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마을 챙기던 여장부" 함평 수리시설 감시원 빈소 '눈물'

정다움 2023. 6. 30.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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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에겐 엄격하셨지만, 주위 사람들에겐 베풀기 좋아하셨어요. 가족 뒷바라지만 하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집니다."

30일 오전 전남 무안군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함평 수리시설 감시원 오모(67) 씨의 장남 A씨는 어머니의 사망 소식이 믿기질 않는다는 듯 허망한 표정만 지었다.

이른 나이에 결혼 생활을 시작한 오씨는 두 아들의 뒷바라지에 헌신한 어머니였고, 주위 사람들에게는 마을을 챙기는 여장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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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내리던 밤 수문 열다 참변…어려운 형편에도 주위 먼저 챙겨
무안에 마련된 함평 수리시설 감시원 빈소 (무안=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30일 오전 전남 무안군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함평 수리시설 감시원'오모(67) 씨의 빈소에서 조문객들이 헌화하고 있다. 2023.6.30 daum@yna.co.kr

(무안=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자녀들에겐 엄격하셨지만, 주위 사람들에겐 베풀기 좋아하셨어요. 가족 뒷바라지만 하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집니다."

30일 오전 전남 무안군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함평 수리시설 감시원 오모(67) 씨의 장남 A씨는 어머니의 사망 소식이 믿기질 않는다는 듯 허망한 표정만 지었다.

오씨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지난 27일 하천 수문을 살피다가 실종된 후 숨진 채 발견된 인물이다.

아들 A씨는 하얀 꽃에 파묻힌 고인의 영정사진을 한없이 바라보다가 충혈된 눈에서 흐른 눈물을 검은 상복으로 닦아냈다.

이내 맥없이 빈소에 주저앉아 "살가운 아들이 아니라서, 효도 한번 하지 못한 아들이라서 죄송하다"며 무너지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A씨가 기억하는 고인은 '책임감이 강한 여장부'였다고 한다.

사고가 난 지난 27일 밤에도 지역 유일의 여성 수리시설 감시원이라는 역할을 다하기 위해 집 밖을 나섰다.

폭우로 넘실대는 하천 수문 6개 중 닫혀있던 3개를 열었는데, 수문이 수초에 걸려 열리지 않자 기다란 도구를 이용하다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결국 오씨는 구조대원의 수색 이틀째인 지난 29일 수리시설로부터 1㎞ 떨어진 교각 아래 수풀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차가운 물 속에서 수습된 오씨의 손목에는 어두운 밤을 비추기 위해 썼던 손전등이 매달려 있었다.

사고 당시 오씨와 동행했던 남편은 "위험하니 놔두고 오라"고 소리쳤지만, 쏟아지는 빗소리에 파묻혔다고 한탄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무안=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30일 오전 전남 무안군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함평 수리시설 감시원'의 빈소에 조화가 놓여 있다. 2023.6.30 daum@yna.co.kr

이른 나이에 결혼 생활을 시작한 오씨는 두 아들의 뒷바라지에 헌신한 어머니였고, 주위 사람들에게는 마을을 챙기는 여장부였다.

하루가 멀다고 홀로 사는 어르신들에게 손수 만든 반찬과 주전부리를 전달했고, 최근에는 부녀회장직을 맡아 이웃들을 챙겼다.

마른 눈물을 흘린 A씨는 인터뷰 중 어머니께 평소 하지 못했던 말을 모두 쏟아냈다.

그는 "무뚝뚝한 아들이라 애정 표현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장남이지만 해외여행 한번 모셔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어머니 생각만 하면 회한만 남는다"고 서글프게 말했다.

이어 "어머니를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애쓰신 소방 당국, 함평군, 농어촌공사 직원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da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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