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진짜 천사가 됐구나"...'신생아실 학대' 아영이, 또래 4명에 새생명 주고 떠났다

원다라 2023. 6. 3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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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신생아실 학대 사건' 피해자 정아영(4)양이 또래 아이 4명에게 장기를 이식해준 후 29일 숨을 거뒀다.

30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등에 따르면 2019년 10월 부산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간호사의 학대로 태어난 지 5일 만에 아영양은 의식 불명 상태가 됐다.

아영양을 의식 불명에 빠뜨렸던 부산 신생아실 학대 사건은 2019년 10월 부산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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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부산 신생아실 간호사 학대' 피해   
23일 뇌사 판정…또래 4명에 장기기증
가해 간호사 상습학대 혐의 '징역 6년'
2019년 10월 발생한 '부산 신생아실 학대' 사건 피해자 정아영양. 연합뉴스
"다음 생에 한 번만 더 아빠, 엄마 딸로 태어나주렴. 그땐 우리 호호 할머니가 되도록 오래도록 추억 쌓아보자. 많이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때로는 싸우기도 하면서 말이야"
'부산 신생아실 학대 사건' 피해자 아영이 부모

'부산 신생아실 학대 사건' 피해자 정아영(4)양이 또래 아이 4명에게 장기를 이식해준 후 29일 숨을 거뒀다.

30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등에 따르면 2019년 10월 부산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간호사의 학대로 태어난 지 5일 만에 아영양은 의식 불명 상태가 됐다. 인공호흡기로 의식 없이 호흡을 유지해온 아영양은 지난 23일 갑자기 심정지가 발생해 뇌사 상태에 빠졌다. 유족은 아영양의 장기 기증을 결정했고, 29일 수술을 통해 심장, 폐, 간장, 신장 등을 또래 아이 4명에게 기증했다. 유족들은 "그동안 아영이를 응원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아영양 부모 "다른 사람 통해 삶 이어가길"

아영양의 부모는 사고 후 3년 9개월 간 의식 없는 아영이의 곁을 지키며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해왔다. 치료를 받는 틈틈이 또래들처럼 아영양을 유모차에 태워 왔다갔다 하는 것도 가족들의 일상이였다. 아영양의 아버지 A씨는 2020년 11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아기이고, 지금 자라고 있으니 다시 한 번 뇌세포가 살아나길, 그런 기적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A씨는 29일 언론을 통해 "아영이가 짧은 시간 세상에 왔던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기증을 결심했다"며 "다른 사람 몸 속에서라도 삶을 이어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아픔 속에서도 다른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기증을 해주신 가족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아이의 기증은 같은 또래 아이의 생명을 살릴 수 있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했다.

정아영양 부모가 아영이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 뉴시스

"조그만 몸으로 온 힘 다해 버텨줘서 고마워"

양산부산대병원에 마련된 빈소에 놓인 아영양의 영정사진은 의식 없이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다. 아영양의 부모는 "너무 울음이 나서 도저히 녹음할 수 없어 편지로 아영이 마지막을 함께 한다"며 편지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편지에는 "선물처럼 아빠 엄마에게 찾아와 예쁘게 태어나줘서 고마워. 많이 아프고 힘들었을텐데 그 조그만 몸으로 온 힘을 다해 버텨줘서 고마워. 너무 무섭고 겁이 났을텐데 용감하게 지내줘서, 충분히 슬퍼할 수 있게 시간을 줘서 고마워"라고 썼다. 이어 "너를 못 본다는 생각만해도 앞을 가리는데 어떻게 떠나보낼지 막막하구나. 내 아기 천사 아영아, 이제는 진짜 천사가 되겠구나. 다시 때까지 즐겁게 하늘나라 소풍하고 잘 지내고 있어. 사랑해"라고 글을 맺었다.

'부산 신생아실 학대' 사건이 발생했던 부산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 부산=연합뉴스

가해 간호사 '징역 6년' 선고

아영양을 의식 불명에 빠뜨렸던 부산 신생아실 학대 사건은 2019년 10월 부산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발생했다. 무호흡 증세를 보이고서야 병원으로 이송된 아영양은 이미 골든타임을 넘겨 뇌 손상이 심각한 상태였다. 경찰조사 결과 병원 폐쇄회로(CC)TV에서 간호사 B씨가 신생아의 다리를 한 손으로 잡아 올려 거꾸로 드는 등 학대 정황이 확인됐다. B씨는 생후 5일된 아영양을 떨어뜨려 두개골 골절 등의 상해를 입힌 것으로도 조사됐다. 당시 자신도 둘째아이를 임신중이었던 B씨는 '왜 그랬냐'는 경찰의 질문에 "피곤해서"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 대법원은 "아영이의 상해 원인은 강한 충격에 의한 외상이라고 본 1,2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며 업무상과실치상·아동학대처벌법 위반(상습학대)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씨에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아직 피해자가 위중한 상태이고 아영이 부모에게 용서받지 못했다"며 "반성을 하고 있는지도 의문이 들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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