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와닿는 실속형 교육정책" 취임 1년 임태희 경기교육감[초점]
대구와 제주 이어 IB교육 도입, 전국 확산 이룰 수 있을까
교육부 중투심 100% 통과, 과대학교·과밀학급 해소 기여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보수 성향 교육감 최초로 민선 경기도교육감에 오른 임태희 교육감이 오는 7월 1일 취임 1년을 맞는다.
경기도교육청은 그동안 교육감 선출제도가 주민직선제로 바뀌면서 이른바 '진보교육의 산실'로 불려왔던 곳이다.
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 9시 등교, 야간자율학습 폐지, 혁신교육, 꿈의학교 등 경기교육청발 교육정책이 대표적이다.
◇'진보교육 산실' 경기도에 첫 입성한 보수교육감
이러한 정책은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한 채 '손톱 밑 가시'로 남아있던 부조리한 관습와 주입식 교육 탈피에 초점이 맞춰지며 우리나라 교육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런데 13년간 한 번의 교체없이 이어져오던 진보교육감 체제에 변곡점이 생겼다.
현직 교육감의 불출마 선언으로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차기 교육감 선거가 '보수 대 진보' 후보 양자대결 구도로 이어진 것이다.
그 결과 대통령 비서실장, 고용노동부장관, 국회의원 3선 등 압도적 경험과 보수층 지지를 기반으로 출마에 나섰던 임 교육감이 승리를 거머쥐게 됐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임 교육감이 취임 1년 동안 추진해온 정책을 요약해본다면 거창한 교육담론을 제시하는 대신 교육수요자들의 피부에 와닿는 실속형 정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우선 민선 5기 임태희호는 '자율', '균형', '미래' 등 3가지 가치를 교육 기본방향으로 잡았다. 이 기조를 바탕으로 국제바칼로레아(IB) 교육과 인성교육, 에듀테크 활용 교육 등 중·장기 세부과제를 수립했다.
임태희표 핵심공약인 'IB교육'은 경기도가 대구(2019년)와 제주(2020년)보다 후발주자로 추진에 나섰지만, 경기교육청 도입 이후 다른 시·도교육청으로 확산해가는 모습이다.
경기교육청이 지난 3월 도내 IB교육의 초석이 될 관심학교 25곳을 선정한 데 이어 진보 성향의 조희연 교육감이 이끄는 서울시교육청도 이달 IB탐색학교 31곳을 지정했다.
민선 5기 경기도교육감직 인수위원장을 맡았던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지난해 12월과 올 6월에 대구와 제주를 각각 방문해 직접 IB교육 수업을 참관하는 등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사구시 정책으로 교육구성원 만족도 높인다
과대학교·과밀학급 문제 해소는 취임 1년 만에 가장 눈에 띈 성과다. 이는 취임 전부터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으로, 교육부에 총 3차례 걸쳐 학교 신설을 의뢰한 32곳이 모두 통과됐다.
경기도의 경우 각종 택지개발로 인해 소위 '콩나물시루' 학급이 산적해 있는 지역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가장 반가운 소식인 셈이다.
이같이 급증하는 교육행정 수요에 대응하고, 각 지역의 특성과 요구에 맞는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통합교육지원청 분리·신설도 새로운 전략으로 재추진한다.
그동안 도교육청은 이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고 국회 본회의에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해왔다.
그런데 수년째 국회 교육위원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채 답보 상태에 머물자 국무회의에서 결정이 가능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를 풀어나가기로 했다.
또 다른 핵심정책인 '인성교육'은 경기인성교육 로드맵을 수립해 전담 교육원 구축을 포함한 실행에 돌입했다. 에듀테크 역시 인공지능 기반 교수·학습 플랫폼을 구축해 올 하반기부터 시범학교를 선정하고, 학생 1인당 1대씩 교육용 스마트단말기도 보급할 계획이다.
광교신청사 시대를 처음 연 교육감으로서 전국 교육행정기관 최초로 '스마트워크'를 도입하는 등 조직에 쇄신의 바람도 불러넣고 있다.
그간 교육청은 폐쇄성이 짙어 직원들이 유연하게 업무에 대처하지 못하고 경직하다는 인식이 강했던 게 사실이다. 임 교육감은 이번 신청사 이전을 통해 직원들에게 교육행정의 개방성을 높이는 동시에 소통 및 공감력을 높여줄 것을 주문했다.
지방공무원 인사시스템도 개편해 본청 '인사 프리미엄'을 없애고 지방공무원 본청과 학교 간 순환근무도 확대했다. 3자녀 이상 공무원은 셋째 자녀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관외 전보를 유예하는 등 신규, 임신·출산, 장애인 공무원을 위한 배려도 확대했다.
이런 개방성은 정책 수립과정에도 반영된다. 교육정책을 구매해 새로운 정책으로 발굴하는 정책구매제가 바로 이 일환이다. 도교육청은 올 하반기에 정책구매제 운영을 위한 통합플랫폼을 구축한 뒤 시범 운영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정책구매제 운영을 시행할 예정이다.
전국연합학력평가 성적자료 유출 사태는 임 교육감의 문제 해결방식을 엿볼 수 있는 사안이었다. 외부의 거센 비난이 예상됐음에도 불미스러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이를 숨기지 않고 오히려 이전까지 범했던 행정 과오까지 드러내며 원인과 대책을 찾으려는 자세를 보였다.
이전 진보교육감들이 경기교육청에서 처음 시도해 전국 시·도교육청으로 퍼지면서 브랜드화됐던 '무상급식', '혁신교육', '학생인권조례', '꿈의학교 및 대학' 등 주요 정책기조에는 일정한 변화를 줬다.
혁신교육과 9시 등교는 일률적으로 각급 학교마다 도입하는 방식이 아닌 학교장에게 자율권을 부여해 각급 학교의 실정과 수요를 반영해 다양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선을 선회했다.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
학생인권조례는 교사와 학생의 수업권 보호를 전제로 손질에 들어갔다. 도교육청은 '책무'를 명시한 조항에 학생의 책임을 강조하는 내용을 포함시켜 학교구성원 간 상호 존중하는 교실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조례를 보완할 계획이다.
꿈의학교·꿈의대학은 기존처럼 개별 단위사업으로 추진되지 않고, 지역교육협력 플랫폼 안에서 다른 교육서비스와 함께 제공되도록 전환될 예정이다. 무상급식은 기존의 획일적 급식이 아닌 학생들이 선호에 따라 메뉴와 양을 정할 수 있는 자율선택급식 확대로 질과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처럼 취임 1년 만에 경기교육이 나아갈 새판을 짜면서 이를 점차 구체화하고 있지만, 남은 임기 3년 동안 임 교육감이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교육정책 특성상 학교현장에 핵심사업이 정착할 때까지 시일이 걸리는 데다, 우리나라 교육제도가 대학 입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시·도교육청 단위에서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IB교육은 현재 대입 입시와 연계되지 않아 국내 교육여건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도교육청이 채택해왔던 혁신학교와 유사하게 토론과 논·서술형 평가를 채택한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 비용을 들여 이를 도입하는 게 옳은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다.
도교육청 예산을 심의하는 경기도의회 협력도 이끌어내야 한다. 여야 의석이 비등한 상황에서 주요 정책을 추진하려면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를 편성받지 못하면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임 교육감은 임기 첫 해인 지난해 9월 도교육청이 도의회에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했지만, 양당 간 이견으로 수차례 파행을 겪은 끝에 두 달 만에 예산안이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임 교육감의 공약사업인 IB교육 운영예산이 한 차례 전액 삭감된 바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자율을 통해 다양성 속에서 균형적으로 미래로 나아가는 경기교육을 만들어 가겠다"며 "특히 인공지능(AI) 기반 학습 플랫폼을 구축해 학생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고, 지역사회 교육역량을 학교와 결합해 지역 특성에 맞게 학교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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