용받는 지역이 생기거나 고도지구 규제로 주거환경 개선이 어려워 주변 지역과 개발 격차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고도지구에 해당하는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규제 개선에 대한 요구가 컸다. 시는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해 고도지구를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 관리로 전환하고자 전문가, 자치구 논의를 거쳐 제도를 재정비했다.
새 구상안의 핵심은 경관 보호 대상이나 목적이 분명한 주요 산과 주요 시설물 주변은 고도지구로 지속 관리하되 규제를 세분화하고, 그 외 제도 실효성이 적은 지역은 해제하는 것이다.
고도지구 중 규모가 가장 큰 북한산은 제2종일반주거지역의 고도 제한을 현재 20m 이하에서 28m 이하로 완화한다.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정비사업 시에는 최고 15층(45m)까지 추가 완화할 방침이다.
추가 완화 시에는 북한산 경관관리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 지침은 추후 도시계획 관련 위원회의 심의 등을 거쳐 결정된다.
국회의사당 주변은 동여의도 스카이라인과 연계해 최대 170m까지 제한을 대폭 풀어준다. 업무시설 기준으로 최고 43층까지 올릴 수 있다.
그간 일률적으로 관리해온 높이(41m·51m 이하)를 국회에서 여의도 공원으로 갈수록 점차 높아지도록(75m·120m·170m 이하) 해 도심 기능을 활성화한다는 구상이다.
남산은 용도지역에 따라 높이 제한이 12m였던 지역을 20m로, 20m였던 지역을 28m로 각각 높인다. 중구 필동, 장충동, 회현동과 용산구 후암동, 이태원동, 한남동 등이 해당한다.
특히 약수역 일대 준주거지역은 20m에서 지형 차에 따라 32m∼40m까지 완화해 최고 13층의 건물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남산 경관이 잘 보전되면서도 지역 여건에 따라 낡은 도시환경을 개선할 수 있게 된다고 시는 설명했다.
구기·평창은 북한산·북악산 경관 보호와 함께 합리적으로 높이를 관리할 수 있도록 지형 높이차에 따라 심의를 거쳐 최대 8m까지 완화할 수 있는 기준을 추가한다.
경복궁은 중요 문화재의 경관 보호를 위한 고도 제한의 목적이 명확해 일부 중복규제 지역에 대한 지구 조정(0.19㎢)을 제외하고는 현행 건축물 높이 규제를 유지한다.
고도지구 8곳→6곳 축소…강북 지역 재개발·재건축 탄력
실효성이 사라진 오류와 서초 법원단지 주변은 고도지구 지정을 해제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도시관리계획으로 관리한다. 이에 따라 전체 고도지구는 총 8개소(9.23㎢)에서 6개소(7.06㎢)로 줄어든다.
오류 고도지구는 서울시와 부천시 경계부의 도시확장 방지를 위해 1990년 지정됐으나 그 일대가 아파트 등으로 개발됐고 부천 지역은 해제돼 지정 목적이 상실됐다고 시는 판단했다.
법원단지 주변은 지방법원·검찰청이 국가 중요시설이 아님에도 전면 지역의 높이를 제한하고 있어 도시관리의 일관성이 없고 강남 도심 내 효율적 토지이용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고도지구를 풀기로 했다.
고도지구와 더불어 한강 변 역사문화특화경관지구도 해제한다.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변을 따라 선형으로 지정된 역사문화특화경관지구(1.44㎢)는 건축물 높이가 4층 이하(완화 시 6층)로 제한돼 규제 완화 요구가 컸다.
시는 특화경관지구가 도로·공원 등을 포함해 실효성이 적은 상황에서 지역 여건에 맞는 유연한 한강변 경관 형성을 위해 지정을 해제하고 경관 관련 계획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신 고도지구 구상안은 다음 달 6∼20일 열람공고에 이어 시의회 의견 청취와 전략환경영향평가, 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연말께 확정된다.
고도지구 개편으로 강북구와 도봉구 일대 정비사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기존에 이들 지역은 고도제한으로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아 재개발·재건축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 강북구 삼양동에서는 신속통합기획이, 도봉구 쌍문동에서는 모아타운 사업이 진행 중이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쌍문동 덕성여대 차미리사기념관을 찾아 북한산 고도지구 현황을 살펴보고 주민 의견을 들었다.
주민들은 고도제한 완화를 반기면서도 제도 변화로 정비사업이 지연되지 않을지 우려했다. 추가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오 시장은 "도시 관리의 중요 가치인 경관보호를 유지하는 내에서 과도한 규제로 재산상 불이익을 받은 시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합리적이고 정교하게 조정했다"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주거지가 정비되면 강북 지역 주민이 더는 불이익을 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생각 같으면 50층, 100층도 하고 싶지만 서울 시내 전체 균형을 맞춰야 해 아주 세심하게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면서 "모든 주민을 완벽하게 만족시킬 수는 없어도 10∼20년간 이어진 민원을 일정부분 해결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또 "고도지구 개편을 위한 행정절차가 이뤄지는 동안 현재 진행 중인 주거정비사업도 그대로 병행해 신속히 추진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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