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관저 앞 소나무 세그루…"노태우·노무현 대통령이 심어"
내달 1일 '대통령의 나무들' 탐방 프로그램…박상진 교수 특별 해설도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청와대 관저 앞에는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심은 소나무 세 그루가 동거하고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1년 관저 준공 기념식수로 세 그루를 심었고, 한 그루가 죽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빈자리에 연생이 비슷한 소나무를 심었다. 사철 잎이 푸른 소나무는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상록수'이다.
'청와대의 나무들'의 저자인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는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기념식수 탐방 행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첫 해 식목일에 전직 대통령이 심은 나무가 죽은 자리에 나무를 심은 것은 파격적인 면모"라며 "보통 기념식수는 20~30년생을 심는데, 당시 조경 직원의 얘기에 따라 굵기를 맞춰 심은 것으로 안다"고 소개했다.
이날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청와대 10대 연중 기획프로그램의 하나로 7월 1일부터 운영하는 '수목 탐방 프로그램: 대통령의 나무들'에 앞서 열렸다.
청와대에는 기념식수가 없는 윤보선을 제외하고 역대 대통령 11명이 심은 32건의 35그루 나무가 살고 있다. 이들 나무는 대통령의 취향과 관심, 식수를 하던 당시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백악교 인근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기념식수인 전나무는 박 교수가 찾아내는 데 애를 먹은 나무다. 이승만의 기념식수로는 유일하게 남은 나무로, 국가기록원에는 1960년 3월 25일 기념식수를 하는 사진이 있다. 사진 속 전나무는 수령 10년생 정도이며 위치는 상춘재 옆 계곡으로 추정되는데 현재 이 자리엔 70살이 조금 넘은 키 25m의 전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박 교수는 "당시 식수를 하고서 세운 나무 팻말이 썩고 사라져 이 나무를 찾아내고서 기뻤다"며 "이승만 대통령은 헐벗은 산을 푸르게 하는 산림녹화와 목재 자원 공급을 위해 전나무를 기념식수로 선정했던 것으로 짐작한다"고 말했다.
본관과 대정원 사이에 자리한 구상나무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제24회 서울올림픽 성공을 염원하는 뜻으로 1988년 식목일에 심었다. 구상나무는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희귀 수목으로 학명(Abies koreana)에도 한국을 뜻하는 '코레아나'(Koreana)가 담겨 있다.
박 교수는 "구상나무는 산꼭대기 같은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데, 환갑 정도 된 이 나무가 건강하게 자란 것은 1991년 지어진 본관 건물 옆으로 시원한 바람골이 생겨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빈관 인근의 가이스카향나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념식수로 유일하게 인정받은 나무다. 16년간 청와대에서 산 박 전 대통령은 여러 그루의 나무를 심었지만, 청와대 경내가 변화하며 찾을 수 없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이 영빈관을 준공한 1978년 12월 언 땅을 파고서 심어 100살이 넘은 나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구본관 뒤 노란 꽃이 피어있는 모감주나무에 대해 "(기록상으론) 박 전 대통령이 심은 나무로 보인다"며 "육영수 여사가 돌아가신 이듬해 현충원 묘소에 심고 돌아와서 청와대 구본관 뒤에도 심었다는 기사가 있는데 이 나무로 짐작한다"고 했다.
또한 문재인 전 대통령도 모감주나무를 좋아해 지난해 식목일 녹지원에 19대 대통령을 기념한 19년생 모감주나무를 심었다고 덧붙였다.
영빈관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6월 평양에서 첫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이를 기념해 심은 홍단심 무궁화가 활짝 펴있다. 당시 무궁화 전문가로 알려진 성균관대 심경구 교수에게 가장 좋은 무궁화를 기증받아 심었다고 전해진다. 심을 당시 18살의 나무로 올해 41살에 이른다.
박 교수는 "기념식수 수종은 국민이 가장 좋아하고 우리나라에 많이 있는 소나무와 함께 무궁화가 많다"며 "김 전 대통령이 무궁화를 심어 애국을 강조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고 했다.
이 밖에도 청와대에는 상춘재에 문재인의 동백나무와 전두환의 백송, 구본관터에 김영삼의 산딸나무, 소정원에 박근혜의 이팝나무와 이명박의 무궁화가 있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자연수목원 청와대에는 208종 5만여 그루의 나무가 있다"며 "그중 '대통령의 나무들'은 청와대만의 특별함을 전달하는 새롭고 차별화된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체부가 다음 달 1일부터 진행하는 수목 탐방 프로그램은 매일(매주 화요일 휴관) 오전 11시와 오후 4시에 상춘재에서 시작해 관저와 본관을 지나 영빈관까지 이어진다. 최규하 전 대통령 식수는 청와대 입장게이트 밖(헬기장 인근)에 있어 이번 탐방에서 제외된다. 전문해설사가 약 60분간 진행하며 별도 신청 없이 청와대 관람객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박상진 교수는 7월 8일과 15일 오전 9시 30분부터 90분간 특별해설을 한다. 참여 희망자는 30일 오후 2시부터 청와대 국민개방 누리집(opencheongwadae.kr, 관련 문의는 1522-7760)에서 사전신청 방법을 확인하면 된다. 회차당 선착순 30명을 선정한다.
아울러 문체부는 지난 1일부터 청와대 본관에서 열리는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여기 대통령들이 있었다' 전시에 14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갔다고 밝혔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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