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원혼에 이 책을 공물로 바칩니다”

박세희 기자 2023. 6. 3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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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고문당하는 꿈을 두 번이나 꿨어요. 그런데 나를 고문하는 주체가 누구냐 하면 4·3 영령이에요. '네가 뭘 했다고 4·3에서 벗어나려 하느냐'면서. 그때부터 4·3사건을 제 일생의 화두로 삼게 됐습니다."

제주 4·3사건을 입 밖으로 내는 게 금기시됐던 군부 독재 시절, 이를 다룬 소설 '순이 삼촌'(1978년)을 통해 4·3의 비극을 널리 알렸던 현기영(82·사진) 작가가 제주의 근현대사를 총체적으로 다룬 신작 '제주도우다'(전 3권·창비)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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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우다’펴낸 현기영 작가
1943~1948년 소년 성장 그려

“누군가에게 고문당하는 꿈을 두 번이나 꿨어요. 그런데 나를 고문하는 주체가 누구냐 하면 4·3 영령이에요. ‘네가 뭘 했다고 4·3에서 벗어나려 하느냐’면서. 그때부터 4·3사건을 제 일생의 화두로 삼게 됐습니다.”

제주 4·3사건을 입 밖으로 내는 게 금기시됐던 군부 독재 시절, 이를 다룬 소설 ‘순이 삼촌’(1978년)을 통해 4·3의 비극을 널리 알렸던 현기영(82·사진) 작가가 제주의 근현대사를 총체적으로 다룬 신작 ‘제주도우다’(전 3권·창비)를 발표했다. 현 작가는 29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작품은 제주 4·3 영령들이 제게 명령해서 쓴 작품”이라며 “4·3 원혼에게 바치는 공물을 한 번 제대로 만들어 봐야겠다는 결심으로 썼다”고 말했다.

2009년 장편소설 ‘누란’ 이후 14년 만에 내놓은 현 작가의 이번 신작은 태평양전쟁 발발 후 일제의 압박이 극에 달하던 1943년부터 4·3사건이 발생하고 토벌이 이뤄진 1948년 겨울까지를 배경으로, 11세 소년 안창세가 16세가 되는 5년 동안 겪는 일들을 그렸다. 제목 ‘제주도우다’는 ‘제주도입니다’의 제주 방언으로, 38선이 그어지고 일본에서 귀향민이 들어올 때 ‘남과 북 중 어디로 가겠느냐’는 미군정의 물음에 제주인들이 ‘남도 북도 아닌 제주도로 가겠다’고 말한 데서 따왔다.

소설은 어두운 현대사 속에서도 어린 소년의 성장과 사랑 이야기를 다뤘다. 현 작가는 “4·3은 대수난이고 대참사다. 너무 참혹해 그대로 묘사할 수가 없다”면서 “그런 점을 완화하려 젊은이들의 열정과 연애, 사랑 이야기도 넣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현 작가는 지난 2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4·3사건이 북한 김일성의 지시로 촉발됐다고 주장한 데 대해 “그야말로 역사왜곡이고 지식왜곡”이라며 날선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 “이번에 4·3의 3만 영령들에게 공물을 만들어 바쳤고, 할 일을 다 한 것 같다”면서 “이제부턴 나무나 자연에 관한 글을 써볼까 한다”고 말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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