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밥 주세요, 배고파요”...네살 딸아이의 호소 배신한 엄마

딸 학대해 숨지게 한 친모 징역 35년
사망 당시 몸무게 또래 절반인 7kg
엄마 폭행으로 시력도 거의 상실
동거녀 강요로 1574회 성매매하기도
“엄마에 대한 딸의 신뢰를 배신한 것”

엄마의 학대로 미라처럼 마른 B양. 사망 당시 B양은 키 87cm에 몸무게는 또래의 절반인 7㎏였다. [자료=SBS 그것이 알고싶다]

4세 딸에게 6개월간 분유만 주고 상습적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20대 친모에게 35년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는 30일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친모 A씨에게 징역 35년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12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아동관련 기관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14일 오전 6시께 부산 금정구 주거지에서 자신의 딸 B양(4)의 얼굴과 몸을 여러 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망 당시 B양은 키 87cm에 몸무게는 또래의 절반인 7㎏도 되지 않아 출동 경찰관이 처음에는 사인으로 영양실조를 의심했을 정도였다.

B양은 A씨 폭행으로 사시 증세를 보였고, 병원 측의 시신경 수술 권유에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결국 B양은 사물의 명암 정도만 겨우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증세가 악화해 사실상 앞을 보지 못하게 됐다.

사망 당일에는 오전 6시부터 폭행과 학대가 이어졌다. B양이 “엄마 밥 주세요. 배고파요”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A씨는 폭행을 가했으며, B양이 신음소리를 내며 발작을 했지만 학대가 발각될까봐 경찰이나 병원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법원 종합청사 [자료=연합뉴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 아동을 오랜 기간 동안 밥을 굶기고 강도 높은 폭력을 행사해왔다”며 “피해 아동이 느꼈을 육체적·정신적 고통과 범행의 잔혹성 등을 고려하면 최대한의 중한 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재판 과정에서는 A씨가 동거녀 C씨와 그 남편 D씨의 강요로 1년 반 동안 1574회의에 걸쳐 성매매를 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A씨의 부모가 4세 무렵 이혼을 하고 학창 시절 따돌림을 당하는 등 불우한 성장과정을 거쳤으며, 무직인 남편의 학대를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와 친구 C씨를 만나 같이 살게 됐다”며 “열등감이 많고 남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A씨가 사회적으로 고립돼 친구인 C씨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결론적으로 A씨의 범행은 자신을 사랑하고 보호해 줄 것이라고 믿었던 엄마에 대한 피해 아동의 사랑과 신뢰를 배신한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