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파탐 발암논란에 떠는 제로슈거

남궁민관 2023. 6. 3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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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이달 중순 아스파탐 발암 물질 분류 예고
'펩시제로' 영향 가장 커…롯데칠성 "펩시코와 논의 중"
코카콜라·동아오츠카 영향권 밖 업체들도 포비아 우려
학계 "공포 가질 정도 아냐" 지적에도…주가까지 출렁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설탕 대체 인공감미료 중 하나인 ‘아스파탐’의 발암 물질 분류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제로슈거’ 시장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당장 아스파탐을 사용하는 ‘펩시제로’ 브랜드에 타격이 불가피한 가운데 이번 사태가 감미료 전체에 대한 ‘포비아(공포증)’로 이어질까 업계 전반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펩시제로’ 제품들.(사진=롯데칠성음료)
아스파탐이 ‘발암물질’?…국내선 펩시 타격 불가피

30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다음달 14일 아스파탐을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2B군)’로 분류키로 했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지면서 롯데칠성음료가 협력 관계인 펩시콜라 본사 펩시코와 관련 논의에 돌입했다.

롯데칠성(005300)음료가 펩시코로부터 원액을 받아 국내 생산·판매하고 있는 제로슈거 제품인 ‘펩시제로’ 3종(라임·망고·블랙)이 해당 아스파탐을 사용해서다. 원료를 비롯한 제조법 일련의 권한이 펩시코에 있는 만큼 향후 아스파탐 사용 여부 및 대체 원료·제조법에 대한 전반적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제로슈거 제품은 설탕을 대체하는 감미료를 넣어 만든다. 비만과 각종 성인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설탕의 섭취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국내 소비자들에게 각광받아왔다. 감미료는 이번 아스파탐을 비롯해 수크랄로스, 아세설팜칼륨 등 인공감미료와 알룰로스, 에리스리톨, 스테비아 등 천연감미료 등으로 구분된다.

그간 감미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학계·업계 의견은 분분했다. 신진대사에 부적절한 영향을 미치거나 심장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일부 연구결과들이 속속 등장한 반면 WHO는 물론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도 급성 독성이 없고 일일 허용 섭취량(ADI)만 준수한다면 부작용도 없다는 입장을 내왔었다. 이런 와중에 아세파탐의 발암 물질 분류는 이를 대하는 소비자들에 강한 공포심을 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감미료 포비아로 이어질까…음료업계 긴장 ↑

아스파탐을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다른 인공·천연 감미료를 활용해 제로슈거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국내 주요 음료업체들은 일단 안도하면서도 우려를 숨기지 못하고 있다.

코카콜라의 경우 전세계 일부 국가와 달리 국내에 선보인 ‘코카콜라 제로’ 등 제로슈거 제품들에 모두 아스파탐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도 펩시제로를 제외한 ‘칠성사이다 제로’, ‘밀키스 제로’, ‘탐스 제로’ 등 자체 제로슈거 브랜드도 다른 감미료를 사용하고 있다.

동아오츠카 ‘나랑드사이다 제로’는 아세설팜칼륨과 수크랄로스를을 사용하고 있고 일화의 ‘맥콜·부르르 제로’, 농심(004370) ‘웰치 제로·카프리썬’ 등 제로슈거 제품에도 아스파탐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새로’, 하이트진로(000080)의 ‘진로이즈백 제로’ 등 주요 제로슈거 소주들도 아스파탐은 사용하지 않는다.

다만 감미료 자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이른바 ‘감미료 포비아’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는 이들 업체 공통된 우려다. 한 음료업계 관계자는 “감미료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담은 소비자단체, 연구기관들의 지적이 나온 것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나 이번 아스파탐 이슈로 명확한 과학적 증거없이 감미료 전체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이 확산할까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스파탐과 관련된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이날 음료업체들과 설탕업체들 간 주가가 요동을 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전개되기도 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전날 종가 대비 1600원 떨어진 12만5100원을 기록한 반면 삼양사(145990)는 1600원 오른 4만2900원, 대한제당(001790)은 375원 오른 3510원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IARC 분류상 1군은 담배와 술, 방사선처럼 인체 발암성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있는 경우이며 2A군과 2B군은 동물 발암성이 부분적으로 과학적 증거가 확인됐으나 인체에 대해선 확인되지 않은 경우”라며 “분류 자체가 발암성이 강하다, 약하다의 개념이 아니라 인체 또는 동물 발암성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많은지, 적은지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B군으로 분류된 물질을 간헐적으로 섭취한다고 해서 대표적 만성질환인 암에 걸릴 것처럼 공포에 떨 일이 아니다”라고 현 상황을 경계했다.

남궁민관 (kunggij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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