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영아살해' 친모 단독 범행?…친부는 "혐의 없음"

CBS노컷뉴스 정성욱 기자 2023. 6. 3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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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살인 혐의로 30대 친모 오늘 송치
냉동실에서 5년 방치된 시신…"특별한 이유 없었다"
"형편 어려워 범행"…경찰 "살해할 만큼 빈곤은 아냐"
친부는 불송치…"범행 알았다는 근거 없어"
'수원 냉장고 영아살해' 사건 피의자 30대 친모 A씨가 30일 오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수원 냉장고 영아살해' 사건은 30대 친모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났다. 경찰은 피의자로 입건했던 남편은 범죄를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불송치 결정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30일 살인, 사체은닉 혐의로 이 사건의 친모 A씨를 송치했다.

A씨는 2018년 11월 4일 첫 번째 피해자이자 자신의 넷째 아이를 집으로 데려와 살해한 뒤 냉장고 냉동고에 시신을 보관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19년 11월 20일 병원 퇴원 후 인적이 드문 길거리에서 다섯째 아이를 목졸라 살해하고 집 냉동고에 보관한 혐의도 있다.

A씨는 이미 자녀 세 명을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영아살해→살인 변경…"살해할 만큼 빈곤 시달리진 않아"

경찰은 당초 '영아살해' 혐의로 A씨를 입건했으나 관련 판례를 검토해 '살인' 혐의로 변경 적용했다.

형법 251조가 규정하는 '영아살해'는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해서 또는 양육할 수 없다고 예상, 참작할 만한 동기로 분만중 또는 분만직후 살해할 경우에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즉, 동기(경제적 어려움)와 요건(분만 직후)이라는 두 가지가 충족돼야 하는 것인데 경찰은 A씨의 범행이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것은 맞지만, 영아를 살해할 만큼 빈곤에 시달리진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채무관계가 있다는 A씨의 진술과는 달리 구체적인 사안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아이를 살해한 시점이 분만 직후가 아니라는 점도 고려됐다. A씨는 두 영아 모두 출산한 다음 날에서야 살해했다. 아울러 A씨가 친부 B씨와 나눈 메시지 등을 봤을 때 심리적으로 불안한 점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친부 참고인→피의자→불송치…"범행 인지 정황 없어"

영아 시신이 발견된 수원시 장안구의 한 아파트 모습. 박창주 기자

사건이 알려진 직후 B씨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B씨가 A씨의 만삭 사실을 몰랐을리 없다는 점, 매일 사용하는 냉장고에 시신이 들어있었던 점, 지난해 말에는 이사까지 하면서 냉장고를 정리했을 것이란 추측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경찰은 피해 영아들의 친부 B씨에 대해선 범행을 인지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는다며 불송치하기로 했다.

경찰은 B씨가 첫 번째 피해영아 출산(2018년)은 임신 사실 자체를 몰랐으며, 두 번째 피해영아(2019년)에 대해선 임신은 알았으나 낙태한 걸로 알았다고 판단했다.

경찰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A씨 부부의 휴대전화를 포렌식 분석했으나, B씨가 범행을 인지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화는 없었다는 것이다. 2018년 출산 당시에는 두 사람 사이에 영아 언급은 없이 일상 대화만 오고 간 것으로 파악됐다. 2019년 역시 B씨가 A씨에게 낙태 결과를 물어보는 등 임신 후 살해했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만한 대화는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임신을 하더라도 "외적으로 구분이 잘 안 된다"고 진술했는데, 경찰은 산부인과 전문의에 문의한 결과 "체구가 왜소하면 겉으로 티가 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A씨가 2018년 산부인과에 입원할 당시 보호자 서명란에 있던 B씨의 서명은 A씨가 대리로 기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경찰은 사건 초기 B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그러나 참고인 신분으로는 방어권 보장 등으로 수사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방조 혐의를 적용하고 피의자로 전환했으나, 관련 증거가 확인되지 않아 '혐의 없음' 처분했다.

시신 왜 냉장고에? "그냥…이유 없었다"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로 구속된 '수원 냉장고 영아살해' 피의자 30대 친모 A씨. 연합뉴스

경찰 수사는 일단락 됐지만, 여전히 남는 의문점이 있다. A씨가 자신이 살해한 두 영아 시신을 5년 동안이나 집 냉장고에 넣어둔 것이다.

다만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를 놓고 "부모로서 남은 마지막 죄책감 때문"이라는 의견과, "시신을 보관하기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목소리 등이 여전히 분분하다.

한편 경찰은 피해자보호계를 통해 두 영아 시신의 장례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또 지자체와 협력해 남은 기존의 세 자녀들의 정신건강 지원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어린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피해아동들의 명복을 빈다"며 "관련 사건들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하고,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게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앞서 이번 사건은 보건복지부에 대한 감사를 한 감사원이 출산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는 되지 않은 사례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당국에 통보하면서 드러났다. 수사의뢰를 받은 경찰은 지난 21일 A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냉장고 속 검정 비닐 안에 있던 영아 시신 2구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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