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친부도 형사 처벌 받을까…일단 불송치

강영훈 2023. 6. 3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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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한 줄 알았다" 일관된 주장…휴대폰 포렌식 결과 진술 부합
검찰 수사과정서 '살인방조' 적용될 수도…아내에 대한 무관심 등 지적 많아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권준우 기자 =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의 경찰 수사가 마무리됐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혐의점이 드러나지 않은 이 사건 피의자의 남편이자 피해자들의 친부도 형사 처벌을 받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그는 경찰에서 "아내가 낙태했다는 말을 믿었다"는 주장을 줄곧 유지했는데,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는 이 진술에 부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이 사건 살인 피의자인 30대 친모 A씨의 남편 B씨를 살인 방조 혐의로 형사 입건했으나, 뚜렷하게 드러난 혐의가 없다며 이날 최종 불송치 결정했다.

검찰 송치되는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친모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로 구속된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피의자 30대 친모 A씨가 30일 오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A씨는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각각 아기를 출산하고 수 시간이 지나 살해한 뒤 자신이 살고 있는 수원시 장안구 소재 한 아파트 세대 내 냉장고에 시신을 보관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2023.6.30 xanadu@yna.co.kr

경찰은 A씨의 1차 범행이 이뤄진 2018년에는 아내의 임신 사실 자체를 몰랐으며, 2차 범행이 있던 2019년에는 낙태를 한 줄 알았다는 말을 믿었다는 B씨의 진술이 현재까지 밝힌 사실관계에 들어맞는다고 판단했다.

한집에 사는 아내가 2년간 매년 임신했고, 10개월간 임신 상태를 유지하면서 배가 불러왔는데도, 이를 몰랐다거나 임신중절술을 하고 온 줄 알았다고 한 B씨의 진술은 일반의 상식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더욱이 두 아기의 시신을 각각 4년 7개월, 3년 7개월간 집에 1대 밖에 없는 냉장고에 보관해 온 점에 미뤄볼 때 B씨가 범행을 공모했으리란 의혹부터 적어도 알고도 묵인했으리란 추정까지 계속해서 나온다.

이 사건 관련 기사에는 "남편이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느냐. 쌍꺼풀 수술만 해도 티가 난다", "10달 동안 배가 불러 있었을 아내가 아기를 낳고 살해할 동안 무엇을 한 것인가" 등 B씨를 의심하는 내용의 댓글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경찰이 압수한 A씨와 B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 해 범행 전후 기간 두 사람 간 이뤄진 대화 내역을 복원해 살펴본 결과 B씨의 혐의는 드러나지 않았다.

1차 범행이 이뤄진 2018년 11월 A씨와 B씨 사이의 카카오톡 대화에는 '임신', '출산' 등의 단어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 일상생활과 관련한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만삭에 가까워져 올수록 A씨의 배가 불러오기는 했으나, 체격이 작고 마른 편인 A씨는 다른 임신부에 비해 배가 덜 나오기도 했고, 무엇보다 임신 사실을 B씨에게 철저히 숨겼다고 한다.

이미 B씨와 사이에 나이 어린 세 자녀가 있었던 A씨는 수백만원의 낙태 비용이 부담돼 B씨 몰래 군포의 병원으로 가 딸을 출산한 후 이튿날 집으로 데려왔고, 집에 B씨가 없는 사이 딸을 살해해 시신을 집 안 냉장고에 유기했다.

평소 집안일에 관심이 없던 B씨는 냉장고 정리 등에도 직접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A씨의 범죄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2차 범행이 있었던 2019년 11월 A씨와 B씨 간 대화 내역에는 낙태에 대해 상의하고, 상호 합의한 내용이 들어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B씨는 A씨의 출산 몇 개월 전쯤 임신 사실을 알게 됐는데, 낙태를 권유하는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 사건과 별개로 2017년 한 차례 낙태를 한 경험이 있는 터였다.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친모 살인 혐의로 검찰 송치 [연합뉴스 자료사진]

결과적으로 보면 A씨는 B씨와 합의 후 임신중절술을 받을 것처럼 말하고는 수백만원의 낙태 비용이 부담되자 1년 전과 같이 아기를 살해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는 출산 후에서야 다소 즉흥적으로 범행을 결심한 2018년 1차 범행과는 큰 차이점이다.

A씨는 이때 수원의 병원에서 아들을 낳았는데, 출산 다음 날 퇴원해 귀갓길 집 근처에서 아들을 살해하고 시신을 집으로 가져와 냉장고에 넣어 보관해왔다.

B씨는 경찰이 자택 압수수색을 벌여 냉장고 속 영아 시신 2구를 찾아낼 때까지도 A씨가 낙태를 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는 게 경찰의 수사 결과이다.

문제의 냉장고는 양문형으로, 크기가 상당하다고 한다. 다섯 식구가 살고 있어서 냉장고는 가득 찬 상태일 때가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정상적으로 직장 생활을 해 왔으며, 대인 관계에 큰 문제가 없는 평범한 사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 결과가 발표되자 많은 이들이 B씨가 남편으로서 아내에게 철저하게 무관심했고, 가장으로서 집안일에 상당히 무지했던 것으로 추측돼 이 사건에 책임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B씨의 이런 잘못을 도덕적으로는 비판할 수 있겠지만, 형사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처벌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물적 증거가 확보되지 않아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다만 검찰의 수사가 남아 있어서, 향후 B씨에 대해 살인 방조 혐의 등을 다시 적용, 재판에 넘길 가능성은 있다.

이날 살인 혐의로 구속 송치된 A씨의 구속 기간을 고려하면, 기소 여부는 내달 중순께 결정될 전망이다. B씨에 대한 최종 결론도 이와 함께 내려질 것이란 관측이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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