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복선 회수하는 능력은 어떤 나라보다 좋죠"
2012년 '커피 프린스 1호점'·'드림하이' 뮤지컬로 제작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2.5차원 뮤지컬'은 국내 뮤지컬 팬들에게 낯설면서도 익숙한 용어다.
일본에서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작품'을 일컫는 용어인데, 2015년 국내에 초연된 뮤지컬 '데스노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2.5차원 뮤지컬을 주로 선보여온 일본의 뮤지컬 제작사 '네르케 플래닝'의 노가미 쇼코(50) 대표가 'K-뮤지컬국제마켓'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그는 최근 한국 웹툰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했다.
"그림이나 스토리는 일본 만화가 최고 수준이라 생각하지만, 요즘 한국 만화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느낍니다. 웹툰을 보다가 재미를 느끼고 더 찾아보면 한국 작품인 경우가 많아요."
노가미 대표는 "최근 재밌게 본 작품은 '금수저'였다.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여신강림'도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며 "한국 팬들의 반응을 살피면서 다양한 콘텐츠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뮤지컬 제작사가 한국 웹툰을 지켜보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 웹툰을 실사화한 뮤지컬은 활발히 제작되지 않고 있다. '사냥개들', '킹더랜드' 등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대세로 자리를 잡은 것과 대비된다.
최근 무대에 오른 웹툰 원작 뮤지컬을 살펴봐도 초연작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달 다섯 번째 시즌의 막을 내린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2016년 작품이고, 오는 11월 개막하는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는 2019년 작품이다.
노가미 대표는 만화의 세계관을 존중하는 것에서 실사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만화를 원작으로 뮤지컬을 만든다면 원작에 대한 존중은 기본"이라며 "원작의 연장선에서 연극만의 재미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지론은 극장을 찾는 관객이 '작품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느낌을 받도록 원작의 세계관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다. 그가 몸담은 네르케 플래닝은 만화 '테니스의 왕자'를 원작으로 한 작품을 비롯해 게임의 이야기를 각색한 '도검난무' 등의 뮤지컬을 그간 선보였다. 노가미 대표는 '테니스의 왕자'를 뮤지컬로 제작할 당시에는 출연 배우들이 반바지를 입는 것을 고려해 발목이 테니스 선수 같은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폈다고 한다.
"관객이 일상을 벗어나 작품의 세계관에 온전히 몰입하는 것을 목표로 작품을 만들어요. 시각적인 요소를 중시해 원작의 재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는 2012년 한국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 '드림하이'를 뮤지컬로 제작한 경험도 있다. 캐스팅 프로듀서로 참여해 당시 무명이었던 정상급 뮤지컬 배우 다카하타 미츠키를 발굴하기도 했다.
노가미 대표는 "그때 한국 드라마는 아는 사람만 아는 콘텐츠였다"며 "한국 드라마가 세계적 인기를 누리는 지금 실사화해야 했는데 우리가 한발 빨랐다"며 웃었다.
그래도 그는 한국 드라마의 뮤지컬 제작에 여전히 관심을 갖고 있다.
노가미 대표는 "한국 드라마는 각본의 힘을 바탕으로 스토리를 전개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복선을 깔고 회수하는 능력은 어떤 나라 드라마보다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연애면 연애, 복수면 복수'였던 예전 드라마와는 달리 갈수록 줄거리가 복합적으로 변해간다"며 "무대에서 보여주기에는 보다 단순한 면모를 갖춘 작품이 좋다"고 덧붙였다.
네르케 플래닝의 향후 계획은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새로운 공연을 만드는 것이다. 노가미 대표는 '버추얼(가상) 캐릭터'를 활용하는 공연 등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현실과 디지털이 융합된 형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무대 중 하나죠. 라이브 공연을 중심으로 온라인 상연, 디지털과 결합한 무대를 개발할 겁니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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