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성은 왜 하필 타인의 아픔을 듣는 초능력을 가진 걸까('기적의 형제')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6. 3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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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밥 쏟아진 ‘기적의 형제’, 초능력 판타지가 주는 기대감의 정체

[엔터미디어=정덕현] 시작부터 시간을 뛰어넘는 판타지가 전개된다. 과거로부터 시간의 장벽을 뛰어넘어 현재로 날아든 강산(배현성)이라는 미스터리한 소년이 그 주인공이다. 그 소년은 하필이면 현실이 꼬이고 꼬여 절망적인 상태에 놓인 소설가 지망생 육동주(정우)의 차로 뛰어들었다. 이 교통사고로 강산은 죽었다 다시 살아나 혼수상태에 빠지고, 절망의 끝에 놓였던 육동주는 강산의 가방에서 나온 '신이 죽었다'라는 놀라운 소설을 읽고는 결코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는다. 그렇게 자신이 썼다 속여 출간한 소설은 베스트셀러가 된다.

JTBC 수목드라마 <기적의 형제>는 판타지로 시작한다. 하지만 박찬홍 감독과 김지우 작가가 지금껏 해왔던 일련의 작품들이 그러하듯이 미스터리와 스릴러가 빠지지 않는다. 갑자기 현재로 날아 들어온 강산이라는 인물이 도대체 누구인지, 그가 시간의 벽을 넘을 때 그를 뒤쫓던 자들은 누구인지, 또 그가 가져온 가방 안에 들어 있던 빛을 내는 돌의 정체는 무엇이며, '신이 죽었다'는 소설 원고는 과연 누구의 것인지 등등. 궁금증을 자극하는 떡밥들이 시작부터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무엇보다 궁금한 건 강산이라는 소년이 갖고 있는 특별한 능력이다. 눈이 파랗게 변하면 상대를 뒤로 날려버릴 수 있는 염력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가 가진 진짜 능력은 누군가의 고통과 절규를 듣는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깨어난 그는 그래서 곧 임종을 맞이할 할머니의 목소리를 듣고는 그것을 딸에게 전해준다. 요양원에 자신을 맡긴 걸 너무 자책하지 말라며 사랑한다는 할머니의 그 말은 그래서 강산의 입을 통해 남은 자들의 가슴에 닿게 된다.

또 병원에서 강산을 진료한 의사 이수연(이지현)이 겪은 아픔 또한 강산은 듣는다. 마트에 갔다가 남편이 '묻지마 살인'에 살해된 것. 아이를 지키기 위해 남편은 그렇게 죽었고, 그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만 같던 그는 아이를 위해서라도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하지만 그 병원으로 바로 그 살인범이 찾아오자 이수연은 살인 충동을 느끼고 이를 실행하려 한다. 강산은 바로 그 마음의 소리를 듣고 순간 시간을 멈춰 살인을 막는다.

여기서 흥미로운 대목은 강산이 이수연과 그 살인범의 손을 각각 잡고 하는 행동이다. 그는 이수연의 기억과 고통이 고스란히 살인범에게 옮겨가게 만든 것이다. 이 판타지적 행동은 무얼 말해주는 걸까. 그건 결국 타인의 고통을 듣지 않아 별 감정도 없이 벌어지는 사건들을, 이 강산이라는 소년은 저 가해자들에게 고스란히 들려주는 그런 능력까지 갖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피해자의 고통을 듣는 능력이 먼저이지만.

미스터리 스릴러의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기적의 형제>는 아직까지 사건의 전말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오리무중 상태다. 강산의 기억이 되돌아와야 그가 왜 이곳으로 넘어오게 됐는가를 알 수 있고, 그가 갖고 있는 돌과 '신이 죽었다'라는 소설 원고의 정체도 알 수 있다. 나아가 하필이면 그가 육동주의 차에 뛰어든 것도 우연한 일처럼 보이지 않는다. 또한 이들 주변에 어른거리는 손에 화상 흉터가 있는 미스터리한 남자의 정체도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이른바 '떡밥 드라마'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벌써부터 사건의 전말에 대한 추리와 추측을 내놓고 있는 중이다. 아직 본격적으로 얼굴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손에 흉터가 있는 자는 카이(오만석)일 것이고 그는 아마도 강산의 형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나오고, '신이 죽었다'라는 소설 원고는 실제 벌어졌고 벌어질 사건들을 적어놓은 것으로 강산이 쓴 게 아니라 카이가 썼을 수 있다는 추리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육동주의 아버지가 과거 책방을 했었고 보육원 아이들을 챙겼는데 그 때 변고를 당했던 형제가 강산과 카이가 아닐까 하는 이야기도 나온다. 물론 이 모든 사건의 최종 빌런들로 슬쩍 소개된 '포르투나' 모임 멤버들이 거론되고 있고, 그곳을 운영하는 강혜경(서재희) 사장 역시 카이와 관계된 인물이 아닐까 하는 예상을 하는 이들도 있다.

무엇 하나 드러난 것 없이 무수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널려 있고 그 하나하나의 퍼즐을 풀어 진실을 알아가는 재미를 주는 드라마지만, 무엇보다 흥미롭고 궁금한 건 강산이라는 미스터리한 인물이 가진 능력이다. 타인의 고통을 듣고 또 그걸 전하는 그의 능력이 말해주는 건 아마도 <기적의 형제>가 하려는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된다. 정반대로 말해 타인의 고통에 귀 기울이지 않는 비정한 세상에 대해 '공감 능력'을 통해 하는 반격이라고나 할까. 이 초능력이 줄 위로와 카타르시스가 기대감을 주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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