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피의자 된 전공의 만난 의협…"의료시스템 구조적 문제"

"전공의는 피교육자인 동시에 근로자…필수의료 지원율 하락"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등 법적부담 해소방안 시급"

대한의사협회가 올 3월 대구에서 응급실을 찾지 못해 구급차에서 숨진 17살 여학생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대구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의 3년차 전공의 A씨를 위로하며 "의료인들의 법적 부담을 해소시킬 수 있는 제도 정착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대한의사협회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3월 대구에서 응급실을 찾지 못해 구급차에서 숨진 17살 여학생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대구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3년차 전공의 A씨를 위로하며 "의료인들의 법적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 정착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의협은 지난 29일 이필수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이 대구 동구 소재 대구파티마병원을 찾아 A씨를 위로했다고 30일 밝혔다. 현재 대구 북부경찰서는 A씨에게 응급의료법 위반(정당한 사유없는 수용 거부)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

지난 3월 19일 4층 높이 건물에서 떨어진 17살 여학생이 구급차를 타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숨진 일이 있었다. 당시 구급대가 환자를 데리고 처음 간 병원이 지역응급의료센터인 대구파티마병원이다.

의협에 따르면 전공의 A씨는 외상환자의 자살시도가 의심된다는 119 구급대 설명을 듣고 의식이 명료하고 활력징후가 안정적이라는 판단 하에 정신건강의학과 입원치료가 가능한 경북대학교병원으로의 전원을 권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필수 회장은 "세상을 떠난 환자 분께는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다만 이는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와 의료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것"이라며 "책임을 피교육생 신분인 전공의에게 지우는 것은 우리 사회와 국가가 제대로 된 책무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하루빨리 응급의료 분야 등 필수의료 분야의 의료인들이 마음 놓고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환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며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과 같이 의료인들의 법적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 정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A씨가 다시 예전처럼 환자들을 진료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성훈 의협 법제이사는 "사람의 생사가 오가는 응급의료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한 대응"이라며 "다소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종사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전공의들도 이번 일이 응급의료 전반의 구조적 문제가 원인이지 전공의 개인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23일 "전공의는 전문과목의 지식을 익히는 피교육자인 동시에 수련병원에서 일하는 근로자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대전협은 "강화되는 응급실 환자 수용에 대한 지침과 더불어 전공의에 대한 법적 책임을 따져묻게 될 경우 필수의료 전공의 지원율 하락이 우려된다. 실제로 모 상급종합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구속수사 이후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떨어진 일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전공의 착취로 운영되는 병원급 의료기관의 운영을 전공의법 개정 및 병상당 전문의 인력기준 확보 등을 통해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하고, 관련 행정적·재정적 지원에 대한 정부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을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