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한-일 결승전' 변성환 감독 "꿈꿔온 대진, 지고 싶은 마음이 1도 없다"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지고 싶은 마음이 1도 없다."
'한-일전'을 앞둔 변성환 한국 U-17 대표팀 감독의 당찬 각오였다. 한국이 21년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변성환 감독이 이끄는 한국 U-17 대표팀은 29일(한국시각) 태국 빠툼타니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아시안컵 4강전에서 백인우(용인시축구센터 U-18)의 프리킥 원더 골을 앞세워 1대0으로 이겼다. 4강 진출로 이미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거머쥔 한국은 2014년 태국 대회에 이어 9년만에 결승행에 성공했다. 당시 한국은 북한에 1대2로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한국은 이란을 3대0으로 꺾고 결승전에 선착한 일본과 맞붙는다. 일본은 이 대회 최다 우승 기록(3회)을 갖고 있다. 일본은 직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디펜딩챔피언이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 역대 두 차례 우승(1986, 2002년)을 차지했다. U-17 아시안컵 결승에서 한-일전이 펼쳐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대 U-17 대표팀은 한-일전에서 11승9무6패로 우위를 기록했다.
일본은 D조를 1위로 마친 뒤, 8강에서 호주를 3대1로 제압했고, 4강에서 이란을 3대0으로 꺾었다. 이란은 한국을 꺾은 상대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안정된 전력을 자랑한다는 평가다. 결승전은 7월2일 오후 9시 펼쳐진다.
변 감독은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현재 어떤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기분이 너무 좋다. 오늘 경기는 너무 힘든 경기였다. 오늘 경기는 경기 내용과 결과를 다 잡기에는 체력적으로 문제도 있었고, 또 저희 팀의 주축 선수들이 지금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경기에 투입돼 있는 친구도 있다.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 우리 선수들이 자기 역할을 충실히 잘해줬고 이를 통해 아주 큰 승리를 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지역 예선 때 우즈백한테 지고, 그날 새벽에 내가 느낀 감정을 적은 일기장을 선수들한테 처음으로 공개를 했다. 너무나 처절한 내용이었고, 가슴 아픈 내용이었다.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느낌을 일기로 적었던 내용들을 우리 선수들에게 미팅 시간에 보여줬다. 우즈벡이 올라오길 간절히 원했다. 우주벡이 운명처럼 4강전 매치업이 됐고 절대 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우리 선수들과 한마음이 돼서 오늘 결과를 만들어냈던 것 같다"고 했다.
변성환 감독은 4대1 대승을 거둔 태국과의 8강전과 같은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4-1-4-1 카드였다. 김명준(포항제철고)을 원톱에 놓고 좌우 날개에 양민혁(강릉제일고)과 윤도영(충남기계공고)을 배치했다. 중원에는 진태호(영생고)와 백인우가 섰고, 임현섭(매탄고)이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았다. 강민우-고종현(매탄고)이 센터백 조합을 맞췄다. 좌우 풀백은 황지성(대건고)과 이창우(보인고)가 담당했고, 골문은 홍성민(포항제철고)이 지켰다. 이에 맞선 우즈베키스탄은 4-2-3-1로 나섰다.
초반에는 고전했다. 볼 점유율에서 크게 밀렸다. 왼쪽 측면을 중심으로 돌파하는 우즈베키스탄에 점유율 25대75까지 밀렸다. 상대 협력수비에 고전했다. 조별리그 이란전 패배가 떠올랐다. 한국은 이란의 힘에 고전하며, 대회 유일의 패배를 맛봤다. 한국은 양민혁과 진태호가 우즈벡 왼쪽 수비를 휘저으며 서서히 주도권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번의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전반 31분 결승골을 넣었다. 한국은 중원 왼쪽에서 압박을 가하던 양민혁이 상대의 빌드업을 차단하고 공을 뺏어내 페널티 지역으로 향하던 진태호에게 연결했다. 이 과정에서 공이 딜쇼드 압둘라예프의 팔에 맞아 페널티 라인 근처에서 프리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백인우가 오른발로 강하게 반대쪽 골대를 향해 찬 공은 문전에서 한 번 땅에 튀긴 뒤 골키퍼의 손이 닿지 않는 구석으로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환상적인 프리킥이었다.
이 득점 이후 한국은 더욱 기세를 올렸다. 한국은 중원에서 상대의 공을 탈취해 역습을 시도하는 장면을 자주 연출했다. 반면 빌드업이 막힌 우즈베키스탄은 롱볼에 의존해야 했다. 정확성이 떨어졌다. 전반 추가 시간에는 임현섭의 오른발 중거리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어 왼쪽 골 라인까지 파고든 양민혁이 반대쪽을 향해 올린 크로스에 윤도영이 왼발로 골문을 노렸으나 수비에 맞고 굴절됐다.
기세를 이어간 한국은 후반전에도 분위기를 주도했지만 좀처럼 추가 골이 나오지 않았다. 후반 6분에는 왼쪽 미드필드 지역에서 프리킥 기회를 얻어 냈고, 선제골을 넣은 백인우가 오른발로 직접 골대 상단을 노렸으나 골키퍼가 가까스로 선방해냈다. 후반 13분에는 공을 몰고 내달리던 윤도영의 왼발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와 땅을 쳤다. 4분 뒤에는 임현섭의 스루패스를 받은 윤도영이 상대 수비진을 무너뜨리며 골 지역으로 침투해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았지만 오른발 슈팅이 선방에 막히며 아쉬움을 삼켰다.
그 사이 우즈베키스탄은 후반 36분 아미르벡 사이도프가 골 지역 오른쪽에서 슈팅했지만 골키퍼 홍성민이 오른 다리로 쳐냈고, 후반 45분에는 라지즈벡 미르자예프의 오른발 슛이 수비진을 맞고 굴절됐다. 이후 주어진 7분간의 추가 시간에 한국은 다시 주도적인 경기를 펼쳤고,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1대0으로 승리했다.
한국축구는 최근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16강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A대표팀의 핵심 선수들은 빅클럽과 연결되고 있다. 김민재의 바이에른 뮌헨행은 확정되는 분위기고, 이강인도 파리생제르맹 이적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은 아르헨티나에서 4강 신화를 재현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골짜기 세대였지만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워 4위를 차지했다. U-17 대표팀까지 아시안컵 결승에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U-17 대표팀은 남다른 개인기량으로 월드컵에서도 일을 낼 수 있는 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제 변성환호는 아시안컵 우승을 정조준하고 있다. 상대는 숙명의 라이벌 일본이다. 변 감독은 "기본적으로 저희 팀이 잘하는 플레이를 더 잘하는 게 아주 중요한 것 같다. 또 무엇보다 한-일전은 기술과 전략적인 부분 외에 다른 부분이 경기 결과를 바꾸는 상황이 아주 많다. 작년 이맘때쯤 6월에 친선 매치를 한 번 진행을 했다. 그때 저희가 경기를 졌다. 이 대회를 치르기 전에 제가 꿈꿔왔던 스토리가 4강의 우즈백을 만나고 결승에서 일본을 만나는 스토리를 상상하며 이 대회를 참여했다. 그게 현실로 이뤄지고 있다. 결승전은 아주 치열한 경기가 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지고 싶은 마음이 단 하나도 없다"고 했다. 이어 "양 팀 다 똑같은 조건이다. 사실 지금 마지막 여섯 번째 경기를 남겨두고 있는데 사실 어린 17세 선수들한테는 아주 좀 힘든 일정인 건 맞는 것 같다. 그래서 이틀이라는 시간은 회복하는 데 있어서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인 것 같고 양 팀 다 이미 전략적으로 노출이 돼 있기 때문에 누가 더 회복에 포커스를 맞추고 더 회복을 잘 시키느냐에 따라서 경기 결과가 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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