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인드림’의 죄형법정주의

영화 ‘인드림’(감독 신재호)는 다른 사람의 꿈속에 들어가는 드림워킹(Dream walking), 살인 범죄 등을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연쇄살인범과 평범한 사람들을 대비시켜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범죄 욕구는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 같습니다.

작품 속에서, 홍화(서효림 분)는 꿈속에서 현실 혹은 꿈속 연쇄살인범 재인(오지호 분)의 살인 범죄 현장에 들어갑니다. 꿈과 현실이 교차되는 범죄 중에서, 꿈속의 범죄에 대한 처벌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꿈속에서 살인과 같은 잔혹한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 처벌되지 않는다는 것은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겁니다. 형사 처벌의 대상은 원칙적으로 사람의 행위인데 꿈속의 행위는 사람의 행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꿈속의 범죄가 처벌되지 않는다는 것은 죄형법정주의로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죄형법정주의는 어떤 행위가 범죄가 되고, 그 범죄에 대해서 어떤 종류와 범위의 형벌을 과할 것인가는 그 행위 이전에 미리 성문의 법률에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합니다.

죄형법정주의는 ‘법률이 없으면 범죄 없고 형벌도 없다’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즉, 어떤 행위가 매우 유해하고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에 대해서 사전에 범죄로 법률에 규정되어 있지 않거나 사전에 범죄로 규정된 그 행위에 대해서 형벌의 종류와 범위가 법률에 규정되어 있지 않으면 형사 처벌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죄형법정주의는 형벌법규의 규정 원리라는 차원을 넘어 헌법적 원리 내지 기본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국가의 형벌권발동의 조건, 정도를 명확한 실정법률에 구속시켜 국가 형벌권의 자의적 행사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을 보장하고, 사회 법질서 안정에 기여합니다.

죄형법정주의는 성문법률주의, 소급효금지의 원칙, 명확성의 원칙, 유추해석금지의 원칙, 적정성의 원칙을 내용으로 합니다. 성문법률주의란 범죄와 형벌은 성문의 법률로 규정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합니다.

소급효금지의 원칙이란 형벌법규는 그 법률이 시행된 이후의 행위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그 법률이 시행되기 이전의 행위에까지 소급하여 적용할 수 없다는 원칙을 말합니다. 즉, 소급입법 및 소급적용을 금지하는 원칙입니다.

명확성의 원칙이란 형벌법규는 어떤 것이 범죄가 되고 어떤 형사제재를 받는 지에 대한 규정을 법관의 자의적 해석이 허용되지 않도록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명확한지는 통상의 판단능력을 가진 일반인이 합리적으로 판단할 때 무엇이 금지되어 있는가를 예견할 수 있는가입니다.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은 법률에 규정이 없는 사항에 대하여 그것과 유사한 성질을 가지는 사항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입니다. 적정성의 원칙은 범죄와 그 범죄에 해당하는 형벌이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과도하지 않게 적정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꿈속의 범죄 행위들은 사람의 행위도 아니고, 어떠한 성문의 법률에도 범죄로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꿈속의 범죄 행위들에 대해서 어떤 종류와 범위의 형벌로 처벌한다고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꿈속에서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 처벌할 수 없습니다.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사진=‘인드림’ 포스터,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