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 62년 지속 ‘대입 소수인종 우대’ 위헌결정

“인종 아닌 경험 따라 대우해야”
백인·아시아계 역차별 정책 폐기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namdol@munhwa.com

미국 연방대법원이 29일(현지시간) 62년간 대학 입학 시 인종을 고려해온 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다양성을 이유로 흑인·히스패닉 등을 우대하고 백인과 공부 잘하는 아시아계를 역차별한다는 논란을 불러왔던 정책이 폐기되면서 한국계 학생들에 대한 미 명문대 문턱이 낮아질 전망이다.

대법원은 이날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FA)’이 어퍼머티브 액션 제도로 백인·아시아계 지원자를 차별했다며 노스캐롤라이나대와 하버드대를 상대로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각각 6대 3, 6대 2로 위헌 결정했다. 대법관들의 판결은 보수 6명, 진보 3명 지형에 따라 갈렸는데 하버드대를 졸업한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은 이해충돌 가능성을 이유로 하버드대 관련 결정에는 불참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다수의견에서 “대학들이 너무 오랜 기간 개인 정체성은 기술, 학습이 아닌 피부색이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렸다”며 “학생들은 인종이 아니라 개개인 경험에 따라 대우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정치권은 진보·보수에 따라 찬반이 갈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적인 법원이 아니다”며 “다양한 배경·경험을 가진 학생들을 받아들이겠다는 약속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 공화당 대선후보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 지난해 중간선거에 영향을 미친 여성낙태권 판결처럼 내년 대선 향배를 가를 핵심이슈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번 판결로 미 대학입학자격시험(SAT)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도 흑인·히스패닉 학생들에 주어지는 가산점 때문에 피해를 받아왔던 한국계 등 아시아계 학생들은 향후 입시에서 유리해질 것으로 전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