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강압적 흡수통일 추진 안해...남북합의 선별해야"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30일 "통일부의 역할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통일부의 정책 이행 방식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뉴스1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이날 오전 인사청문회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부가 앞으로는 원칙이 있는, 대단히 가치 지향적인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법치를 '원칙'으로 제시하면서 특히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 부각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 후보자는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는 대단히 심각하다"며 "학자의 관점에서 보면 국제 사회에선 북한 인권 문제에 대단한 관심을 갖고 있지만 한국은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통일의 당사자이고 주체인 우리가 북한 주민의 어려움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며 "윤석열 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하기 때문에 북한인권뿐 아니라 보편적 관점에서 인권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핵문제, 인권문제, 북한이 호응한다면 경제협력문제 이런 것들을 삼위일체로 묶어서 논의하는 '한반도형 헬싱키 프로세스'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헬싱키 프로세스는 1975년 미국과 소련, 유럽 등 35개국이 핀란드 헬싱키에서 상호주권존중, 전쟁방지, 인권보호에 관해 체결한 협약이다. 서방은 이를 토대로 인권문제를 지속 제기하며 소련, 동유럽 등 공산권의 붕괴를 촉진했다.
김 후보자는 과거 기고문을 통해 '김정은 정권이 타도되고 남북한 정치체제가 1체제가 됐을 때 통일의 길이 비로소 열린다'고 주장한 것에 관해선 "학자들은 2국가 2체제론, 1체제 2국가론, 2국가 1체제론 등 다양한 통일 시나리오에 대해 논의한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어떤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상황이 닥쳤을 때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라며 학자의 입장에서 다양한 의견 중 하나를 제시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는 '흡수통일론'으로 해석될 수 있는 '김정은 정권 타도'를 언급한 것에 관해선 "정책은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그것(흡수통일)은 북한의 변화가 있을 때를 이야기하는 것이고, 강압적인 흡수통일은 대한민국이 추진하고 있지 않다"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평화적이고 점진적인 평화통일을 지향한다"라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는 앞선 정부에서 이뤄진 남북 간 합의도 상황 변화에 따라 선별해 추진 방식이나 추진 여부를 바꿀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도 내놨다. 그는 "정책은 연속성이 중요하다"면서도 "변화된 상황에선 남북합의 등을 선별적으로 고려해나가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어떤 합의가 가장 문제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검토를 해봐야겠다"라면서도 문재인 정부 당시 이뤄진 9·19 남북군사합의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표했다.
그는 "합의라는 것은 쌍방이 지키는 게 중요하다"며 "남북군사합의를 북한이 일부 어긴 게 확인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이 9·19 군사합의서를 충분히 지키지 않거나 고강도 도발을 한다면 정부도 나름대로 입장을 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밝혀 현재 법적 검토 중인 9·19 군사합의의 효력 정지를 실행하거나 무효화에 대해 검토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1998년 통일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외교관 출신을 통일부 차관에 임명하면서 통일부의 '외교적' 역할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김 후보자는 "남북대화나 교류, 협력, 통일방안은 통일부가 맡고 그런 것들을 국제적으로 논의하는 데는 외교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며 양 부처 간 역할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김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의 '인도적 지원은 조건 없이 한다'는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북한 주민의 식량문제, 어려움은 조건 없이, 국제기구를 통해서라도 (지원)할 수 있다고 권영세 장관이 수차례 말했고, 전적으로 동의한다"라고 말했다.
전날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 후보자는 곧바로 남북회담본부로 출근하며 국회의 인사청문회 준비를 시작했다. 그는 "남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평화적으로 가도록 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 등을 성실하게 준비해서 청문회 때 답변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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