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쏠림이 저출산 근본원인…전국에 MZ놀이터 만들어야”[문화미래리포트 2023]
2세션 - 대전환 시급한 한국의 대응
인구 감소, 결코 사형선고 아냐
사회 정책 바꿀 전환점 삼을 만
지방에 젊은층 일자리 창출하고
주소 아닌 생활인구 개념 도입
日은 꾸준히 생산가능인구 늘어
여성·외국인 경제활동이 큰 몫
‘문화미래리포트(MFR) 2023’의 제2세션 ‘대전환 시급한 한국의 대응’에서는 한국의 인구 위기에 대한 상황 진단과 대안, 정책 방향성 등이 폭넓게 논의됐다.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MFR 2023의 2세션 첫 번째 연사인 하야시 레이코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IPSS) 부소장은 인구 위기를 근시안적인 대책으로 대처할 경우 정책 효과가 떨어지는 만큼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두 번째 연사인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은 대도시의 높은 인구 밀도가 출산율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면서 각각의 지역을 젊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터’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인구 감소는 새로운 기회로 장기적인 접근 필요 = 하야시 부소장은 “인구위기라는 말은 인류가 죽고 소멸된다는 뜻이 아니기 때문에 인구 감소는 결코 사형선고가 아니다”라며 “인구 감소를 사회 정책이 바뀔 수 있는 전환점으로 삼는다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단기적이거나 근시안적인 저출산 대책은 정책 효과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출산과 인구감소를 막는 방안을 찾는 것은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이고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혁신적인 접근 방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구 정책은 다양한 요소를 가지고 있어 결혼, 출산, 이주, 사망 등 여러 가지 측면을 살펴봐야 한다는 의미다. 인구가 줄어든다고 노동력이 반드시 부족한 것은 아니라고도 봤다. 하야시 부소장은 “2010년부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직전까지 일본의 생산가능인구가 늘었다”며 “여성, 외국인,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로 일본 노동자 수는 오히려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 전체 인구는 감소했지만 국내총생산(GDP)은 그만큼 줄지 않았고, 노동력도 감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인구와 노동력 감소가 일치한다는 기존 인식과 관습을 깨는 원동력이 됐다는 설명이다. 하야시 부소장은 “외국인과 여성, 고령층이 일할 수 있는 정책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기대 수명이 빠르게 늘어난 만큼 신뢰받는 연금정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일본의 경우 연금제도가 장기적 인구 추계를 바탕으로 대대적인 수정 작업을 거쳐 앞으로 100년 동안 지속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오랜 진통 끝에 2015년 숙원 사업이었던 공무원 연금제도도 통합했다. 하야시 부소장은 “일본은 연금에 내야 하는 돈이 고정돼 있고, 수령 액수는 ‘거시경제 슬라이드제’를 통해 조정하고 있다”며 “국민이 연금제도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도 한국처럼 수도권 과밀화가 심각하다면서 ‘고향세’ 등 일본의 지방 균형 정책도 소개했다. 일본의 경우 28개현에서 출생한 사람의 약 30%는 도쿄(東京)로 몰리고 있는데 이는 지방 인구 감소로 이어졌다. 일본은 2008년에는 지방 세수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고향세’를 도입했다. 도시 거주자가 원하는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소득공제를 해준다. 2014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도 만들었다. 하야시 부소장은 “2020년에는 60여 개 지자체가 조세수입보다 많은 기부(고향세)를 받았다”고 말했다.
◇수도권 쏠림이 저출산 원인…등록 인구 아닌 생활인구 개념 필요 = 조 센터장은 수도권 쏠림현상이 한국 저출산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에서는 출산과 생존이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2가지 중에서 생존 욕구가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인구밀도가 높아지면 경쟁도 치열해진다”며 “생존 경쟁이 심해질 경우 사람들은 출산 시기를 늦추거나 조절하는 성향이 강해진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이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1960년대 수도권 거주 인구는 전체 인구의 20.8%였지만 지난해는 53.1%로 늘어났다. 조 센터장은 “전체 국토의 13%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 50%가 집중돼 있다”며 “1990년대생 중 49%가 수도권에서 태어났는데 이들은 거주 경험이 없는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열악한 보육환경, 높은 주거비와 교육비에 맞물려 완벽한 부모가 돼야 한다는 신드롬마저 퍼지면서 출생률이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새로운 인구 개념도 제시했다. 인구 개념을 주민등록증 기반에서 ‘생활인구’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활인구는 등록인구와 달리 실제로 어디에 살고 있는지, 어느 곳에서 활동하는지를 살펴보는 개념이다. 조 센터장은 “주민등록지에서는 잠만 자고 낮에 생활은 다른 곳에서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생활인구가 등록인구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등록상 거주지와 상관없이 젊은이들이 쉽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서 부산에서도 비즈니스를 하고 대전에서도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성의 일자리 창출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젊은 여성이 일자리가 있는 서울로만 몰려들어 지방 성비 불균형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현재 20대 여성의 25%는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 25∼29세 연령대에선 서울에 여성 100명이 거주할 때 남성은 95.3명이 산다. 반면 부산에서는 같은 연령대 여성이 100명 있다면 남성은 133명이 있다. 조 센터장은 “부산, 울산 등 각 지자체에서 젊은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며 “여성이 무조건 수도권으로 가려는 배경에는 일자리 부족 등 지방에서 이들을 밀어내는 요인도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긴 호흡도 주문했다. 조 센터장은 “정부와 언론이 단기적인 시각을 갖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데 내년에 출산율을 반짝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출산율이 떨어진 문제를 해결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동시에 과감한 변화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권도경·김선영·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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