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통일부 장관 내정자 “통일부 역할 변화 필요”
“5년 만에 정책 또 뒤집혀” 비판
김 내정자, 강압적 흡수 통일론엔 선 그어
김영호 통일부 장관 내정자는 30일 “통일부 역할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원칙이 있는, 대단히 가치 지향적인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 대화보다는 인권과 자유민주주의 등을 우선 가치로 상정하며 대북 압박에 나설 것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이다.
김 내정자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 차려진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의 당사자이고 주체인 우리가 북한 주민의 어려움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북한 인권 문제로 북한을 압박해야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는 과거 입장에 변함이 없냐는 질문에는 “윤석열 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하기 때문에 북한 인권뿐 아니라 보편적 관점에서 인권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답했다.
남북 대화·교류·협력을 주요 업무로 다뤄온 통일부가 정책 우선순위를 전면 수정하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인권과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도구 삼아 북한을 압박하고, 비핵화나 인권 문제 개선 같은 태도 변화 없이는 대화와 교류 시도도 힘들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것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통일부가 교류와 안보의 불균형을 바로잡으려는 정책을 다수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통일부 내 부서별 위상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교류협력보다는 인권이나 탈북민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입각한 통일 교육 등을 강화하는 쪽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내정자는 9·19 남북 군사합의에 대해서도 ‘팃포탯(Tit-for-Tat)’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합의라는 것은 쌍방이 지키는 게 중요하다. 북한이 합의를 충분히 지키지 않거나 고강도 도발을 한다면 정부도 나름대로 입장을 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정책은 연속성이 중요하지만 변화된 상황에선 남북합의 등을 선별적으로 고려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김 내정자는 북핵과 남북 경제협력, 북한 인권을 한 번에 엮어서 협의하는 ‘한반도형 헬싱키 협정’을 표방하겠다고 했다. 이 역시 안보와 인권 문제 개선 없이 경제 교류는 없다는 원칙의 일환이다. 헬싱키 협정은 1975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미국, 소련 등 35개국이 상호주권존중·전쟁방지·인권보호를 핵심으로 체결한 협약이다.
그간 논란이 된 흡수통일론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과거 ‘김정은 정권 타도’, ‘1체제 통일론’을 언급한 것에 대해 “북한에 어떤 변화가 왔을 때를 말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강압적인 흡수통일은 대한민국도 추진하고 있지 않다. 정부는 평화적인 점진적인 평화통일을 지향한다”고 했다.
집권 1년여 만에 통일 정책의 대대적인 개편이 예고되면서 남북 관계가 정권에 따라 요동치는 악순환이 재현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통화에서 “정책의 일관성이 상당히 중요한데 또 5년 만에 정책이 뒤집혔다”며 “남북 관계 정상화라고 하지만 한반도 신냉전을 고착화하는 것인데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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