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개혁 ‘타깃’ 된 일타강사…“연봉 수백억 안돼” vs “개혁 본질 벗어나”

이학준 기자 2023. 6. 3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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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사 받는 대형학원 일타 강사들...”정당하지 않아”
일타강사 수강료 계산해보니, 월 평균 10만원 수준
“콘텐츠·강의력 인정받아 돈 버는 건데...사회악 취급 안 돼”
22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의 모습./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 문항’ 출제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대응을 주문하면서 출제 위원들과 사교육 업체와의 유착 의혹에 대한 대대적 조사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1년에 수백억원씩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진 학원가 ‘일타강사(1등 스타 강사)’들도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는 등 수술대 위에 올랐다. 특정 강사들이 연 수백억원을 버는 상황을 두고 정부와 상당수 국민들이 의문을 제기하는 만큼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일각에선 일타강사들을 ‘악마화’하는 것은 이번 사태의 본질이 아니란 지적이 나온다. 교육 당국이 현재 공교육만으론 절대 풀 수 없는 ‘킬러 문항’을 출제해 사교육 문을 두드리는 학생들이 많아지게 만든 것이 일타강사가 탄생한 배경인데, 이들이 기형적 사교육을 만든 것처럼 비난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 국세청, 현우진 등 일타강사 세무조사

30일 입시 업계와 세무당국 등에 따르면, 국세청은 메가스터디 대표 강사인 현우진 씨를 비롯해 대형학원 일타강사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일타강사가 교재비·특강료 수입을 신고하지 않는 수법으로 세금을 적게 냈는지 여부를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일타강사들에 대한 거짓·과장·허위 광고 등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 29일 “객관적 근거 없이 특정 강사가 특정 분야 ‘1위’라는 표현을 사용하거나 ‘재수 성공률이 가장 높다’고 표현한 광고 등을 과거에 제재한 적 있다”며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이 국민과 국가에 큰 부담이 된다. 공정 경쟁을 촉진하는 차원에서 각종 분야를 적극 모니터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당은 일타강사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지난 21일 라디오 방송에서 “일부 강사들 수입이 100억~200억원에 달하는 게 공정한 시장가격이라고 볼 수 없다”며 “초과 이익을 취하는 것은 범죄이고 사회악”이라고 했다.

사실 일타강사들은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다. 메가스터디 일타강사로 꼽히는 현 씨 연봉은 200억원으로 알려졌다. 강의료와 직접 제작한 교재 판매 수익만 해도 매년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 씨가 작년 6월 “재계약을 안 할 가능성이 높다”며 은퇴를 시사하자 1만1750원이던 메가스터디 주가는 하락을 거듭해 작년 6월 23일 종가 기준 9830원까지 떨어졌다. 같은 해 10월 현 씨가 메가스터디와 재계약을 하면서 주가는 다시 상승했다.

수능의 바로미터가 되는 6월, 9월 모의평가 난이도가 높아져 이른바 ‘불수능’이 예상되면 일타강사 몸값은 더 치솟는다. 특히 일타강사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수십만명에 달하기 때문에 사교육 업계에서 일타강사의 영향력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사교육에서 일타강사의 영향력은 굉장히 크다”며 “일타강사가 어디로 옮긴다고 하면 대형학원 매출이 완전히 달라질 정도”라고 설명했다.

◇ 일타강사 인강 월평균 10만~20만원 수준...”사회악 취급 맞나”

그러나 일타강사의 인터넷 강의 수강료가 월평균 10만~20만원 수준이어서 이들을 악마화하는 것은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교육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킬러 문항’을 풀기 위한 학생들이 사교육을 찾는 덕분에 일타강사가 탄생한 것이지, 일타강사가 기형적 사교육의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조선비즈가 매년 수백억원의 수익을 올린다는 한 수학 강사 A씨의 인터넷 강의 수강료를 확인해 보니 한 강좌당 5만원에서 14만원 수준이었다. 가장 비싼 강좌는 13만8000원이었는데, 19개 강의로 이뤄져 있어 단순 계산 시 1개 강의당 약 7263원 수준이었다. 법정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이다.

수학1·수학2·확률과 통계로 수능을 준비한다고 가정하고 A 씨가 제시한 1년 커리큘럼에 있는 모든 강좌를 구매할 경우 수강료와 교재비는 총 175만원이었다. 여기에 15~30% 할인된 ‘패키지’ 강의를 활용할 경우 총비용은 132만원으로 떨어진다. 매월 11만원 수준으로 전국 수십만명 강사 중 최고 실력을 자랑하는 강사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셈이다.

만일 국어·수학·영어·탐구 등 수능 5과목을 모두 같은 가격으로 공부한다고 가정해도 매월 55만원이다. 이는 통계청이 발표한 작년 기준 고등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42만~49만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다.

국어 선택과목 중 언어와매체를 고른 학생이 또 다른 일타강사인 B 씨의 모든 강좌와 교재를 구매할 경우 총 비용은 139만1000원이다. 아직 오픈되지 않은 실전 모의고사 강좌도 구매할 경우 1년에 150만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또 사회탐구 분야에서 일타강사로 알려진 B 씨의 생활과 윤리 과목의 모든 강좌 수강료·교재비는 총 65만7500원으로 월평균 5만4000원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패키지 강의나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강의료를 환급해 주는 ‘올 패스’ 상품이 있어서 대치동 오프라인 학원보다 저렴하게 강의를 들을 수 있다”며 “월평균으로 따지면 10만원대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사교육 업계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것인 만큼 사교육 문제를 일타강사 탓으로 돌릴 수 없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위 몇백억원씩 번다는 분들이 진짜 손에 꼽을 정도다. 각 지역 학원에서 강의를 정말 잘한다고 하는 강사들이 모인 곳이 대형학원이기 때문에 여기서 ‘일타’가 되는 건 정말 힘들다”고 했다.

이어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은 수험생들이 콘텐츠나 강의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라며 “자기의 실력과 능력을 인정받아서 돈을 많이 버는 게 자유시장 경제 체제에서는 당연한데, 사회악처럼 개혁의 대상으로 봐야 하는지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여당 일각에서도 일타강사를 악마화하는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3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강사들이) 정당하게 번 돈”이라며 “세금을 내고 적법한 것에 대해서는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사람들은 결국 사교육 제도 때문에 생긴 결과”라며 “고소득자가 그 사람들뿐이냐. 엄청나게 돈 버는 변호사도 많고 운동선수도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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