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구속력도 없는 불체포 특권 포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방재혁 기자 2023. 6. 3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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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향한 정치 수사에 대해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고 밝힌 것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불체포특권 포기 공동서명 제안에 계속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와 당내 악재가 계속되자 여러 정치적 계산 끝에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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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향한 정치 수사에 대해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9일 깜짝 발표를 했다.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고 밝힌 것이다. 언론에 사전 배포한 연설문에는 없던 내용이었다. 당대표로 당선된 직후부터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계속된 것을 감안하면 이번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은 많이 늦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선언이 늦었다면 행동이라도 빨랐을까. 이 대표와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불체포특권 포기 공동서명 제안에 계속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대표가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지 열흘 이상 지난 30일까지도 의원총회에서 여당의 공동서명 제안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12일 동안 향후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말만 하며 대답을 피했다.

민주당은 연이은 당내 악재들을 돌파하기 위해 구성한 혁신위의 말도 듣지 않았다. 혁신위의 1호 혁신안이 바로 불체포 특권 포기 당론 채택이었다. 쇄신이 필요하다며 이 기구를 만든 것이 이 대표였지만, 혁신의 화살이 자신에게 향하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비명계 이상민 의원은 “민주당 혁신위의 불체포특권에 관한 제안에 대해 당 지도부는 왜 우물쭈물 엉거주춤하고, 혁신위는 당 지도부의 그런 입장에 왜 가만있는지 의아스럽다”고 비판했다.

사법리스크에 대한 ‘방탄’ 논란, 이 대표를 비롯한 노웅래·이성만·윤관석 의원 등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 등 불체포 특권과 관련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만든 것이다. 물론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를 작성한 것이 ‘정치쇼’라는 일각의 비판도 있다. 불체포 특권은 의원 개개인의 권리인 만큼 당 소속 의원들의 포기 여부를 당 지도부가 결정하고 강요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 대표만큼은 어떤 방식으로든 여당의 공세와 혁신위의 제안 이후 확실한 의지 표명을 다시 했어야 했다.

게다가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은 헌법에 명시된 권리라 의원들의 단순 선언이나 서명만으로는 법적 효력이 생기지 않는다. 법적 효력이 생기려면 개헌이 필요해 지금 당장 실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만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넘어왔을 때 의원들이 가결하는 방식으로 실천할 수는 있다. 그럼에도 지금과 같은 어정쩡한 태도를 보인다면 향후 ‘방탄 국회’를 소집하지 않겠다는 방침 역시 신뢰하기 어렵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지금까지 민생을 강조해왔고 사법리스크가 불거질 때마다 민생 행보를 통해 돌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사법리스크, 방탄 논란 등을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다 보니 민생 행보에도 민생이 이슈가 되지 못하고 기자들의 사법리스크 질문만 이어졌다. 민생을 강조하려면 결국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고 이는 말뿐이어서는 안 된다.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와 당내 악재가 계속되자 여러 정치적 계산 끝에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했을 것이다. 그러나 계산할 만큼 계산하고 내놓는 발언에 국민은 속지 않는다. 계산된 침묵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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