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비가 와도 공 차요"… 골 때리는 2030 여성들

정유진 기자 2023. 6. 3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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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편집자주]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SBS 예능 '골때리는 그녀들'로 시작된 여자풋살 붐은 2년째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대학생 최모씨가 속한 풋살팀의 모습. /사진=더리치FC 제공
여자풋살 붐의 주역, SBS 예능프로그램 '골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이 첫 전파를 탄 지 어언 2년이 지났다.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골때녀'는 시작부터 큰 인기를 끌어 정규 편성이 확정됐다. 현재 시즌4까지 순항 중이며 한때 최고시청률이 14%에 육박하기도 했다.

매 경기 땀과 눈물을 흘려가며 최선을 다하는 여성 출연자의 모습은 시청자에게 큰 울림을 줬다. 그녀들의 열정은 곧 이삼십대 여성들에게 퍼졌고 그렇게 여자풋살 전성시대가 열렸다.

최근 들어 골프·테니스 등 Z세대 사이에서 다양한 스포츠 열풍이 불고 있는 와중에도 여자풋살은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머니S가 풋살과 사랑에 빠진 20대 여성들과 축구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감독을 만났다.


"비가 쏟아져도 2시간 동안 공 찼어요"


다수의 여대생이 풋살 클럽에 가입해 취미 삼아 풋살을 즐기고 있다. 이들은 풋살은 '풋살화' 하나만 준비하면 되는 진입장벽이 낮은 운동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대학생 최모씨가 풋살을 연습하는 모습(왼쪽)과 팀 유니폼을 착용한 모습(오른쪽). /사진=더리치FC 제공
'THE RICH Women fc'(더리치 FC)에 속한 대학생 최모씨(여·22)는 삶 자체가 풋살 위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풋살을 시작한 이후부턴 발목을 다치지 않게 조심하고 친구와의 약속보다 풋살 일정을 더 우선시하게 됐다는 것. 최씨는 일요일마다 트레이닝을 하고 경기에 참여한다.

최씨는 과거 쇼트트랙을 배웠지만 허리부상으로 운동을 쉬다가 비싼 장비가 필요 없는 '풋살'을 시작하게 됐다. 그는 "풋살화 하나만 있으면 되니까 쉽게 접근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번은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데도 풋볼을 하러 가서 2시간 동안 차고 온 적도 있다"며 "공이 제대로 굴러가지도 않았는데"라고 웃음지었다.

서울 신촌 소재 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모씨(여·23) 역시 풋살을 진입장벽이 낮은 운동 중 하나로 꼽았다. 제이엔스포츠에 소속된 여자풋살팀 '상암블랙'에서 1년째 뛰고 있는 그는 "(풋살을 통해) 바쁜 일상 속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학생이 된 후 '취미로 풋살을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 때쯤 '골때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지역별 여자풋살팀이 많이 창단된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운 좋게 학교 근처에서 풋살을 시작할 수 있었다. 반면 최씨는 오히려 풋살을 시작한 후 '골때녀'를 보며 공을 보는 시야를 배웠다고.

최씨와 김씨 모두 팀원들을 만나 좋은 에너지를 받는다고 말했다. 최씨는 "풋살을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도 행운"이라며 팀원들을 믿고 서로에게 공을 주면서 발을 많이 맞춰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씨도 "개인이 잘하는 것보다 팀원과 함께 호흡을 맞춰 승리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밝혔다.


"여자팀이 없다고? 직접 만들면 되지!"


2030 여성들은 풋살 동호회에 가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풋살팀과 동아리를 만들기도 한다. 사진은 풋살 경기를 진행 중인 대학생 김모씨(왼쪽)와 '골때녀'의 팀 '액셔니스타'와 경기를 진행 중인 여성 축구동호회 'FC 하위나이트 레이디스'(오른쪽). /사진=김모씨(왼쪽), 이주현 대표 제공
어린 시절부터 축구를 좋아했다는 대학생 김모씨(여·20대)와 직장인 김모씨(여·27)는 직접 여자풋살팀을 만들었다.

20학번인 대학생 김씨는 학교에 풋살 동아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지난 2020년 6월 풋살 동아리를 창설했다. '에브리타임' 등 대학교 커뮤니티에 직접 모집 공고를 올린 그는 팀원들과 함께 풋살을 시작했는데 '골때녀'가 방송된 이후 더 많은 사람이 모였다며 흐뭇해했다.

학창 시절부터 축구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남학생들과 함께 운동장에서 공을 차곤 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남성들과의 체격 차이 때문에 축구를 하기 어려웠다고. 그는 "이제 비슷한 체격의 여성들과 풋살을 하니까 너무 좋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씨도 지난 2020년 축구를 배우고 싶어하는 초보 여성을 대상으로 강습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팀 '빌드업'을 만들었다. 현재 '빌드업'에는 35명이 소속돼 있고 누적 회원은 100명을 넘었다. 그는 "대부분 20~30대 직장인 여성으로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그 역시 남성친구들과 축구, 풋살 등을 같이 하다가 여성의 수요가 증가하는 걸 느껴 직접 여성 팀을 창단했다. 그는 "풋살을 한다는 것 자체가 즐겁다"며 애정을 표했다.



남은 과제는?… "환경과 인식 변화 필요"


축구 아카데미 '하위나이트 스포츠'를 운영 중인 이주현 대표는 '골때녀' 방영 이후 확실히 여자풋살을 향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앞으로도 인기가 지속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진은 지난 1월 SBS 예능 '골때녀'의 팀 '액셔니스타'와 연습경기를 치른 '하위나이트 여성 축구동호회'의 'FC 하위나이트 레이디스'. /사진=이주현 대표 제공
축구아카데미 '하위나이트 스포츠'의 대표이자 SBS스포츠에서 축구 해설을 맡고 있는 이주현 감독은 "'골때녀' 방영 전과 비교하면 훨씬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방송을 통해 여자풋살 동호회에 관심 갖는 여성이 많아졌고 풋살장에 본인들끼리 팀을 꾸려 와서 연습하는 모습도 목격했다고 놀라움을 드러냈다.

하위나이트 소속 여성 축구동호회 'FC 하위나이트 레이디스' 팀과 '골때녀'의 '액셔니스타'가 연습경기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동호회 소속 선수들에게 무척 재밌는 경험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현재 하위나이트에는 20여명의 여자풋살 팀원이 활동 중이다.

여자풋살 열풍은 계속 이어질까. 이 감독은 그러기 위해선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송으로 화제가 되고 관심이 커졌지만 현실적으로 인프라가 갖춰져야 지속성이 있는 것"이라며 "여자풋살 환경이 현실적으로 좋지 않다"고 전했다. 좋은 환경이 갖춰지면 더 꾸준히 발전할 수 있다는 것.

이 감독은 "여자풋살에 이어 여자축구도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며 "'골때녀'와 같은 영향력 있는 방송에서 개선의 목소리를 내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축구 클럽에서 수업료를 받으며 운영되는 동호회는 많지만 여성들끼리 자체적으로 모여서 운동하는 사례는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 감독은 "풋살장은 대관료가 비싸기도 하고 여성들이 구장을 잡기에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대학생 김모씨(여·23)는 서울시만 해도 대관이 가능한 야외 풋살장이 많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어느 정도 정식 규격을 갖춘 풋살장에서 훈련해야 실력이 빨리 느는데 수요에 비해 야외 풋살장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가 소속된 팀의 훈련 장소도 서울시가 아닌 경기도 고양시에 있어 자차가 없는 선수들은 이동에 불편함을 겪는다.

직접 여자풋살 동아리를 만든 김씨 역시 풋살장 대관과 코치 등 지도자 섭외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축구는 남자들만 하는 운동'이라는 인식이 만연해 성인 여성이 풋살을 꺼리는 것 같다며 인식 변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유진 기자 jyjj1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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