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 빗장 열까…'정몽헌 20주기' 방북 추진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9일 오후 금강산 관광 시작 20주년 기념 남북공동행사를 마치고 동해남북출입사무소로 입경해 인터뷰하고 있다. 현 회장은 귀환인사를 통해 "현 시점에서 올해 안에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머지않은 시기에 재개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8.11.19/뉴스1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내달 4일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20주기에 맞춰 방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우리 정부의 승인을 거쳐 북측의 초청장을 수령하는 등 남은 절차가 산적해 실제 방북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현대그룹과 통일부 등에 따르면 현대그룹 대북창구 격인 현대아산은 8월 현 회장 등의 방북을 위해 북한과 접촉하겠다는 내용의 대북접촉신고를 지난 27일 통일부에 제출했다. 통일부도 검토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접촉신고는 현 회장 등의 방북 의사를 북측에 전달하는 과정이다. 방북 신청 초기 단계다. 정부 접촉 승인이 난 뒤 북측과 원활하게 소통이 돼 북측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아야 실질적인 방북 절차가 진행된다. 때문에 현시점에서 방북 성사 여부를 예단하긴 어렵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정 전 회장의 20주기인 만큼 사전 대북 접촉 등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며 "그 외 구체적 사항은 확정된 바가 없다"라고 말했다.

현 회장은 가족과 함께 방북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에도 현 회장 가족은 금강산 관광지구 내에 마련된 정 전 회장의 추모공간에서 추모행사를 진행했다. 지난 2018년 정 전 회장의 15주기 때도 방북했다.

북한이 코로나19(COVID-19) 이후 외부 접촉을 차단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특히북한이 금강산 내 남측 관광시설을 무단 철거하는 등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된 상황에서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하는 등 북한과 인연을 맺어온 현 회장의 입지를 고려해 북측이 다소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방북을 거절하더라도 정 전 회장의 20주기에 대한 추모 메시지 등이 나온다면 남북관계 회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통일부 측은 "현대아산이 27일 정 전 회장 20주기 추모행사를 위한 금강산 지역 방북을 타진하려고 북한 주민 접촉을 신청했다"며 "현대아산 측이 북한의 초청장을 받아올 경우 절차에 따라 방북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경희 기자 cheerup@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