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잘’ 안보현과 ‘킹더랜드’ 이준호의 공통 ‘앓이’ [김재동의 나무와 숲]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비록 요란하고 거창한 사건이 벌어진 것은 아니다.
그저 어쩌다보니 한 여자가 머릿속에 침입했다.
그냥 명백한 사실은 머릿속이 그녀 하나로 꽉 차버렸다는 것이다.
tvN 토일드라마 '이번 생도 잘 부탁해'의 문서하(안보현 분)와 JTBC 토일드라마 '킹더랜드'의 구원(이준호 분)이 주말이면 약 한 시간 남짓 시차를 두고 상사병을 앓고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OSEN=김재동 객원기자] 비록 요란하고 거창한 사건이 벌어진 것은 아니다. 그저 어쩌다보니 한 여자가 머릿속에 침입했다. 동기가 무엇인지 낱낱이 분석해본들 분석이 되지 않는다. 그냥 명백한 사실은 머릿속이 그녀 하나로 꽉 차버렸다는 것이다.
tvN 토일드라마 '이번 생도 잘 부탁해'의 문서하(안보현 분)와 JTBC 토일드라마 ‘킹더랜드’의 구원(이준호 분)이 주말이면 약 한 시간 남짓 시차를 두고 상사병을 앓고 있다.
두 사람은 많이 닮았다. 각각 MI그룹과 킹그룹 2세다. 또 각각 독일과 영국에서 외톨이 생활을 하다 귀국해 호텔 경영에 나섰다. 계열사 다 놔두고 호텔에 정착한 이유도 같다. 엄마다. 문서하는 어린 시절 세상을 뜬 엄마의 추억이 깃든 호텔을 되살리려고, 구원은 역시 어린 시절 흔적도 없이 사라진 엄마의 흔적이 킹호텔에 남았기 때문이다.
재벌 2세-외국생활-호텔정착-그 이유가 엄마면 과거사 싱크로율이 거의 형제 수준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드라마의 지향점은 명백히 다르다. ‘이생잘’은 ‘위로’에, ‘킹더랜드’는 ‘웃음’에 방점을 둔다. 장르 역시 로맨스와 로맨틱 코미디로 갈린다.
그러다보니 문서하가 구원보다 트라우마가 깊다. 구원은 엄마의 실종뿐이지만(아버지 구일훈이 첫 번째 부인 사망 후 구원모와 재혼했으니 서자 아닌 적자다.), 문서하는 조실모한데 이어 첫사랑이자 보호자였던 윤주원마저 잃었고 당시의 사고로 청력마저 잃었다.
그들을 상사병에 빠트린 대상도 심각도가 다르다. 서하의 파트너는 무려 천년을 기억하는 여자 반지음(신혜선 분)이고 구원의 파트너는 할머니(김영옥 분) 손에서 구김없이 큰 후 미소로 세파를 헤쳐나가는 천사랑(임윤아 분)이다.
그녀들의 행동양태도 판이하다. 반지음은 연구원 노릇 잘하고 있다가 느닷없이 호텔에 나타나 “나랑 사귈래요?”로 시작하더니 “좋아해요” “이번 생은 그러려고 태어났어요” “마침내 나한테 입덕했군요”라며 고강도 세뇌를 감행, 서하의 뇌리에 틀어박혔다.
천사랑은 첫 만남서 감히 ‘변태’로 몰아붙이더니 두 번째는 허락없이 화장실을 사용하는 무례를 범해놓고는 가식 쩌는 얄팍한 미소로 꽃다발을 안겨줬다. 구원으로선 당연한 행동조차 ‘너 잘났다’ 식으로 반응하고 엮이기 싫다는 내색을 가감없이 드러내며 예의 틱틱대기로 구원의 머릿속을 장악했다.
그녀들의 등장은 문서하나 구원에게 제법 심각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 이전의 그들은 아무런 의미 없는 수많은 나날을 그저 꾸역꾸역 살아냈을 뿐이었다. 숨도 쉬고 있었겠고 밥도 먹었겠고.. 돈은 많아 특별한 생산활동 없이, 사람들과 부대끼지 않고도 외톨이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을테지만 다만 그 뿐인 삶.
반지음과 천사랑의 등장은 문서하와 구원의 수묵화같던 인생을 채색하기 시작했다. 잃어버린 청력을 핑계로 세상과 단절하고 과거의 그리움에만 매몰됐던 서하는 반지음으로 인해 ‘신기하다’ ‘좋다’는 감정에 눈을 뜨며 죽어 사라진 엄마와 윤주원(김시아 분) 아닌 다른 사람 반지음을 찾고 기다리게 되었다.
엄마의 실종 이후 웃음에 거부반응을 일으켰던 구원은 사람들의 웃음과 미소가 단지 가식만은 아닐 수 있으며 더할 나위 없이 잘난 자신도 누군가로 인해 질투하고 애면글면할 수 있음을 자각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한쪽 입꼬리만 올려 비웃는 것 같던 미소를 부드러운 호선으로 바꿔 자연스럽게 지을 수 있게도 됐다.
각각 ‘지음앓이’, ‘사랑앓이’ 중인 문서하와 구원, 이들의 ‘앓이’가 끝났을 때의 모습이 벌써 궁금하다.
/zaitung@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