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냉동고 전원 내린 청소업체, 13억 물어낼 판

미국 대학 “20년 연구 망쳐…13억원 손배소”

미국 뉴욕의 렌슬리어 공과대학이 최근 시설 관리 계약을 맺고 있는 청소업체를 상대로 100만달러(약 13억원) 이상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렌슬리어 공과대학 페이스북 갈무리

미국의 한 대학교가 청소 직원이 연구실 냉동고 경고음이 울리자 전원 차단기를 내려 20년 넘게 연구한 자료를 망쳤다며 청소업체에 13억원가량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8일(현지시각) <시엔엔>(CNN)은 미국 뉴욕의 렌슬리어 공과대학이 최근 시설 관리 계약을 맺고 있는 청소업체를 상대로 100만달러(약 13억원) 이상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최근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대학 쪽은 청소업체가 직원을 충분히 교육하거나 감독하지 못해 연구에 피해를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학 쪽은 소장에서 “청소업체의 부주의한 감독으로 연구실의 특정 세포 배양, 샘플과 연구에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대학 쪽 변호사는 <시엔엔>에 “청소업체의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직원의 실수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은 청소업체가 직원을 적절하게 교육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학의 청소직원은 지난 2020년 9월17일 연구실의 냉동고에서 경고음이 울리자 전원차단기를 내렸다. 이 냉동고에는 3도의 작은 온도 변화에도 손상될 수 있는 배양 세포 샘플과 시료가 들어 있었다. 이 냉동고는 온도가 영하 78도에서 영하 82도 사이를 벗어나면 경고음이 울린다고 한다.

이 대학 연구팀은 사건 발생 사흘 전 냉동고가 고장이 나 온도가 영하 78도까지 올라가면서 경고음이 울리는 것을 알게 됐다. 연구실은 배양 세포 샘플과 시료가 손상되지 않게 조처를 하고 냉동고 제조업체에 수리를 요청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수리 일정이 일주일가량 늦춰졌다고 한다. 연구팀은 수리를 기다리는 동안 냉동고 주변에 ‘이 냉동고에서는 ‘삐’ 소리가 난다. 이동하거나 전원을 뽑지 말아 달라. 여기는 청소하지 않아도 된다. 경고음을 끄려면 음소거 버튼을 5~10초 동안 누르면 된다’는 경고문도 붙였다.

그러나 사흘 뒤 연구실 청소를 맡은 직원이 들어와 경고음을 들었고 냉동고의 전기 차단기를 내려 버렸다. 냉동고 온도는 영하 32도까지 올라갔고 다음날 연구원들이 뒤늦게 냉동고가 꺼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해당 직원은 진술서에서 “도움을 주려고 했던 것”이라며 “차단기 안내서를 잘못 읽고 차단기가 꺼졌다고 생각해 다시 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학교 쪽은 소장에서 “연구 샘플을 보존하려는 시도에도 결국 20년 넘게 연구한 샘플들이 대부분 손상돼 복구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학교 쪽은 구체적인 손해액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손실된 가치가 100만달러(약 13억원) 이상이라고 주장했다고 <엔비시>(NBC)는 전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