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콥스키 콩쿠르서 한국이 바이올린·첼로·성악 3부문 석권
한국인 기악부문 첫 우승
결선 진출 8명 모두 입상
‘3대 콩쿠르’ 위상은 타격
2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9일간의 대회 일정을 마무리한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바이올린 부문에 김계희, 첼로 부문에 이영은, 남자 성악 부문에 손지훈이 각각 1위에 올랐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목관, 금관, 성악(남·녀) 등 6개 부문으로 진행된 이번 대회에서 3개 부문을 한국인 참가자가 우승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바이올린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계희는 예원학교 출신으로 서울예고 재학 중 미국으로 건너가 커티스 음악원을 수료했다. 귀국 후 서울대 음대를 수석 입학해 수석 졸업한 뒤 독일 뮌헨 국립음대에 진학해 석사과정을 마쳤다. 2016년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했고, 2017년 무네츠구 엔젤 바이올린 콩쿠르, 2018년 안드레아 포스타치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등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우승을 석권하며 두각을 나타내왔다.
첼로 부문 우승자 이영은은 11세에 대구예술영재교육원에서 음악을 배우기 시작해 선화예고를 거쳐 서울대 음대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현재 중국 텐진 줄리어드스쿨에서 공부하고 있다.
남자 성악 부문에서 1위에 오른 손지훈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성악과를 졸업하고 독일 바이에른 극장 아카데미 아우구스트에버딩에서 수학했다. 지난해 이탈리아 비오티 국제 음악콩쿠르와 스페인 몽세라 카바예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연이어 우승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부문은 6위까지, 성악 부문은 남녀 각각 4위까지, 목관과 금관 부문은 8위까지 입상자가 발표됐다. 한국인 참가자는 8명이 결선에 진출해 모두 입상했다.
성악 부문에서는 베이스 정인호(33)가 공동 2위에 올랐고, 목관 부문에서는 플루티스트 김예성(32)이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첼로 부문에서는 박상혁(19·3위)과 이동열(27·5위)이 입상했다. 피아노 부문 결선에 진출했던 예수아(23)는 공동 4위에 올랐다.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는 1958년 모스크바에서 창설돼 만16세에서 32세의 전 세계 젊은 음악가들에게 참여 기회를 제공해왔다. 4년 주기로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남녀 성악 부문을 동시에 개최해왔으며, 2019년부터는 목관과 금관 부문이 신설됐다. 16회에 걸쳐 개최되면서 쇼팽 콩쿠르(폴란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벨기에)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권위를 이어왔다. 피아노 부문 정명훈(1974년 공동 2위)을 시작으로 백혜선(1994년 공동 3위), 손열음(2011년 2위), 조성진(2011년 3위), 바이올린 부문에는 이지혜(2011년 3위), 김동현(2019년 3위), 성악 부문에는 테너 최현수(1990년 1위), 바리톤 김동섭(2002년 3위), 소프라노 서선영(2011년 여자 성악 1위), 베이스 박종민(2011년 남자 성악 1위), 바리톤 유한승(2015년 3위), 바리톤 김기훈(2019년 2위) 등 한국인 음악가들이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기반을 다진 대회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이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의 연맹회원 자격을 박탈하기로 결정하면서 위상이 급격히 떨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중인 러시아 정부가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대회라는 점에서 불참을 선언하는 사례도 많았다. 실제로 이번 대회 입상자의 국적이 러시아와 한국, 중국 등에 편중되면서 타격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번 대회에서 한국인 음악가들의 활약은 체계적으로 구축해온 음악교육 체계와 영재를 조기 발굴하는 시스템이 또 한번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허명현 음악평론가는 “한국 연주자들이 콩쿠르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어린 나이부터 기술적인 완성도와 예술적인 성취를 동시에 이루었기 때문”이라며 “혹독한 훈련 과정과 경쟁자와의 순위 싸움을 이겨낸 한국 음악가들이 국제 콩쿠르에서 큰 성과를 누리는 것은 당연한 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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