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제민 KT 상무 “中, 앞선 5G 기술 보유… 협력 기회 열려있다”
5G, 드론택시 등 새 수익원 기대
”산업 실증 위한 정부 지원 필요”
미국 주도의 첨단기술 견제 속에서도 중국의 5G 기술 수준이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 대표 통신사 중 하나인 KT는 적어도 기술적 측면에서는 중국과 협업이 가능하다는 방침이다. 5G 기술이 앞으로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용될 전망인 만큼, 글로벌 협력을 통해 기술 수준을 키워야 수익원 창출까지 나아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론 한국만의 5G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고도화하는 산업적 요구에 맞춘 실증 연구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제민 KT 융합기술원 인프라DX연구소 통신DX기술담당 상무는 지난 28일 중국 상하이 케리호텔에서 열린 ‘MWC 2023 상하이’에서 베이징 특파원단과 만나 “KT가 이동통신 부문에서 중국 기술을 직접 사용한 적은 없지만, 5G 기술은 중국 기업들이 어드밴스드한(앞선) 기술을 갖고 있다고 글로벌 시장에서 평가받고 있다”며 “국내 기업이나 글로벌 장비 제조사들도 경쟁하고 있지만, 일부 기본적인 기술 측면에서는 중국이 굉장히 우수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 상무는 1996년 KT 무선통신연구소로 입사해 3G, 와이브로, 5G 등 이동통신 코어시스템 및 응용서비스 연구개발을 수행한 KT 내 대표적인 ‘기술통’이다. 현재 유무선 통신 기반 기업 간 거래(B2B) 디지털 전환(DX) 솔루션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정 상무는 중국 국유 통신사인 차이나 모바일의 초청을 받아 이번 MWC 상하이에 국내 통신사 중 유일하게 참석했다. KT와 차이나모바일은 LTE 기술의 글로벌 표준화 단체인 ‘세계 TD-LTE통신사업자연합회(GTI)’의 같은 회원이자 한·중·일 통신 협의체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다.
중국 통신 기업에 대한 견제 범위가 미국을 넘어 유럽연합(EU) 등 세계 각국으로 확대되는 원인으로는 다양한 정치적 이슈가 있지만, 정 상무는 중국의 기술 경쟁력도 한 요인이라고 봤다. 그는 “중국의 통신장비 제조 기업들은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지적재산권(IPR)을 보유하고 있다”며 “5G 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보니 그런 것(중국에 대한 견제도 강화되는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중국 통신 기업 배척에 동참하는 기업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공격 대상은 중국 최대 통신장비 제조 기업인 화웨이다. 영국은 지난 2020년 5G 이동통신 네트워크에서 화웨이 제품을 배제했다. EU 역시 회원국의 5G 네트워크에 화웨이 등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기업들의 장비 사용을 의무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지난 7일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보도했다. 이미 덴마크, 스웨덴 등 EU 회원국의 3분의 1은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 중이다.
다만 통신사인 KT의 경우 순수 기술 측면에서는 중국 기업들과 협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 정 상무의 판단이다. 그는 “통신사는 보안 등 각종 기준과 표준에 부합한다면 기술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모든 장비 제조사에게 열려 있다”며 “새로운 혁신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 같이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을 확인하는데 크게 어려운 부분은 없다. 글로벌 사업자끼리의 협력은 예전에도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술 외적인 부분에서 고려할 부분이 굉장히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정 상무는 이번 기조연설에서 5G 기술이 앞으로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며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드론택시를 예로 들면, 5G 기술은 비행계획 지휘, 비행 상태 모니터링, 승객 대상 고품질 미디어 서비스 제공 등에 사용될 수 있다. 비통신 기업들에게 통신사가 API를 제공해 서비스에 ‘네트워크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개방형 API 사업도 새 수익원으로 꼽았다.
이는 모두 5G 기술이 저지연·초고속·대용량 통신을 지원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정 상무는 “사람의 눈은 4K TV와 8K TV의 품질 차이를 크게 느끼기 어렵지만, 기계와 로봇, 자동차 등은 작은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게다가 휴대전화 시장이 이미 포화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통신사 입장에서 B2C보다는 B2B 산업에서 굉장히 많은 기회가 있다고 보고,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5G 기반 서비스가 활성화되려면 다양한 실증 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다. 정 상무는 “사람 간 커뮤니케이션 중심의 시장에서 산업 중심 시장으로 옮겨가면서 요구 사항이 굉장히 많아지고, 그 수준도 달라지고 있다”며 “이를 실제로 검증하는 데는 많은 시도가 필요하고, 여기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있다면 사업자·제조사가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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