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이모가 친근한 이유와 세포유전학
‘에너지 생산지’ 미토콘드리아
외조모→ 손녀 이어지는 유전
엄마 보고싶으면 이모 찾는 건
분명 미토콘드리아 때문이리라
아들딸들 온통 어머니 편들어
그래서 사실은 모계중심사회
세상에, 믿을 수 없고 믿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 진화론(進化論)이라 한다. 그렇지만 생물학은 적자생존과 자연도태설(진화설)이 없이는 숫제 논할 수가 없다. 그리고 ‘내공생설(內共生說, endosymbiosis theory)’이란 ‘세포 진화설’이 있다. 현재 핵을 가진 고등한 진핵세포(眞核細胞) 속에 있는 세포소기관(細胞小器管, organelle)인 엽록체(chloroplast)와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絲粒體)는 과거 한때 독립생활을 했던 박테리아(세균)였단다.
약 35억 년 전에 숙주세포(宿主細胞)인 핵이 없는 원핵생물(原核生物)에 광합성을 하는 남세균(藍細菌)이라 부르는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가 들어가 엽록체가 되고, 또 산소가 있어야 사는 호기성세균(好氣性細菌)이 미토콘드리아가 되어 공생하게 되었다는(진화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세포소기관’이란 세포 내에서 특별한 기능을 수행하는 특수화된 구조물로 엽록체·미토콘드리아·리보솜·골지체 등 여러 종류의 소기관이 있으나 핵이 없는 원핵세포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엽록체와 미토콘드리아는 유사한 점이 많다. 두 세포소기관은 화학에너지인 ATP를 합성할 수 있으며, 또 유전물질인 DNA를 가지고 있어서 스스로 증식한다. 그리고 식물세포에는 엽록체와 미토콘드리아가 들어 있고, 동물세포에는 미토콘드리아만 들었으며,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세균들과 구조가 엇비슷하다.
그런데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미토콘드리아에서 일어나는 음식물의 산화를 세포호흡(細胞呼吸)이라 하며, 여기서 논하는 것은 사람의 미토콘드리아다. 세포호흡은 두 단계로 나눈다. 세포질에서 일어나는 해당작용(解糖作用·동물의 여러 조직에서 산소 없이 포도당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얻는 대사 과정)과 미토콘드리아에서 일어나는 구연산회로(시트르산회로/크레브스회로/TCA회로)이다. 해당작용에서 만들어진 구연산은 미토콘드리아에서 푸마르산, 말산 등등의 여러 유기산으로 잇달아 산화(酸化)되면서 열에너지와 화학에너지(ATP·힘)를 만들어내니 이것이 세포호흡이다. 한마디로, 우리가 먹어 소화된 음식물과 허파 호흡(숨쉬기)으로 얻은 산소는 모두 미토콘드리아로 옮아가서, 거기서 해당작용과 구연산회로를 거치면서 체온이 될 열과 에너지(ATP)와 부산물인 이산화탄소(CO2)를 만든다.
사실 음식물에서 ATP를 얻으니 이것이 미토콘드리아의 세포호흡이다. 다시 말해서, 열량이 있는 3대 영양소(탄수화물·지방·단백질) 가운데 탄수화물은 포도당으로, 지방은 지방산과 글리세롤로,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소화되어서, 이들 간단한 영양소와 폐호흡으로 얻은 산소(O2)는 피를 타고 모두 미토콘드리아들에 이르고, 산화하여(해당작용과 구연산회로를 거침) ATP와 열, 이산화탄소를 생성한다.
이렇게 미토콘드리아에서 ATP를 만들기에 미토콘드리아를 ‘세포의 발전소’라 하고, 또 거기서 열(熱·heat)을 내므로 ‘세포의 난로’라고 한다. 즉, ADP(adenosine diphosphate, 아데노신~2~인산)는 인산(~Pi)과 결합하여 ATP(adenosine triphosphate, 아데노신~3~인산)가 되고, 또 ATP가 가수분해되어 ADP로 바뀌면서 열과 에너지가 생긴다. 다시 말해서, ATP(화학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전환하여 근육운동이나 세포의 물질대사에 쓰며, 열에너지는 체온 유지에 쓴다. 그리고 사람이 잠을 자거나 쉬는 동안에 ATP가 합성, 비축(備蓄)된다.
그리고 미토콘드리아는 그리스어로 가는 실을 뜻하는 ‘미토스(mitos)’와 작은 알갱이(粒子·입자)란 뜻인 ‘콘드리온(chondrion)’의 합성어다. 미토콘드리아는 0.2∼3㎛ 정도이고, 모양과 크기, 세포에 든 수도 생물의 종과 세포의 종류 및 역할에 따라 다 다르다. 1개의 세포에 들어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보통 세포질의 25%를 차지하는데, 세포호흡이 활발한 기관일수록 그 수가 더 많다. 예를 들어, 간세포 1개당 1000∼3000개가 들었고, 식물세포에서는 보통 100∼200개쯤이다. 또, 몸 운동을 하면 할수록 미토콘드리아가 폭발적으로 쓱쓱 늘어난다고 하니, 결국 운동은 미토콘드리아 숫자에도 영향을 끼친다.
정자(精子)에는 오직 유전물질(DNA)이 든 정핵(精核)과 정자 운동에 에너지를 대는 미토콘드리아만이 들었다. 그런데 난자와 정자가 수정하면서(유전물질은 변화 없음) 50∼75개의 정자 미토콘드리아는 난자의 거부반응으로 모두 파괴되고 말므로 결국 수정란은 난자(어머니)의 미토콘드리아만 물려받게 된다. 그래서 에너지의 생산지인 미토콘드리아는 외할머니→어머니→딸→손녀로 이어지는 모계유전을 한다. ‘엄마가 보고 싶으면 이모를 찾는다’고 한다거나, ‘외조모나 이모가 친할머니나 고모보다 좋은 까닭’은 분명 미토콘드리아 때문이리라. 또한, 집안의 아들딸들은 세포 속에 모두 엄마의 미토콘드리아를 가지므로 온통 엄마를 편드는 것이리라!? 그래서 사실은 모계중심사회가 옳다 하겠다.
그리고 모든 유전인자가 들어 있는 ‘핵 DNA(nuclear DNA, nDNA)’를 양부모에게서 다 같이 받는 것과는 달리 미토콘드리아와 그 안에 들어 있는 DNA(mitochodrial DNA, mDNA)는 모계로부터 이어받는다고 했다. 그런데 성염색체인 Y염색체는, 할아버지→아버지→아들로 이어지는 부계유전을 한다. 갖은소리지만, 아들과 손자 얻기를 바라는 것은 Y염색체를 기대하는 것. 그리고 미토콘드리아 DNA나 Y염색체는 친자 확인이나 범인 검거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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