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부부 "피임 노력했다"

권준우 2023. 6. 30. 12:1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찰 수사결과 브리핑…"냉장고에 시신 은닉, 특별한 이유 없다 말해"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권준우 기자 = 병원에서 태어난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는 되지 않은, 이른바 '유령 아동'들에 대한 전수조사 계기가 된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마무리됐다.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친모 살인 혐의로 검찰 송치 [촬영 홍기원]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30일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로 30대 친모 A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살인 방조 혐의로 입건됐던 남편 B씨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가 이어졌지만, 최종적으론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불송치 결정했다.

A씨는 2018년 11월 3일 군포시 소재 병원에서 딸을 출산하고 이튿날 수원시 장안구 소재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집 안 냉장고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한 차례 더 임신한 A씨는 2019년 11월 19일 수원시 소재 병원에서 낳은 아들도 출산 이튿날 자택 근처에서 목 졸라 살해한 뒤 같은 방법으로 냉장고에 유기한 혐의도 받는다.

당초 경찰은 A씨를 영아살해죄로 체포해 구속영장을 발부받았으나, 범죄 사실에 미뤄볼 때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적용 혐의를 영아살해죄에서 살인죄로 변경했다.

남편 B씨에 대해선 두 차례 임신과 출산 당시 부부 사이에 오간 카카오톡 메시지를 전체 분석하고 다른 증거들과 대조한 결과, 출산 사실을 아예 몰랐거나 낙태 시술을 받았다고 오인한 것으로 경찰은 판단했다.

다음은 이 사건 수사팀과의 일문일답.

-- 남편에 대해 불송치 결정한 판단 근거는.

▲ B씨에 대해 피의자 조사와 참고인 조사, 관련자 조사 등을 진행했고, 휴대전화도 디지털 포렌식 했다. 가장 주요한 판단 근거는 피의자와 B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다.

우선 2018년 범행에 대해선 B씨는 아내의 임신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하고 있는데, 대화 내용을 보니 같은 기간 부부가 일상적인 대화는 나누지만, 임신이나 출산에 대해선 전혀 대화를 나누지 않은 점이 확인돼 진술과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또 2019년 두 번째 범행에 대해서는 임신 사실은 알았으나 낙태를 한 것으로 알았다고 진술했는데,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서도 서로 낙태하기로 합의하는 등 진술과 부합하는 내용이 확인돼 최종 무혐의 결정했다.

-- 그렇다면 남편에게 살인 방조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한 이유는 무엇인가.

▲ 그간 참고인 신분으로 사실관계 차원에서만 조사해 왔는데, 규정상 피의자 인권 보호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혐의 사실에 대해 세밀한 질문을 못 하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보다 면밀한 수사를 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조사한 것이다.

-- 집 안에 냉장고가 하나만 있었다고 하는데, 5년째 시신이 있는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하는 것인가.

▲ 그렇다. 냉장고가 고장 등 특이사항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남편이 냉장고를 자주 사용하거나 한 정황은 나오지 않았기에 추가적인 확인은 되지 않았다.

냉장고는 양문형 대형 모델이지만 양육 중인 자녀가 셋이나 있어 내용물로 꽉 차 있는 상태였다. 일반 상식으로 의문이 남을 수 있는 부분이지만 남편이 냉장고에 시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을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 넷째 아이이자 첫 번째 희생자 출산 당시 병원에 남편 서명이 있었다는 데 혐의와 관련 없나.

▲ A씨가 출산하러 갈 당시 보호자 서명란에 남편의 이름이 서명된 것은 맞다. 그러나 A씨는 자신이 남편의 이름을 대리로 서명했다고 진술하고 있고,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을 토대로 봐도 진술이 사실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여 해당 서류를 증거 자료로 삼진 않았다.

-- 송치 당시 A씨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체구가 매우 작다. 만삭이 됐는데도 남편이 눈치 못 채긴 힘들지 않나.

▲ 수사 당시 의심스러운 부분이라고 판단해 산부인과 전문의 의견도 구했다. 산모가 적극적으로 감추고 남편이 무관심했다면 가능할 수 있다는 소견을 받았다. 산모 체형이 오히려 왜소할 경우 옷을 크게 입거나 하면 더 모를 수 있다는 소견도 받았다.

-- 두 번째 피해자를 출산할 당시에도 남편의 서명 등이 있었는지.

▲ 그때는 서명이 확인되지 않았다.

-- A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주장하고 있는데, 보험료 체납 등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이 있나.

▲ 개인 재산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밝힐 순 없으나 확인 결과 일반적 기준으로 주거 형태와 근로 소득 등을 봤을 때 아이 셋을 키우며 풍요로운 생활을 하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녀를 살해해야 할 정도로 빈곤한 상태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친모 살인 혐의로 검찰 송치 [촬영 홍기원]

-- 혐의가 살인죄로 변경된 판단 근거를 법률적으로 설명해달라.

▲ 영아살해죄가 성립되려면 참작할만한 동기와 분만 직후라는 시기적인 요건 등 두 가지가 성립돼야 한다. 그런데 우선 살해 동기가 되는 경제적 어려움의 경우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아이를 살해해야 할 정도로 빈곤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분만 직후라는 시기에 대해서도 출산 이후 하루 이상 시간이 지난 시점에 살해했고,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을 봤을 때 A씨가 출산으로 인해 심리적 불안 상태에 빠져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워 살인죄 적용을 판단했다.

-- A씨가 과거 낙태 시술을 한 차례 받은 것으로 나오는데, 살해한 두 아이도 낙태해야겠다고 판단하진 않았나.

▲ 살해 동기를 이야기할 때 낙태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진술은 했다. 비용 액수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확인되진 않았다.

-- 남편 혐의를 나중에 더 들여다볼 계획은 있나.

▲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고 검찰에서 부족한 부분에 대해 보완 수사 요청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진행이 돼야 할 것 같다.

-- 양육하던 세 아이에 대한 학대 정황은 있나.

▲ 지자체와 협력해 방문도 하고 상담도 진행했는데 학대 정황이나 특이사항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 남은 자녀들에 대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려한 게 있나.

▲ 경찰도 이번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남은 자녀들일 수 있겠다고 보고 있다. 경찰 피해자 보호계와 함께 숨진 영아들의 장례비용과 더불어 남은 아이들이 지속해 교육과 보살핌을 받을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계속하는 방안을 지자체와 함께 강구 중이다.

-- 시신은 왜 냉장고에 넣어 보관했다고 진술하나.

▲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 거주하는 집이 A씨 시부모 소유라고 알려졌는데, 경제적인 지원 등은 없었나.

▲ 가끔 지원받는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사건이 해마다 반복됐는데, A씨 부부가 피임하기 위한 노력 등은 하지 않은 것인가.

▲ 피임 노력을 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선 답변하기 곤란하다.

-- 남편 B씨는 A씨의 범행 사실을 언제 인지했나.

▲ 경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돼 냉장고에서 시신이 발견될 당시 인지했다고 진술한다.

-- A씨가 산후우울증을 앓았다는 진술도 있던데.

▲ 이에 대해 병원 치료를 받은 기록 등은 확인된 바 없다.

-- 부부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외에 다른 증거들도 있나.

▲ 당시 정황을 알 수 있는 유력한 증거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라는 것일 뿐 다른 증거들도 많이 있다. 구체적으론 밝힐 수 없다.

-- 남편 B씨가 무관심한 성격이라 범행을 눈치 못 챘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길래 그런 성향을 판단했나.

▲ 범행과 관련한 것 외에 부부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들이 많이 있다. 그 내용을 토대로 추론했을 때 남편이 가정에 무관심한 편이라는 걸 판단했다.

-- 2019년 출산 당시 남편은 낙태 시술을 받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건데, 동행하거나 하진 않았나.

▲ 아이가 세 명이다 보니 누군가는 남아 아이들을 돌볼 필요가 있었다. 홀로 낙태 시술을 받은 게 매우 특별한 정황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 낙태 비용이 부담스러웠는데 출산 비용은 어떻게 충당했나.

▲ 두 번의 출산 모두 바우처 카드로 해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stop@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