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게임위…신뢰도 추락 어디까지
2016년 내부 전산망 구축과정서 비위행위 확인
게임위 “자체 혁신방안 추진”, 책임자 형사고발도
게이머들에도 외면당해, 안팎에서 신뢰도 추락 우려
감사원은 지난 29일 게임위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이상헌 더불어민주당이 게임 이용자 5000여명과 함께 요청한 국민감사청구의 결과다. 당시 이 의원은 게임위의 등급분류 통합시스템 구축 사업에 비리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 총 6건의 감사결과를 처분요구하거나 통보·고발했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문제의 발단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게임위가 등급분류를 위한 게임물 통합시스템 구축을 위해 40억~50억 규모의 예산을 투입했는데, 2019년 전산망을 구축했음에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일반적이라면 게임위는 시스템을 구축해주는 외주업체로부터 배상을 받아야 하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오히려 게임위 A사무국장은 시스템 개발을 완료하지 않은 외주업체에 대금부터 지급했다. 의아스러운 일이다.
감사원도 관련 과업이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게임위가 검수 후 대금 지급 등 계약관리 업무를 부당처리하고, 납품이 확인되지 않은 물품과 용역에 대금을 지급했다고 언급했다. 감사원은 “과업이 완료되지 않았는데도 합격한 것으로 검수한 후 대금을 모두 지급했지만, 사업자는 과업을 마무리하지 않고 철수해 최소 6억원 이상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해당 의혹이 불거지자 게임위는 언론 등에 허위·과장된 해명자료를 작성하고, 추가 감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료를 허위로 작성한 점도 지적됐다. 감사원은 “통합시스템의 과업 진척률도 97%이라고 했지만, 실제 진척률은 47%에 불과했다”고 했다.
감사원은 이같은 감사결과를 토대로 게임위 위원장에게 통합시스템 등 용역계약의 준공검사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관련자에 대해 문책요구(정직)를 하도록 하고,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거짓 감리보고서를 작성한 감리업체에 업무정지 처분을 하도록 하는 등 6건을 처분요구 또는 통보했다.
게임위 본부장 3명 보직사퇴, 혁신 가능할까
이같은 감사원 결과가 나오자 게임위는 그제서야 “감사원 처분 요구에 따른 후속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해나가고 재발방지에 대한 자체적인 혁신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우선, 감사 결과 비위행위가 확인된 위주업체, 내부 책임자(퇴직자 포함) 등에 대한 형사고발 및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또 관련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책임자는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조직 쇄신도 약속했다. 내부 본부장 전원이 보직에서 사퇴하고 유사 비위가 재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재무계약팀을 신설한다. 사업계획, 계약체결, 사업검수, 결과보고 및 자금집행 등 사업 전 단계에 대한 관리와 검증을 강화한다. 감사조직도 인력을 기존 3명에서 4명으로 확대한다.
김규철 게임위 위원장은 “감사원 처분 요구사항을 철저히 이행할 것을 약속한다”며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를 위원회 내부의 문제를 해소하고, 국민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기관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게임위의 적극적인 후속조치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다소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게임위는 문화체육관관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이다. 자율성을 보장해야 하는 공공의 목적을 지닌 조직이다. 그런만큼 더 내부 시스템를 철저하게 했어야 한다.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기 전,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졌을 때 선제적으로 ‘자체 조치’를 취했다면 어땠을까.
가뜩이나 게임위는 최근 게임 이용자들에게도 외면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1월 15세 이용가였던 넥슨의 ‘블루 아카이브’ 등급을 청소년 이용불가로 상향시켜 게임 이용자들의 불만을 샀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촉발된 젠더 갈등이 배경이 됐던터라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 ‘고무줄 등급분류’라며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이번 감사로 내부 비위행위까지 사실로 드러났으니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 게임위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하나의 조직이 안팎의 문제로 신뢰를 잃게 되면 향후에도 잡음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게임위는 태생적으로 비판을 달고 갈 수밖에 없는 조직인데, 내부 시스템이 다른 공공기관들과 보다 너무나 허술했던 것도 신뢰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김정유 (thec9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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