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산사태 사망 여아 가족의 눈물…"손쓸 틈도 없었어요"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매몰됐었어요. 아내는 제가 어떻게든 꺼냈는데 아이는."
30일 경북 영주 산사태로 생후 14개월 된 딸아이를 잃은 부친 A씨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A씨는 영주시내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은 기자에게 "아이가 있던 침대가 흙더미에 폭삭 들어갔다"며 "집안에 흙과 물이 계속 쏟아져 들어와 정말 손 쓸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주=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매몰됐었어요. 아내는 제가 어떻게든 꺼냈는데 아이는…."
30일 경북 영주 산사태로 생후 14개월 된 딸아이를 잃은 부친 A씨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A씨는 영주시내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은 기자에게 "아이가 있던 침대가 흙더미에 폭삭 들어갔다"며 "집안에 흙과 물이 계속 쏟아져 들어와 정말 손 쓸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긴박했던 순간 아이 아버지는 산사태를 감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던 중 나무가 쪼개지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이상하다 싶어서 불을 켰는데 (집안에) 바로 토사가 넘어왔다"라며 "몸으로 무너지는 벽을 막으면서 아내와 아이를 구하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방 안에서 아직 자고 있던 아내는 순식간에 무너진 벽면을 정면으로 맞았다고 한다.
그는 "벽을 막으면서 다른 가족들을 깨워 아내부터 꺼내게 했다"며 "아이는 침대가 구조상 푹신하다 보니 토사가 깔려 있어 도저히 구할 수가 없었다"며 울먹였다.
그는 "아이가 숨 쉴 공간만 있었어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고 했다.
매몰 사고가 난 주택은 3대가 함께 사는 가정집이었다. 3대째 수십 년 넘게 살아오면서 태풍과 장마에도 큰 피해가 없었다고 한다.
사고 당시 일가족 10명 중 9명이 집안에서 자고 있었고 작은삼촌은 새벽 일찍 출근한 상태였다.
이틀 새 내린 물 폭탄은 한쪽 사면이 깎여있는 산을 무너뜨렸고, 흙더미는 지붕과 벽을 뚫고 밀려 들어왔다.
집안 곳곳은 진흙으로 엉망이 됐고 바닥에는 아이가 가지고 놀았을 인형이 나뒹굴었다.
숨진 여아의 가족들은 1년 전쯤 언덕 위에 있던 낡은 초가집이 철거된 영향이 크다고 주장했다.
한 가족은 "윗집에서 도랑을 파놓고 물이 잘 빠지도록 관리를 해놓은 상태였다"며 "초가집이 철거되기 전에는 물이 우리 집 쪽으로 내려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웃집 초가가 철거된 후 사고를 우려한 숨진 여아의 가족들은 초가집 터에 쌓인 흙더미가 자신들의 가옥에 넘어오지 않게 임시로 비닐 천막을 쳐놓기도 했다고 한다.
이날 오전 4시 43분께 영주시 상망동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에 매몰된 여아가 2시간 만에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지만 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산사태가 발생한 바로 옆 동네인 영주시 이산면에서는 전날 밤부터 이날 정오까지 314.5㎜의 비가 내렸다.
hsb@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모르는 20대 여성 따라가 "성매매하자"…60대 실형 | 연합뉴스
- "창문 다 깨!" 31년차 베테랑 구조팀장 판단이 52명 생명 구했다 | 연합뉴스
- 中대학생 '교내 묻지마 칼부림'에 25명 사상…"실습공장서 착취" | 연합뉴스
- 평창휴게소 주차 차량서 화재…해·공군 부사관 일가족이 진화 | 연합뉴스
- 경찰, '동덕여대 건물 침입' 20대 남성 2명 입건 | 연합뉴스
- 패혈증 환자에 장염약 줬다가 사망…의사 대법서 무죄 | 연합뉴스
- KAIST의 4족 보행로봇 '라이보' 세계 최초 마라톤 풀코스 완주 | 연합뉴스
- [샷!] "채식주의자 읽으며 버텨"…'19일 감금' 수능시험지 포장알바 | 연합뉴스
- 영국서 女수감자 '전자장치 착용' 조기 석방 검토 | 연합뉴스
- 태국 남성, 개 4마리 입양해 잡아먹어…유죄판결시 최대 징역2년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