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한중일 배터리전쟁, 과감한 승부수 던질 때다

2023. 6. 3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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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25년에는 배터리 시장 규모가 메모리 반도체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고 연관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각국의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다.

세계 최초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상용화하고 2015년까지 글로벌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며 배터리 시장을 선도했던 일본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점유율을 20%까지 회복하기 위해 2030년까지 54조5000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보조금 형태로 자국 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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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오는 2025년에는 배터리 시장 규모가 메모리 반도체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고 연관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각국의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다. 북미와 유럽 시장을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한국 기업들의 연구·개발(R&D)과 생산시설 확충이 절박한 시점이다.

미국은 배터리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담긴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에 따라 자국에서 생산·판매되는 배터리에 대해 보조금을 지원하고, 제조 설비 신설이나 확충 때는 6∼30%의 세액공제와 함께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 SK온과 포드의 합작사인 블루오벌SK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이후 최대 규모인 12조 원의 정책자금을 지원받았다.

세계 최초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상용화하고 2015년까지 글로벌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며 배터리 시장을 선도했던 일본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점유율을 20%까지 회복하기 위해 2030년까지 54조5000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보조금 형태로 자국 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경제산업성은 전기차용 배터리를 중요 물자로 지정하고 관련 설비투자 비용의 3분의 1, 기술 개발 비용의 2분의 1을 보조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으로 3조 원을 확보했다.

중국 정부는 미·일에 앞서 지난 2009년부터 10여 년간 배터리 분야에 164조8500억 원을 투자했으며,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내수 시장과 자국 시장 보호 정책을 기반으로 성장해 글로벌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제 중국 업체들은 지나치게 높은 자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유럽과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CATL은 헝가리와 독일에 제조 공장을 세우고 있으며, 포드와 미국에 합작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2차전지의 글로벌 R&D 허브와 선도 제조 기지로 발돋움하기 위해 2021년 ‘K-배터리 발전 전략’을 발표하고 R&D에 최대 40∼50%, 시설 투자에 최대 20%의 세액공제와 금융 지원을 하기로 했으며, 기업들도 2030년까지 40조 원을 투자키로 했다. 하지만 투자 규모가 글로벌 수준에 한참 못 미치고, 구체적 실행계획도 내놓지 못한 상황이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아직은 우위지만, 유럽 시장에서 2년 내 한국이 중국에 뒤질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지난해 글로벌 톱 10 기업 중 한국 3사와 일본 파나소닉을 제외하면 모두 중국 기업이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정책과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파상 공세를 펴는 중국·일본을 상대로 우리 기업들이 이뤄낸 성과다.

배터리 산업은 장기적인 계약을 기반으로 하는 수주 산업이면서 안정적인 생산 시설을 갖추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전략 산업이기 때문에 초기 선점 효과가 중요하다. 배터리 시장은 시간을 두고 여유롭게 서로 한 수씩 두며 대결을 펼치는 장기판이 아니다. 단 한 수로 끝장내지 않으면 치명적인 역습이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전쟁터다.

보조금 형식으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예산을 편성하는 게 어렵다면,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는 기간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40조 원 규모로 조성된 ‘기간산업안정기금’과 같이 산업은행이 자금을 빌려주고 정부가 지급보증을 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정책 기금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한국수출입은행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가 첨단 전략산업에 한정해 수출입은행의 신용 공여 한도에 특례를 주고 추가 공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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