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 유증 악재까지...투자금 회수에 골머리 앓는 증권사들

백지현 2023. 6. 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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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등 3000억원어치 CB 실권 인수
주가하락시 리픽싱 없고 풋옵션도 부재
주가반등 필수적...주가는 상장이래 최저

CJ CGV가 채무 상환을 위해 5000억원대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가운데, 지난해 7월 회사가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인수한 증권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시 주주우선공모 방식의 CB 발행을 주관한 증권사들은 흥행 실패로 3000억원에 달하는 실권물량을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인수해야 했다. 실권이 발생하면 모두 떠안는 총액 인수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이 인수한 금액은 2000억원이 넘는다.

문제는 당시 CB 구조가 발행회사(CJ CGV)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로 설계돼 실권물량을 떠앉은 증권사들이 선택 가능한 옵션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 상황에서 이번 유증으로 이례적으로 많은 물량의 신주를 발행하면서 주가도 흘러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권물량을 인수한 증권사들은 손놓고 주가반등만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래픽=비즈워치

미래에셋 등 증권사 3000억 규모 CB 보유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CJ CGV는 지난 20일 이사회를 통해 57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최대주주인 CJ는 이 증자에 600억원을 출자한다. 이와함께 비상장사인 CJ 올리브네트웍스 주식 4500억원 어치를 현물출자한다.

이번 유상증자로 지난해 CJ CGV가 발행한 35회차 CB를 인수한 증권사들은 엑시트 전략에 차질이 빚어졌다.

앞서 지난해 7월 CJ CGV는 40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만기가 30년이고 이를 계속 연장할 수 있어 사실상 영구채다. 당시 CB는 흥행 실패로 청약률 7.78%에 그쳤다.

이에 3688억원의 실권주 물량은 고스란히 주관사였던 미래에셋증권을 포함해 NH투자증권, KB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에 돌아갔다. 인수의무 비율에 따라 △미래에셋증권 2305억원 △NH투자증권 829억원 △KB증권 461억원 △유진투자증권 92억원을 배분받았다. 이들은 대부분 물량을 그대로 쥐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가장 물량을 떠안은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주식 등 대량보유상황보고'(5%공시)를 통해 주식 전환시 지분율이 20.5%에 달한다.

CJ CGV 35회차 전환사채 인수 추정/그래픽=비즈워치

전환가 조정도, 차익실현도 불가

당시 CB 발행 구조 자체가 채무자인 회사(CJ CGV)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로 짜여져 있는 점이 실권물량을 인수한 증권사들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우선 시가하락에 따른 가격조정(리픽싱) 조항이 없다. 통상 CB를 발행할 때는 리픽싱이 가능해 투자자가 주가하락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CB는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전환가액이 조정되지 않는다.

물론 시가를 하회하는 발행가격으로 유상증자, 주식배당, 자본전입 등 주식을 발행하거나, 혹은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증권을 발행하는 경우에는 전환가액이 바뀔 수 있다. CJ CGV가 이번에 실시하는 유상증자도 그 대상이다. 하지만 이는 기업가치가 동일한 상황에서 신주 발행으로 1주당 주식가치가 낮아지기 때문에 CB 전환가격도 자연스러운 조정일 뿐이다.

또한 풋옵션 조항이 없어 증권사들이 만기 전 CB를 회사에 되파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사들은 CB를 처분하고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우선 회사가 중도상환권인 콜옵션을 행사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CJ CGV는 2027년 7월 금리 스텝업 조항에 의해 표면이자 0.5%에 2.5% 가산된 3.0% 이자를 CB 보유자에 지급하거나, 콜옵션을 행사해 원리금을 갚아야 한다. 다만 이 방법은 어디까지나 CGV의 선택사항이며, 증권사들은 CGV가 콜옵션을 행사해주기를 기다려야 한다.

두번째는 CGV의 주가가 CB 전환가격 이상으로 오르면서 증권사들이 주식 전환 후 차익실현하는 방법이다. 결국 현 시점에서 증권사들이 CB 평가손에서 스스로 벗어나기 위해선 주가반등이 유일무이한 돌파구다. 

주가반등 필수적이지만...신저가

문제는 주가 반등이 요원하다는 것이다. 유상증자 자체가 주식시장에선 수급상 악재로 인식하는 가운데 특히 발행규모와 발행가액이 하방압력을 더하고 있다. CJ CGV가 유상증자로 발행하는 신주 규모는 7470만주로 기존 발행주식 수의 1.5배에 달하며 예정 신주발행가액은 CJ CGV 기준가에 할인율 25%를 적용한 7630원으로 설정됐다.

유상증자로 조달할 금액 대부분이 미래 사업 투자가 아닌 빚 갚기에 동원되는 점도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있다. 유증을 통해 조달하는 금액 5700억원 가운데 3800억원이 채무상환에 쓰일 예정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CJ CGV는 20일 이후 5거래일 연속 하락하다가 28일 소폭 반등, 이후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주가는 종가 기준 20일 1만4500원에서 29일 9140원으로 37% 내려앉았다. 이는 회사가 2004년 코스피시장에 상장 이래 최저수준이다.

증권사들은 당분간 시중금리보다 낮은 0.5%의 표면이자를 받으며 주가반등을 기다려야 하는 신세에 놓였다. 

인수 증권사 중 한 곳은 "단순 중개가 아니라 인수 계약을 맺은 것은 당시 엔데믹 기대감과 K-콘텐츠 인기로 투자 관점에 메리트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영화산업 자체가 전환점을 맞거나 회사 측이 돌파구를 마련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전환가액을 밑돌면서 CB 보유자 입장에서는 전환에 나서기 쉽지않다"고 말했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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