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꽃, 바람' 태백…낭만 가득, 감동 두 배
▶천상의 화원, 야생화의 향연
천상의 화원이 있다면 바로 태백이 아닐까 싶다. 두문동재에서 시작해 금대봉(1418m), 분주령(1080m), 대덕산(1307m)을 거쳐 한강발원지인 검룡소로 이어지는 능선은 야생화 군락지다. 봄부터 가을까지 이 구역은 가꾼 듯, 가꾸지 않은 듯 아름답게 핀 들꽃이 천지다. 이름 모를 흰 꽃부터 노란 꽃, 보라 꽃 등이 만들어 낸 색감이 인상적이다. 시원한 바람이 내준 길을 따라 펼쳐지는 야생화의 향연. 여름철 트레킹의 성지로 손색이 없다. 야생화 트레킹은 두문동재에서 시작해 금대봉, 분주령, 대덕산을 거쳐 검룡소로 내려오는 코스(4시간 30분)와 검룡소에서 계곡을 따라 올라 두문동재로 나오는 코스가 대표적이다. 검룡소에서 수아밭령, 금대봉, 분주령, 대덕산을 거쳐 검룡소로 다시 내려오는 원점회귀코스(6시간) 등도 있지만 여름에는 검룡소에서 출발해 대덕산에 올랐다가 분주령을 거쳐 검룡소로 내려오는 코스가 3시간으로 가장 짧다.
검룡소는 태백 12경 가운데 하나로 신비한 검룡이 내뿜는 물줄기가 장관을 이룬다. 오랜 세월 동안 흐른 물줄기 때문에 깊이 약 1m~1.5m, 넓이 약 1~2m에 이르는 암반이 구불구불 파여 물이 흐르는데 흡사 용이 트림을 하는 것 같다. 검룡소의 물은 사계절 9℃ 정도로 일정하고 주변이 암반으로 되어 곳곳에 이끼가 붙어 자라고 있다. 여름꽃으로는 범꼬리를 비롯해 동자꽃, 요강나물, 할미밀망, 산꿩의다리, 좀꿩의다리, 개병풍, 노루오줌, 눈개승마, 딱지꽃, 물양지꽃, 터리풀, 짚신나물, 조록싸리, 벌노랑이, 짚신나물, 쥐털이슬, 돌바늘꽃, 개구릿대, 큰까치수염, 두메갈퀴, 석잠풀, 마타리, 초롱꽃, 여우오줌, 두산솜방망이, 솔나리, 하늘나리, 산제비난, 타래난초 등등 정겹고 미려한 수많은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 야생화 트레킹을 위해선 코스를 정한 뒤 국립공원공단 예약통합시스템을 통해 사전 예약해야 한다. 검룡소 구간(주차장~검룡소) 및 백두대간 구간(두문동재~금대봉~매봉산)의 경우 사전 예약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지지리골과 황지연못 '매력적'
태백 황지리에 있는 지지리골 자작나무숲은 해외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그것도 추운 북유럽을 연상케 한다. 자작나무 숲이 주는 묘한 매력이다. 지지리골 자작나무 숲은 1980년대 후반 석탄산업 합리화조치에 따라 함태탄광이 폐광하면서 그 자리에 산림훼손 복구사업으로 조성된 곳이다. 지지리골 입구에서 자작나무 숲까지 총 3km의 구간으로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천천히 걸으며 숲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사계절 언제 찾아도 숲의 기운을 만끽할 수 있다. 지지리골 자작나무 숲은 태백, 정선, 영월, 삼척을 아우르는 폐광지역을 걷는 길 '운탄고도1330길' 중 태백을 지나는 6길의 하이라이트 구간이다. 길을 따라 골짜기를 내려오면 옛 탄광촌의 모습이 담긴 상장동 벽화마을로 도착한다. 지지라는 지명은 과거 사냥꾼들이 멧돼지를 잡아 지지(돌판 돼지구이)리를 자주 먹던 골짜기여서 붙여졌다고 한다.
숲에서 조금 벗어나면 태백 도심이다. 태백 도심에는 황지연못이 있다. 황지연못은 낙동강의 발원지로 알려진 곳이다. 연못의 둘레가 100m인 상지와 중지, 하지로 구분되며 가뭄에도 하루 약 5000t 이상의 물이 솟아나고 있다고 한다. 여름 황지연못은 숲인지 연못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주변이 초록색으로 물든다.
무더운 여름 오랜 실외 활동은 피로감을 준다. 피로 회복을 위한 에어컨 바람이 필요하다면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고생대를 주제로 한 전문박물관으로 박물관 주변에 고생대 퇴적침식지형과 삼엽충, 완족류 등을 볼 수 있다.
'인간과 자연사의 공생, 고생대 보고 태백'이라는 주제로 선캄브리아기, 고생대, 신생대를 살펴보며 관람 시간은 대략 1시간 남짓 소요된다. 박물관 1층 주제관은 선캄브리아기부터 고생대 중기까지의 환경을 영상 및 체험공간을 비롯해 고생대 표준생물인 삼엽충 및 기증자코너 등 소규모전시공간으로 꾸며졌다. 2층 주제관은 후기 고생대 환경복원과 중ㆍ신생대의 주요 동식물 등을 영상 및 디오라마로 연출ㆍ구성했으며, 소전시관에는 태백의 자연과 지구온난화에 따른 환경파괴의 위험성을 소개하는 공간을 감상할 수 있다.
▶'잊힌 탄광' 현장체험 '철암탄광역사촌'
가족과 함께 태백을 찾는다면 현장체험이 제격이다. 지금은 잊힌,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는 탄광마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철암탄광역사촌은 이름 그대로 철암동에 있다. 철암동은 과거 사람들로 북적이던 곳이다. 탄광업이 호황기를 누리던 시절에는 집을 지을 땅도 부족했다. 집을 지을 땅이 부족해지자 철암천 제방 너머까지 건물을 확장하고 건물이 무너지지 않도록 목재나 철골로 이를 떠받친 건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소위 까치발 건물이다. 철암탄광역사촌은 탄광업 몰락과 함께 쇠락한 지역 살리기 일환에서 태백시가 개발에 나선 여행지다. 까치발 건물의 외형은 유지하면서 내부를 철암 및 광산의 애환과 삶으로 채웠다.
봉화식당 지하 1층은 '석탄오브제', '한줄기 빛'이란 이름으로 석탄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고, 2층은 태백의 오래된 풍경을, 3층에서는 철암의 예술적 승화를 주제로 만든 작품들을 접할 수 있다. 호남슈퍼와 진주성은 70년대 철암의 풍경, 문화, 식탁, 거리, 부엌 등을 접할 수 있는 에코생활사박물관으로 구성됐다. 광부아리랑으로 알려진 광부의 노래도 감상할 수 있고, 우리나라 근대화의 선봉장이었던 광부들을 위한 명예의 전당도 에코생활사박물관에서 접할 수 있다. 태백농협 철암지점 건물에는 파독광부기념관이 조성되어 있어, 파독광부에 대한 다양한 기념물과 자료들이 확인할 수 있다. 까치발건물을 볼 수 있는 외부에는 청동으로 만들어진 '광부의 하루'라는 조형물이 있다. 광부복장으로 출근하는 남편과 아이를 업고 배웅하는 아내, 힘든 갱도에서 작업, 퇴갱(갱도에서 나오는 것)의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루 10시간씩, 주급 30만원을 받으며 1km를 기어들어가 지하 350m에서 석탄을 캐던 광부의 하루를 표현한 작품이다.
각각의 건물들을 통합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해 건물마다 출입구가 있다. 관람객 입장에서는 관람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지만, 일반적인 전시관의 정형화된 구조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름이 더욱 크다. 인근에는 철암역두 선탄시설이 있다. 현재까지 가동하고 있는 일제 강점기 만들어진 국내 최초 무연탄 선탄시설이다. 국내 석탄산업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으며 태백 지역의 발전과 함께한 무연탄시설물로 시대와 지역을 상징하는 중요시설물이다.
▶낮보다 아름다운 밤, 은하수 탐방
태백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함백산에서는 은하수 탐방을 할 수 있다. 특히 여름은 은하수를 보기 가장 좋은 계절이다. 함백산 은하수를 즐기기 위한 명당은 태백선수촌에서 함백산으로 가는 도로변에 있다. 높은 산이나 험한 곳을 땀 흘리며 오르지 않아도 되는 게 특징이다. 태백은 평균 해발고도 902.2m로 국내 도시 중 가장 높고, 빛 공해지수가 낮다. 그만큼 은하수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하다. 함백산 은하수길(1312m), 오투리조트(996m), 스포츠파크(812m), 오로라파크(686m), 탄탄파크(742m), 구문소(540m), 태백산(당골광장(865m)이다. 망원경 등 기구를 이용하면 별과 은하수를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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